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크고 작은 이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받을 만한 작품(사람)이 받았다는 평가다.
시상식은 축제의 장이지만, 봉투 속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올해 시상식에도 감탄과 한숨이 교차했다. 누군가 박수를 쳤다면, 누군가는 남몰래 땅을 쳤을 것이다.
이번 시상식에서 예상된 결과와 이변의 결과를 나눠봤다.
◆ 적중1 : 보수 장벽 허문 '노예 12년'의 작품상
'노예 12년'의 작품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1월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노예 12년'과 '아메리칸 허슬'은 각각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양분했지만, 이후 열린 영국 아카데미, 런던 비평가협회상, 뉴욕 비평가협회상 등에서는 모두 작품상을 휩쓸었다.
아카데미가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시상식이라 흑인 감독의 영화에 작품상을 줄지가 미지수였다. 그러나 '노예 12년'의 묵직한 메시지는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했다. 한 인간의 굴곡진 삶을 통해 노예제도의 폐해를 꼬집고 나아가 미국 근대사의 치부를 들쳐낸 점에 아카데미 위원들은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노예 12년'의 작품상 수상은 배우 브래트 피트의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록됐다. 제작사 '플랜 B'를 세운 이래 '시간 여행자의 아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머니볼', '월드워Z' 등을 만들어왔지만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자 브래드 피트의 이름이 새롭게 각인된 순간이었다.
◆ 적중2 : 매튜 맥커너히-케이트 블란쳇의 당연한 트로피
올해 남녀주연상 부문의 결과는 다소 싱거웠다. 너무나 두드러진 후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와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랑쳇이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맥커너히는 자신의 치료약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국에서 금지된 약물을 다른 나라에서 밀수해오는 일에 앞장서는 에이즈 환자 론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무려 20kg에 가까운 체중을 감량하며 론이 되어간 맥커너히는 의심할 여지 없는 1순위 수상후보였다.
일각에서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열연을 펼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수상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양분한 것을 제외하면 크리틱스 초이스, 배우조합상 등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은 맥커너히의 차지였다.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 역시 적수가 없었다. 부자 뉴요커에서 빈털터리 이혼녀로 전락한 재스민 역을 맡아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골든글로브를 포함해 대부분의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독식하다시피 해 아카데미에서도 선승이 예상됐다.
◆ 적중3 : '그래비티' 기술상
아카데미가 기술을 앞세운 영화에 인색하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그래비티'가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을 때에도 작품상 수상을 낙관한 이는 많지 않았다. 대신 기술적인 업적에 대한 치하는 당연히(?) 있으리라 예상됐다.
결국 '그래비티'는 촬영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악효과상까지 총 6개의 기술 부문 상을 휩쓸었다. 여기에 알폰소 쿠아론의 감독상까지 더해져 이번 시상식 최다 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비록 작품상은 '노예 12년'에 내줬지만, 실속은 제대로 차린 셈이다.
◆ 이변1 : 최다 후보 '아메리칸 허슬' 무관
'아메리칸 허슬'은 가장 주목받은 후보작에서 가장 초라한 후보작이 되고 말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단 하나의 트로피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과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메리칸 허슬'은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의 연출은 맡은 데이빗 O.러셀 감독은 '파이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을 연이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시키며 시상식과도 좋은 궁합을 자랑했다. 그러나 '아메리칸 허슬'은 그 어떤 부문에서도 선택받지 못했다.
특히 뼈아픈 것은 연기상 부문이었다. '아메리칸 허슬'은 남녀 주연상과 남녀 조연상 부문에 네 명의 배우들을 올려놓았지만, 단 하나의 트로피도 챙기지 못했다. 가장 확률이 높아보였던 제니퍼 로렌스의 여우조연상 트로피도 샛별 루피타 니옹에게 넘어갔다.
◆ 이변2: 아카데미 뮤즈 제친 신데렐라
영화 시상식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신데렐라의 탄생일 것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는 제니퍼 로렌스의 여우조연상 수상 실패다.
그러나 이 이변이 납득가는 이유는 루피타 니옹의 눈부신 열연 때문이다. 니옹은 '노예 12년'에서 목화 농장의 노예 '팻시'로 분해 가슴 서린 한을 실감나도록 처절하게 연기해보였다.
이 작품이 데뷔작이나 다름 없는 니옹은 아카데미 첫번째 도전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것도 '오스카 뮤즈'라 불린 24살의 연기 괴물 제니퍼 로렌스를 제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