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긴장과 이완, 스릴러 영화의 연출에 있어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다.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키기 위해 팽팽한 긴장감을 살리고 적시적소에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연출은 남녀 사이에서 소위 말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줄임말. 남녀관의 관계에서 미묘한 심리 싸움을 뜻함.)의 원리와도 같다. 과도한 밀당은 남녀관계를 깨뜨리기도 하지만 적당한 밀당은 남녀관계의 촉매 역할을 한다. 스릴러도 마찬가지다. 시의적절한 긴장과 이완은 관객을 이야기에 몰입시킨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간기남'은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라는 의미를 담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영화는 간통 현장을 덮치러 갔다가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쓴 형사가 살인 미스터리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치정 수사극이다.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박희순이 형사 역을, 연예계를 대표하는 섹시 스타 박시연이 미망인 역을 맡아 팜므파탈 캐릭터를 연기했다.
충무로에 오랜만에 등장한 에로틱 스릴러라는 점에서 '간기남'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간기남'은 도전보다는 답습을, 이야기 보다는 볼거리를 쫓아간 영화다. '원초적 본능'과 '보디히트' 등 과거 성공한 할리우드의 치정극에서 봐왔던 익숙한 전개를 따르며, 여배우의 매력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간기남'은 형사 선우(박희순 분)가 살인 누명을 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미망인 수진(박시연 분)과 감정적으로 엮이면서 기존 에로틱 스릴러의 클리셰를 남발한다. 살인 사건에서 만난 두 남녀는 위험한 사랑에 빠지고 사건의 실마리를 쫓는 과정에서 협력과 배신이 반복된다.
영화 소재는 흥미롭지만 이야기는 너무도 전형적이기에 극적인 하이라이트에 도달해서도 다음 장면은 훤히 그려진다. 스릴러의 외형을 뛴 장르 영화임에도 시나리오의 밀도를 높이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다.
또 형사와 용의자가 펼치는 긴박한 추격신과 배우들 간의 감정적 화화작용이 일어나는 장면들에서는 뜬금없는 유머를 남발해 영화의 분위기를 헤치는 경우도 많다. 긴장과 웃음의 공존은 창의적인 연출이 될 수도 있지만, 수위 조절은 필수다. '간기남'은 이야기와 유머가 유기적인 연결을 맺지는 못하고 있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배우들의 '노출'은 예상보다 수위가 높다. 특히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미망인 역을 맡은 박시연은 가슴 노출은 물론 전라 연기를 불사해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카메라도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박시연의 몸을 노골적으로 비춘다. 이 영화가 내세우는 볼거리의 중심이 박시연이라는 배우에 집중돼있는 탓이다.
그에 비해 남자 주인공인 박희순을 활용한 폭은 넓지 않다. 캐릭터 자체가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해 그의 연기도매력적으로 부각되지는 못했다. 또 이한위, 김정태, 전수경 등 탄탄한 연기력의 조연진을 활용한 폭도 넓지는 않다.
메가폰을 잡은 김형준 감독은 '간기남'을 '원초적 본능'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다. 실제로 '간기남'은 '원초적 본능' 속 남녀 캐릭터와 전개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다. '한국형 팜므파탈의 창조'라는 감독의 포부는 원대했지만, 한가지 간과한 것은 '원초적 본능'은 1992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이다. 트렌디한 개성보다는 옛 공식만을 답습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야기의 밀도가 높은 스릴러가 아닌 볼거리 중심의 오락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간기남'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사진 = '간기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