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배두나가 충무로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여느 여배우들과는 다르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신비로운 이미지 탓에 출발부터 남달랐다. '링', '플란다스의 개','청춘' 등 남다른 초기작부터 '복수는 나의 것', '괴물', '공기인형',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 다채로운 이미지와 흥미로운 연기로 매 작품 관객을 놀라게 해왔다.
이 배우에겐 대체 불가한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이 있다. 그 영역은 도전과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랜 기간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기에 완성 가능했다. 또 그 세계 안에서 안주하지 않고 거듭해서 확장, 변형해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2009년에는 일본의 젊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공기인형'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지난해에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감독들과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센딩'을 촬영하는 등 활동영역을 세계로 넓혔다.
배두나의 2014년 첫 작품은 작지만 강한 작가주의 영화 '도희야'(감독 정주리)다. 이창동 감독이 제작하고 신인 정주리 감독이 연출한 '도희야'는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벌이는 소녀(김새론)의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드라마를 그린 영화.
이 작품은 강렬한 메시지가 돋보인다. 상처받은 인간들의 '구원'과 '치유'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시나리오만으로 단숨에 배두나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런던에서 '주피터 어센딩'을 찍고 있을때 이 시나리오를 읽었다. 작품을 고를 때마다 어떤 감독인지, 어떤 캐릭터인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많은 부분을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5분 만에 하겠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가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했고, 그 영화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두나는 한국에 돌아와 6주 만에 '도희야'의 촬영을 마쳤다. 저예산, 무더위, 짧은 촬영 기간 등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하지만 배두나는 영화를 찍으면서 또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관객에게 있어 이 영화가 반가운 것은 현실에 땅을 딛은 배두나의 연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인형'이나 '클라우드 아틀라스' 같은 최근작 때문에 내가 우주 혹은 중간계에 있는 인물처럼 여기실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따져 보면 난 예전부터 현실 밀착형 이야기의 영화나 캐릭터를 많이 해왔다"
'도희야'에서 배두나는 사생활 문제로 서울에서 좌천돼 내려온 파출소 소장 영남 역할을 맡았다. 그녀의 과거가 무엇인지 그녀의 상처가 어떤 것인지 영화는 중반 이전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배두나는 시종일관 감정을 억누르는 연기로 절제의 미학을 보여줬다.
"영남은 속으로는 불안과 갈등이 소용돌이치는 캐릭터지만, 그것을 겉으로 쉽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관객에게 힌트는 주되, 어떤 감정이든 강요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는 스포일러가 곳곳에 많아 이야기를 잘 모른 채 보는게 관객에게도 더 많은 이야기 거리와 생각거리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타이틀롤은 아역배우 김새론이 맡았다. 배두나는 송새벽과 함께 김새론의 윤리적 딜레마를 선명하게 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김새론과 배두나의 호흡은 첫 만남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절묘했다.
"도희라는 역할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알았기에 내가 최대한 도와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베드신이나 몇몇 어려운 신을 앞둔 새론이에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라고 격려해줬다. 다행히 새론이가 프로페셔널하게 잘 연기해줬다"
감독과 배두나, 송새벽을 비롯한 수많은 스태프들이 79년생 동갑내기였다. 젊고 패기 넘치는 영화인들이 열정을 가지고 만든 '도희야'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냈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의 공식 초청을 받은 것이다.
배두나는 '괴물'과 '공기인형'에 이어 세번째로 칸의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레드카펫을 밟는 것은 2009년 공기인형 이후 무려 5년만이다.
"한국 영화로 칸을 간다는 것이 무척 의미있다. 2009년 당시에는 첫 방문이라 제대로 즐기질 못했는데 이번에는 편안하게 영화제를 즐기다 오고 싶다"
배두나는 30대 중반이 된 지금 20대 시절보다 더 많은 도전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동양인 배우로는 드물게 연이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활약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장르에 대한 도전, 상업과 비상업 영화를 오가는 시도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도전도 중독이 돼 내성이 생겼달까. 20대때 했던 과감한 결정들 때문에 지금의 선택들은 세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난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남들은 도전이라고 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보면 도전도 아니다"
과거의 선택이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배두나는 "후회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안 좋은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좋은 쪽을 찾으려고 한다"라고 긍정적 마인드가 자신의 도전을 이끈 원동력이었음을 밝혔다.
'도희야'에 이어 '주피터 어센딩'의 개봉을 앞둔 배두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외 활동과 국내 활동을 번갈아 갈 계획을 밝혔다. 차기작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해외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