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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몰랐던 김동욱, 그 '맛'을 알았다(인터뷰)

작성 2012.05.30 09:21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후궁:제왕의 첩'(감독 김대승, 6월 6일 개봉)은 조여정의 영화처럼 보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김동욱의 영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관객들은 예상치 못했던, 아니 기대하지 않았던 김동욱의 열연을 통해 '후궁'이라는 파국의 드라마를 보다 밀도 높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내밀하게 들여다본 '후궁'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화연'의 집념만큼이나, 욕정을 갈망하는 '성원대군'의 광기가 돋보인다.

곱상한 청춘스타의 외모에 나이보다 3~4살은 어려보이는 동안의 이미지를 가진 김동욱이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캐스팅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동욱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이 이토록 폭넓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김동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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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원대군은 운명,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

'후궁'은 '번지점프를 하다'와 '혈의 누'를 만든 김대승 감독의 신작이다. 에로틱 궁중 사극을 표방하는 '후궁'은 조여정, 김민준, 김동욱이 출연, 섬세한 심리연기와 파격적인 노출연기를 선보였다. 영화가 공개되고 나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프를 받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동욱이다. 그만큼 그는 영화 속에서 균형잡힌 감정 연기를 펼쳤다.

김동욱은 '성원대군'을 만나기까지 두렵고 떨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후궁'의 시나리오를 읽고 강렬한 끌림을 느꼈지만, 캐스팅이 확정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 그러나 그는 다른 시나리오를 제쳐두고 감독님의 콜을 기다렸다. 결국 '성원대군'은 운명처럼 김동욱에게 다가왔고, 어려운 숙제였지만 기쁜 마음으로 풀어나갔다.

"세 주인공 중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해야 돼', '하고 싶어'라는 마음이 강렬하게 들었다. 몇몇 분들이 '미스 캐스팅'이 아니냐는 말씀도 하신 것으로 안다. 김대승 감독님이 생각하는 성원대군은 화연보다 생물학적 나이도 어리고 정신적으로 어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왕이었다. 그래서 나를 선택하신 게 아닌가 싶다"

김동욱은 촬영을 한 4개월 동안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줬다. 우선 유약한 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7kg가량 감량했다. 그리고 연기적으로도 연약함과 강렬함을 함께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캐릭터 분석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처럼 치열한 자신와의 싸움 끝에 만족스러운 연기를 펼쳤음에도 그는 열연의 덕을 김대승 감독에게 돌렸다.

"감독님은 디테일한 연기 디렉팅을 하지 않으셨다. 대신 인물이 고민할 본질적인 것들을 배우에게 끊임없이 이야기 해주시고, 배우가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나오는 모든 것들을 수용해 주셨다. 그런 감독님의 배려가 나를 '성원대군'에 가깝게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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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궁'은 야해, 하지만 야한게 다는 야냐"

'후궁'은 개봉 전부터 '19금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파격적인 수위의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후궁'은 올해 나온 한국 영화 중에서 노출의 강도가 가장 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후궁'의 섹스신은 노골적으로 보이거나, 야하다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4번의 섹스신 모두 처절한 드라마에 어우러져 에로틱하기 보다는 지독하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노출 수위로만 치면, 관객들의 기대 이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궁'은 야한게 다인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정사신은 캐릭터들의 깊은 감정들이 묻어나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도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낼까에 가장 신경을 썼다. 영화가 나온 지금, 관객들이 그 장면을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

김동욱은 세 번의 농도 짙은 정사신을 연기해냈다. 그중 첫번째 정사신은 성원대군의 불안과 압박이 가장 드러나는 장면. 대비의 지시 아래 중전과 첫날밤을 치르는 성원대군은 궁 안의 모든 사람들이 훔쳐보는 듯한 공포감에 휩싸여 정사를 치른다. 이 신은 영화 속에서 김동욱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명장면이다.

"성원이 정서적 불안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는 신이라 무척 중요한 장면이었다. 중전으로 출연했던 박민정이라는 배우는 학교 후배라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였다. '나중에 함께 작품 하자'라고 이야기 했던 후배와 처음으로 연기하는 장면이 벌거벗고 찍는 신이라 좀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척 중요한 장면이었기에 촬영 전에 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을 이해했고, 실제 촬영에서 너무나 호흡이 잘 맞았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조여정과의 정사신은 무려 3일의 시간을 투자해 촬영했다. 성원대군의 광기와 화연의 욕망이 극에 치달았을 때 등장하는 장면인 만큼 두 배우 모두 감정적으로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영화에서 가장 밀도높은 장면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있다. 하지만 내 바람은 일단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없이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에 대해 판단해주시길 바란다. 분명 예상과는 다른 깊은 감정의 울림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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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야 연기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김동욱의 진로가 연기로 결정된 것은 입시를 앞둔 고3 무렵이었다. 그 스스로 "대학을 가기 위해 연기 공부를 했다"고 말할 정도로 연기에는 큰 열정이 없었다. 그러나 김동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했다. 최근 충무로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선균, 오만석, 이제훈, 김고은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 한예종 출신 배우들은 기본기가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김동욱은 그 들어가기 어렵다는 한예종을 불과 몇 개월 만에 덥석 붙었다.

"한예종이 목표는 아니었다. 단지 고3 시절 가장 먼저 입시가 있는 학교라 지원했는데 덥석 붙었다. 입시를 위해서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도 연기가 재밌지 않았다. 야단맞지 않기 위해 연기하고 학점을 채우기 위해 공부했던 시기가 꽤 있었다"

학교 선배의 제안으로 2004년 영화 '발레 교습소'의 오디션을 응시해 합격했고,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첫번째 상업영화가 됐다. 이후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그는 단숨에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유명세와 별게로 그가 연기에 열정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요즘 들어서 연기의 재미란 것을 찾게 되었다. 내가 해왔던 작품들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들이 투영된 '성원대군'을 연기하면서 내 감정의 폭이 예상치도 못할 만큼 넓어졌음을 느꼈다. '후궁'은 내 스스로에게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게끔 만드는 영화였다. 그래서 힘들었지만, 그만큼 더 재밌었다"

누구나 하나의 재능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김동욱에게 연기는 '우연'처럼 다가왔지만, 그것은 그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후궁'은 김동욱의 연기 생활에 있어서 전기가 될 작품이다. 그동안의 연기가 자신의 이미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기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가 가진 이미지와 능력을 넘어서는 연기를 볼 수 있다. 그의 말대로 배우 김동욱의 능력을 '증명해보일 수' 있는 그런 영화다. 그래서 '후궁'은 그에게 더욱 특별한 영화다.

<사진 = 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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