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으로 얼룩진 13년…가수의 명예 추락
“후배들에게 심사받는 것? 창피하지 않다”
[SBS SBS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이수영과 조성모의 뺨이 눈물로 젖었다. 크게 흔들리는 법 없던 김현철도 방송에서 처음 눈물을 보였다. 데뷔 17년 차 가수 리아가 '신인'으로 오디션에 참석한 모습에 심사위원석에 앉은 이들의 눈시울은 젖었다. 이 눈물은 상처를 딛고 일어선 리아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 아니었을까.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 출연 중인 리아를 만났다. 리아는 경연곡인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를 준비했다며 긴 헤어스타일과 짙은 화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기타를 멘 예전의 리아를 기대했다면 다소 낯설었지만 강한 눈빛만은 그대로였다. 좋았던 기억까지 삼켜버릴 악몽 같던 연예계, 리아는 왜 날갯짓을 다시 시작했을까.
◆ “마약·청부폭력…리아를 무너뜨린 누명들”
Q. 연예계를 발칵 뒤흔들 사건 이후에 13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그간 많이 힘들었죠.
“상처를 극복하는 데 꼬박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네요.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잠들면 다시 깨는 그런 악몽 같은 날의 연속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공황장애였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시선 때문에 병원을 가보지 못했지만. 한번은 어머니가 돈을 던지며 '소주라도 먹고 오라'고 화를 내신 적도 있어요. 꼬박 1년을 집에만 틀어박혀 폐인처럼 살았거든요.”
Q. 청부폭력, 마약 등 사안이 워낙 컸었기에 파장도 대단했죠. 사건의 진실은 뭔가요?
“마약을 해본 적도 없는 데 1달 동안 경찰서 3곳에서 마약검사를 받았어요. 누군가가 계속 제보를 했기 때문이죠. 여자경찰이 옷을 벗기고 은밀한 신체부위까지 수색했어요. 그리고는 이틀 동안 유치장에 갇혀 있었죠. 4번째 마약검사를 받을 때 이 상황이 덫이란 걸 알았어요. 4번째 마약수사 때는 검사를 받지도 않고 청부폭력에 대해서만 조사받았어요. 누군가 청부폭력범으로 뒤집어씌우려고 저를 마약사범으로 신고한 거였죠.”
Q. 결국 무혐의 판결을 받았는데도 피해자인 리아씨가 숨을 이유가 있었나요?
“전국이 떠들썩한 사건이었는데 제가 무혐의 판결을 받자 기사가 나온 곳은 단 두 군데였어요. 그것도 굉장히 짧게요. 명예는 날개가 부러졌는데. 정말 억울했기에 제 입으로 무혐의라고 외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대는 사라지고 난 뒤였죠.”
◆ 리아를 일으킨 한마디 “당신 노래에 힘을 얻었소”
Q. 정말 답답한 시간을 보냈겠네요. 그럼에도 노래를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요?
“다시는 노래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나마 저를 불러주는 곳은 자선단체들 뿐이었어요. 당시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었는데, 10년 째 매니저 일을 해주는 세 살터울 남동생이 등을 떠밀었어요.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한분이 저를 붙잡고 '당신 노래 덕분에 힘을 얻는다'고 해주셨어요. 그 말이 저를 다시 노래하게 했죠.”
Q. 그래도 상처를 회복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산악인 아버지와 히말라야 트래킹과 오지여행을 다녔고 암벽등반도 했어요. 자연 속에서 억울함이 조금씩 가라앉았어요. 스스로 '교만하진 않았나.'라는 고민도 했고요. 저를 곤경에 빠트렸던 그 사람에 대해서도 용서는 못하지만 잊어야 한다고 결심했죠.”
Q. 굳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복귀를 한 이유는 뭐죠? 리아씨는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보다는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 등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데요.
“사건 이후 2장의 앨범도 내보고 다른 방송에도 출연한 적 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동생과 함께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며 제자들을 배출하면서 보람을 얻으며 생활했지만 무대가 정말 간절했어요. 그 때 만난 게 이 프로그램이었어요.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은 정말 출연하고 싶지만 불러주진 않잖아요. 무대가 찾아주지 않는다면, 무대를 찾아가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 “나를 보고 울던 후배들, 그러지 않아도 돼요”
Q. '내마오' 예선 때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이수영, 조성모, 현진영, 김현철 등 가수들이 눈물을 흘렸어요. 특히 이수영 씨는 “고맙고 감동했다.”고 말했는데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심사위원단을 모르고 올라갔기 때문에 정말 놀랐어요. 이수영 씨는 활동을 중단하기 직전에 갓 데뷔했고, 조성모씨와는 같은 시기에 활동했어요. 손호영씨와 아이비 씨는 그 이후에 나온 후배고요.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이수영 씨가 눈물을 흘렸는데 저 또한 가슴이 먹먹해서 울컥했죠. 노래를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Q. 심사위원단의 막내 아이비 씨와는 데뷔년도가 10년 가까이 차이나는 데요, 까마닥한 후배 앞에서 무대를 평가받는 게 불편하진 않으세요?
“아뇨. 전혀 창피하지 않아요. 어떤 사소한 조언이라도 이제는 정말 감사하게 들을 준비가 돼 있어요. 후배들에게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죠. 후배라고 해도 가요계에서 인정받고 활동한 훌륭한 분들이잖아요. 오늘 아이비의 노래를 준비하면서 이런 곡을 소화한 후배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했어요. 행여 심사위원 분들은 저에게 미안해하진 않으셔도 돼요.”
Q. 이 무대가 리아 씨에게는 꿈의 무대일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리아 씨가 품은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많은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리고 해오던 음악 뿐 아니라 요즘 음악을 통해서도 인정받고 싶어요. 요즘 노래할 때 가장 재밌고 마음이 편해요. 신인 때와는 비교될 수 없는 감정이 생겼죠. 그래도 우승이 목표입니다.(웃음) 먼훗날 '마음이 따뜻하고 노래를 잘했던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결혼계획이요? 당분간 없죠. 한번 실패를 했는데.(웃음) 당분간은 음악과만 사랑할 생각입니다. 응원해주세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