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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 "'신세계'의 다양한 해석?…이게 영화다"(인터뷰)

김지혜 기자 작성 2013.03.18 11:31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396만 명. 전국 20만 관객이 채 들지않았던 데뷔작 '혈투'(2010)와 비교했을 때 두번째 영화 '신세계'의 흥행 성적은 놀라울 만하다. 그러나 박훈정 감독은 "여전히 배고프다"고 말한 히딩크 감독처럼 "더 많은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월 말까지는 상승세였는데, 대학교 개강 때문인지 관객이 많이 빠졌어요. 아...개강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기대해볼 만 했는데...그래도 좀 더 지켜봐야죠."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형사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경찰과 조직이라는 세 남자 사이의 음모, 의리, 배신의 범죄 드라마. 이 작품은 흥행을 저해하는 몇 가지 요소들이 두드러진 영화였다. 해묵은 소재인 조폭을 다룬데다가 만만치 않은 수위 탓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까지 받았다. 하지만, 보란 듯이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하며 18일까지 전국 396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등급 최고 흥행작이었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와 비슷한 속도다.

박훈정 감독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를 집필하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토리텔러로 주목받았다. 수컷들의 야망과 욕망이 충돌하는 냉정한 사회에 대한 직설적인 묘사는 관객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그러나 연출 데뷔작 '혈투'의 흥행 성적은 참혹했다. 그리고 절치부심 끝에 '신세계' 제작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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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에픽 느와르(Epic noir 서사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범죄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나는 개인사가 아니라 어떤 세력이나 조직, 가문에 초점을 맞춰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를테면 '대부'같은 영화 말이다. 한 조직과 가문의 권력이 어떻게 생겨나고 뻗어 나가는지에 대한 장대한 서사가 담긴 에픽 느와르가 우리나라에는 없었다. 그래서 3년전 '신세계'를 구상하게 됐다"

'신세계'는 개봉 초기부터 홍콩의 '무간도'나 미국의 '대부', '도니 브래스코'와 유사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게다가 이 작품이 전체 3부작 중 중간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까지 알려지면서 더욱더 '무간도'시리즈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연이은 유사논란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그런 이야기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나올 줄 알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달라서 개의치 않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영화는 캐릭터의 파괴력과 생명력이 돋보인다. 잠입 경찰 이자성(이정재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골드문의 2인자 정청(황정민 분)과 3인자 이중구(박성웅 분)의 권력 암투가 무엇보다 흥미롭다. 배우들 대부분 생애 최고의 열연을 펼치며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극대화했다. 그래서 영화는 시종일관 배우들의 연기 불꽃이 튄다.

"워낙 베테랑 배우들이라 본인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봐가면서 연기를 해줬다. 편집 할때는 인물들간의 밸런스에 가장 중점을 뒀다. 전체 이야기의 중간 부분인데도 워낙 이야기도 방대하고 캐릭터도 많은터라 덜어내는 것도 고민이 많았다. 지금 상영분은 촬영분의 한시간 이상 편집한 것이다. 있으면 좋기는 하나 없어도 캐릭터 한테 지장이 없다 하는 장면들은 과감하게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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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물 중에서 도드라지는 캐릭터는 여수 출신 화교인 '정청'이라는 캐릭터다. 살벌한 악역이지만, 자신의 식구에게는 깊은 애정을 쏟는 정청은 황정민이 연기하면서 생명력을 더했다. 감독은 정청을 여수 출신의 화교로 설정한 것에 대해 "골드문 내에 두 세력인 재범파와 정청계를 주류와 비주류로 대비하고 싶었다. 범재범파는 대부분 서울 출신이지만, 정청계는 우리나라에서도 소수인 화교 거기에다가 인천이나 부산도 아닌 전라도 여수 출신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속 재발견이라 할 수 있는 박성웅의 기용도 신의 한 수 였다. 박훈정 감독은 "이중구는 매우 중요한 캐릭터였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이 캐릭터가 돋보이면 영화는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중구 역에는 후보가 여러 명 있었다. 외모만 봤을 때 박성웅 씨가 가장 어울렸다. 후보군에 박성웅 씨보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반대했었다. 하지만 잘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밀어붙였다"

이 영화는 감독이 밝혔듯 방대한 서사극 중 중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 시퀄(Sequels:이야기 전개를 이어가는 속편)과 프리퀄(Prequel: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는 속편)을 예상할 수 있는 복선이 적잖이 등장한다.

또 극 안에서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장면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이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느와르는 우리나라에서 잘 안 먹히는 장르니 이야기는 무조건 재밌고 쉽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관객이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반전 코드들이 있지만, 반전으로 쓰지를 않았다. 그냥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쉬운 구조를 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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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석동출(이경영 분) 회장을 죽인 진짜 범인과 이자성 이전에 잠입했던 경찰의 존재에 대해 관객들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자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 그게 재밌는 거다. 이런 게 영화의 묘미 아닐까 싶다"고 웃어 보였다.

"신분이 노출될 위기에 놓인 자성이 강 과장과 나누는 대사에서 또 한 명의 잠입 경찰에 대한 암시가 나온다. 촬영 하면서 그 부분을 관객들이 흘려듣지 않으리라 예측했다. 석동출 회장을 죽인 범인에 대해 다소 황당한 추측도 있더라. 프리퀄이 만들어진다면 그 비밀도 풀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 영화는 처음부터 작은 이야기가 20~30년에 걸친 방대한 서사극이다. 그러나 보니 암시는 되지만, 한편 안에 다 드러나지 못하는 사연이 많을 수밖에 없다"

관객들에게 "엄청나다"고 회자되고 있는 엘리베이터 액션신과 아쉬움으로 지적되고 있는 클로즈업의 빈번한 사용에 대해서도 박훈정 감독은 상세하게 설명했다.

"우리 영화는 의외로 액션신이 많지 않다. 엘리베이터신의 경우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액션 자체에도 드라마를 입히려고 노력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정청이 끌려들어 갈 때가 절정인데,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는 것은 드라마에서 액션으로 이어지는 구다리(신 또는 시퀀스를 일컫는 속어)때문인 것 같다

클로즈업을 많이 쓴 것은 우리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가 인물들의 연기다. 특히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아주 중요했기 때문에 클로즈업을 많이 썼다. 그탓에 답답하다고 하시지만, 클로즈업이 그만큼 안 들어갔으면 지금과 같은 힘이 영화에서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배우들이 극을 끌고 가는 힘을 극대화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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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작품에서 비로소 자신의 색깔을 보여준 박훈정 감독은 충무로의 일급 연출자로 자리매김했다. 느와르 장르라는 국내 미개척 분야를 훌륭히 일궈낸 그에게서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신세계'의 시퀄과 프리퀄 제작에 그가 참여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신세계'의 속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영화가 상영 중이니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설사 속편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내가 꼭 굳이 연출해야 한다고 고집할 마음은 없다. 다른 감독이 연출해도 재밌을 것 같다"

손이 빠르다는 그는 이미 몇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선 굵은 남자영화뿐만 아니라 말랑말랑한 장르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뭐가 됐든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이야기꾼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데가 연출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았기에 세번째 작품도 관객들의 기대작 리스트에 올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bada@sbs.co.kr

<사진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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