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케이윌이 묻습니다, 디제이로서 전 어떤가요?”
#Scene 1
지난 2일 저녁 7시 30분. SBS 파워FM '케이윌의 영스트리트'(연출 이승훈 작가 전진실 등) 생방송을 단 30여 분 앞둔 '신입 DJ' 케이윌의 표정에서는 피곤을 압도하는 설렘이 가득했다. 연말 시상식과 콘서트 일정으로 빠듯한 연말연초를 보낸 케이윌에게 입술이 부르튼 상처는 훈장과도 같았지만 말이다. “제가 언제 고기를 이로 씹어본 적 있던가요?”라며 바쁜 새해를 치망순역지(齒亡脣亦支)의 지혜로 버티는 케이윌과 조우했다.
케이윌이 '영스트리트'를 접수한 건 지난해 11월. '영스트리트'를 이끌던 붐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멘붕'에 빠졌던 제작진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케이윌이었다.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 아는 사람만 안다는 케이윌의 재기발랄한 입담을 떠올린 제작진은 주저할 여유가 없었다. 소위 '땜빵' DJ로 활약하며 여심 깨나 울렸던 케이윌 역시 '고정 DJ'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케이윌의 영스트리트 시대'는 본격 막이 올랐다.
그리고 한달 간 눈물의(?) DJ 인턴기간이 흘렀다. 이 기간은 케이윌이 청년 고용불안을 피부로 느낀 시간일 뿐 아니라, 라디오 DJ에 대한 열망의 진정성을 얻게 된 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케이윌은 다양한 '땜빵' 경력을 마무리 하고 '고정 DJ'란 직함을 처음 얻었다. 케이윌은 “학창시절 노래 좀 한다는 이들에게 라디오 DJ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렇게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며 DJ가 된 소감을 한 줄로 요약했다.
◆ 아래는 케이윌과 나눈 허심탄회한 일문일답.
편의상 기자는 '기', 케이윌은 '윌'로 표현한다.
기 : 소문에는 케이윌 씨가 라디오 DJ에 욕심이 깨나 컸다는 얘기를 들었다. DJ 인턴기간에 올랐던 콘서트 무대에서도 라디오에 관한 얘기를 하곤 했었다는데?
윌 : 콘서트 당시에는 고정 DJ가 확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콘서트장에서 한번 얘기 한 적 있었다. '라디오 하고 싶다'고.(웃음) 마침 당시 콘서트장에 이승훈 PD님이 와 있었다. 그래서 제 기분을 솔직히 얘기한 부분도 있었다.
기 : 그래서 케이윌 씨를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던데
윌 : 사실 임시 직함을 달고 소위 '땜빵'이란 걸 많이 했었다. 연예계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고정 게스트도 많이 했었다. 그 때마다 DJ가 되는 기회를 한번쯤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때마다 잘 안됐다. 이번에는 정말 갑작스럽게 그런 기회가 생긴 거다. 정말 신기했다.
기 : 라디오DJ를 열망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윌 : 저희 세대에서는 라디오DJ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노래 좀 한다고 했던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유희열 선배나 신해철 선배가 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들었고, 야자(야간 자율학습)할 때는 CD플레이어 아니면 라디오가 늘 귀에 꽂혀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는 녹음하기도 하고.
기 : 그렇다면 지금의 케이윌 씨에게 라디오는 어떤 매력이 있나?
윌 : 일단 얼굴이 안 나간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보이는 라디오가 있지만 그래도 TV보다 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다. 가수가 자기 얘기를 할 기회는 예능프로그램이나 이런 인터뷰 자리밖에 없는데, 그런 건 아무래도 나란 사람보다는 노래나 연예인 케이윌에 대한 게 많으니깐 말이다.
기 : 라디오 진행하면서 '아, 이런 순간 참 좋다' 했던 적 있나?
윌 : 라디오는 시대상을 많이 반영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젊은 청취자들의 꿈이나 직업에 대한 사연이 자주 오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 예전 생각도 많이 나고 공감도 된다. 최대한 청취자들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도록, 소위 '뻔한 얘기'가 아닌 내 진짜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렇게 들려줄 때, 조금은 청취자들도 내 마음을 알 수도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궁금하다, 청취자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기 : 반대로 오싹했던 순간은?
윌 : 임시 DJ 3일째였나. 영화 '소녀'의 주연 김시후와 김윤혜 씨가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다. 배우를 만난 경험이 별로 없는지라 모두 '연예인 보는 기분'으로 신기해했다. 두 분 다 말씀이 별로 없으셨다. 표정을 보면 '아, 어떤 생각이구나'라고 난 느낄 수 있는데 청취자들은 그게 아닐테니까. 막막했었다.(웃음)
기 : 초대해보고 싶은 게스트는?
윌 : 갑자기 생각났는데, 로드맨. 데니스 로드맨이다. 북한가서 뭐했는지 묻고 싶다.(웃음)
기 : 라디오는 우리가 몰랐던 케이윌 씨를 아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서 김구라 씨가 피규어를 부러뜨려서 예상치 못한 반응도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생각은?
윌 : 아, 이 얘기 나가면 DJ 얘기가 아니라 '케이윌 피규어'로 제목 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기:맞다. 죄송) 제가 SNS에 '정말 괜찮다'고 올리고 싶어도 또 다른 논란으로 점화될까봐 두려워서 잠자코 있었다.(웃음) 방송을 위해서 정색했던 거다. (김)구라 형도 다 아실 거다. 방송 중 서로 '괜찮다'고 표정으로 인사 했는데, 이후에 너무 큰 논란이 되고 구라 형이 갑자기 방송에서 사과를 하시게 됐다. 깜짝 놀랐다.
기 : 마지막으로, 케이윌은 가수 경력으로는 베테랑이지만 DJ로는 초년병이다. 초년병의 목표는 어디까지인가.
윌 :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밤 10시 이후 프로그램들을 색깔이 정해져 있고 낮 프로그램 DJ들에게도 청취자들이 요구하는 어떤 '덕목'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영스트리트'가 방송되는 저녁 8시는 약간 애매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시간은 조금은 진지함과 통통 튀는 게 섞이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처음엔 아무래도 붐씨가 해왔던 걸 잘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다면 이젠 케이윌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 케이윌이 이 방송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방송이 케이윌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갈길이 멀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훨씬 더 많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글=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