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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해적', 130억 해양 블록버스터…팩션과 유머의 부정교합

작성 2014.08.05 09:33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감독 이석훈)은 아마도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코미디 영화일 것이다. 제작 단계에서 액션 어드벤쳐 무비로 홍보했지만,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해적'은 흥미진진한 모험극보다는 잔웃음에 집중하는 코미디 영화에 가까웠다.

'해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대격전을 그린 작품.

요즘 사극 영화의 경향 중 하나인 팩션(Faction: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써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조건 건국 초기에 고려의 국새를 명나라에 반납한 후 새 국새를 받지 못해 1403년까지 근 10년간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했다.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 공무원'의 각본를 썼던 천성일 작가는 조선 건국과 국새의 부재라는 사실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라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명나라에서 옥새를 조선으로 가져오던 중 고래가 삼켜버렸다는 설정으로 이야기의 얼개를 짜고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해적'은 이야기의 설득력 구축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보인다. 극 초반 위화도 회군과 조선 건국의 긴박한 분위기를 묘사하며 사뭇 진지하게 출발하지만, 이내 영화의 본색 즉 웃음에 대한 고삐를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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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고려의 장수였으나 조선을 건국하려는 이성계에게 반발한 뒤 산적이 된 장사정(김남길)은 나랏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포상금을 얻기 위해 고래 사냥에 사선다. 자칭 '송악산 미친 호랑이'지만 어딘가 어설픈 리더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여월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해적단 단주 여월(손예진)은 현란한 검술과 현명한 리더쉽까지 갖춘 여자 해적이다. 가족과 지인들을 죽이겠다는 개국세력의 협박과 실추된 조선 해적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국새 찾기에 나선다.

상반된 성격의 두 리더가 하나의 목표물을 두고 경쟁하면서 영화는 흥미를 유발한다. 김남길은 장사정이라는 캐릭터를 자신의 출세작 '선덕여왕'에서 맡았던 비담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설계한 것처럼 보인다. 때론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조니 뎁)가 떠오르기도 한다.

조선 최초의 여자 산적으로 분한 손예진은 시대에 걸맞지 않은 화려한 스타일과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현대 여전사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웃음의 첨병은 '철봉' 역의 유해진. 철봉은 애초 해적이었으나 뱃멀미가 심해 산적으로 전향한 인물. 극적인 사연을 가진 인물을 유해진은 특유의 몸짓과 수다스러운 말투로 표현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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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스토리, 캐릭터, 미술, 분장, 음악까지 시대적 고증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야기의 얼개만 조선 초기 역사에서 가져왔을 뿐 스타일상으로는 퓨전 사극에 가깝다.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을 표방하는만큼 볼거리에도 많은 힘을 실었다. '해적'에 투입된 제작비는 130억 원 선. 영화가 몸짓이 커진 건 CG(컴퓨터 그래픽)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새를 삼킨 귀신고래 CG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고래와 실사 간의 이물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를 통해서 본 고래 CG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히려 벽란도 저잣거리를 가로지르는 대형 수로(水路)와 물레방아 등의 표현이 아쉬웠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스펙터클을 선사하고자 했으나 CG의 완성도가 그리 높지 못하다.

CG의 구멍을 이야기가 메꿔주거나 이야기의 구멍을 CG가 메꿔줘야 하는데 상호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다. 감독은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 간의 갈등도 모자라 후반부 해적 간 권력 쟁탈전까지 가미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극 후반으로 향해갈수록 이야기가 정리되는 게 아니라 되레 산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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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은 산만한 구성과 엉성한 이야기를 쉴새없는 유머로 채우려 하지만 상황과 캐릭터가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참신한 웃음이라기보다 장면 장면 배우의 개인기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 한 두 번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뒤로 갈수록 타율은 떨어진다.

또 김남길과 손해진, 유해진 외 이경영, 오달수, 박철민, 김태우, 신정근 등 수많은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설득력 부족한 캐릭터 설정과 존재감 없는 묘사도 아쉬움을 남긴다.

엄밀히 말해 '해적'은 있음직한 이야기는 아니다.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고래가 삼킨 옥새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은 나라의 기틀이 마련되지 않은 건국 초기에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하기에도 터무니 없는 설정이다. 또 풍자와 해학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을 명나라의 속국으로, 이성계를 시종일관 희화화 한 것도 너무 과했다. 이 황당한 코미디에 관객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을지가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가상의 시대와 공간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역사라는 공간 위에서 신나게 놀고난 뒤 임금을 향해 던지는 소신있는 조언이 뜬금없이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웃자고 만든 이야기에 정색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가 선사하는 웃음에 본능적으로 반응할 관객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30억 규모의 영화에 구멍이 너무 많이 보이는 것은 웃기지 않은 일이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30분, 8월 6일 개봉.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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