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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리멤버'VS'자백', 리메이크 대전 "같은 소재, 다른 맛"

김지혜 기자 작성 2022.10.19 13:06 수정 2022.10.24 09:50 조회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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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2022년 상반기 한국 영화의 주요한 트렌드가 '속편'이었다면, 하반기는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다. 재미와 완성도로 주목받았던 해외 영화의 판권을 사들여 한국화 시킨 리메이크작 두 편이 10월 26일 나란히 개봉한다.

이성민, 남주혁 주연의 '리멤버'와 소지섭, 김윤진 주연의 '자백'이 그 주인공이다. 전자는 캐나다, 독일 합작 영화 '리멤버:기억의 살인자'를, 후자는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리메이크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충무로에서 황금 우물처럼 여겨졌지만 따지고 보면 원작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 '형보다 나은 아우' 같은 속편이 많았던 것처럼 하반기 개봉 대기 중인 리메이크 영화들도 재미와 완성도가 준수하다. 무엇보다 각색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리메이크에 있어 난관이 될 법한 설정들을 영리하게 바꾼 것이 인상적이다.

원작을 본 관객들에게 받게 될 '비교평가'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다만 원작인 두 영화는 본 사람보다는 안 본 사람이 더 많다. '리멤버'와 '자백' 모두 독립적인 영화로서 평가받을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리멤버

◆ '리멤버', 친일파 척결 복수극…이토록 통쾌한 직설법이라니

'리멤버'(감독 이일형)는 2020년 개봉한 '리멤버:기억의 살인자'(감독 아톰 에고이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원작은 치매에 걸린 노인 거트만(크리스토머 플러머)이 가족을 죽인 아우슈비츠의 나치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다. 크리스토머 플러머의 탁월한 내면 연기와 강력한 반전으로 영화를 본 관객에게 잊지 못할 잔상을 남겼다.

2017년 데뷔작 '검사외전'으로 900만 흥행 신화를 쓴 이일형 감독이 '리멤버'라는 동명의 제목으로 리메이크에 나섰다. 이일형 감독은 각본 집필에만 약 2년의 시간을 투자해 원작의 한국화에 공을 들였다. 유대인이 겪은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로 치환시켜 새롭게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원작이 한 명의 배우가 끌고 가는 1인 심리극에 가까웠다면 리메이크작은 두 배우가 중심을 이룬 버디 무비로 변화를 줬다. 여기에 통렬한 복수극으로 '친일파 척결'이라는 소재를 풀어냈다.

리멤버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친일파 처단'이라는 소재는 주로 시대극으로 소비해왔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과거의 고통과 아픔을 환기하는 방식을 선택한 '리멤버'는 은유나 상징이 아닌 직설에 가까운 화법을 추구한다. 오랜 준비 끝에 일생일대의 복수를 준비하는 필주(이성민)의 동선을 따라가며 들끓는 감정을 경험하게 하며, 이 시대의 보통의 젊은이를 대변하는 인규(남주혁)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친일파 척결'은 2030 관객에게 다소 고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소재다. 제작진 역시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리멤버'는 장르적 재미를 부각하면서 관객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올라탈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필주가 타는 빨간색 스포츠카는 그의 느리고 노쇠한 몸과 대비되는 동시에 복수극의 아드레날린을 상징하는 도구처럼 활용되며, 조연 배우들을 잘 활용해 이야기에 숨통을 튈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놨다.

개인의 원한과 복수에 초점을 맞춘 장르물처럼 보이지만 말미에 이르면 시대와 민족을 아우르는 역사의 아픔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이성민의 중량감 있는 연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 매 회차마다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 노역 분장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가장 보통의 청춘을 표현해낸 남주혁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모 든 증 가 그 를 향 한 다 10월 26일 대개봉 소지섭, 김윤진

◆ '자백', 치밀한 구성이 매력적인 밀실 스릴러…배우들의 매력적 변신

'자백'(감독 윤종석)은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올 파울로)를 원작으로 한다. 연인 '로라'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 '아드리안'이 단 3시간 안에 자신의 무죄를 밝히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진실을 알게 되는 스릴러다.

2017년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그 해 9월 정식 개봉해 전국 1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치밀한 구성과 정교하게 직조된 반전, 힘 있는 드라마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탈리아, 인도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리메이크됐다.

자백

'자백'은 원작의 장점을 잘 승계하면서도 크고 작은 변화들로 한국판만의 개성을 확보했다.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 양신애(김윤진)와 용의자 유민호(소지섭)의 별장 대화부터 '자백'만의 매력이 드러난다. 진실은 하나지만 자백하고 유추하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가 시시각각 달라지는게 이 작품의 묘미다. 원작의 장점인 구성과 반전의 매력을 잘 살리면서도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감정 변화에 좀 더 공을 들였다.

초중반까지 불륜 남녀가 예기치 않은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진실게임처럼 보이지만 중반 이후 전혀 다른 온도의 드라마를 보여주며 매력을 발휘한다.

자백

반전이 드러나는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를 줬다. 해외 영화라 이질감이 덜했지만, 원작의 설정은 한국 영화에서 소화하기에는 문턱이 높았다. 한국판은 이 설정을 아예 제거함으로써 배우의 부담을 덜어줬고,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데뷔 이래 한 단 번도 스릴러 장르에 도전하지 않았던 소지섭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그간 드라마 속 정형화된 캐릭터에만 이 배우를 가둬두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야누스적 매력을 맘껏 뽐냈다. 표면적으로는 김윤진, 소지섭의 투톱 영화처럼 보이지만 나나, 최광일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 원작을 경험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두 영화 모두 아무런 정보 없이 보길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원작을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길.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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