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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모가디슈', 국뽕도 신파도 없다…블록버스터의 모범 답안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7.29 18:41 수정 2021.07.29 19:04 조회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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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가제는 '탈출'이었다. 다소 직접적인 제목은 '모가디슈'로 바뀌며 환경적 요인이 보다 강조됐다. 또한 소말리아 내전 상황으로 관객을 안내할 것이라는 감독의 의도도 엿보인다.

장르 영화에서 걸출한 연출력을 발휘해온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에 이어 또 한 번 실화 기반의 대작 영화에 도전했다. 시대를 재현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며, 사건을 극화하는 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1991년, 남한과 북한은 UN 가입이라는 목표를 두고 소말리아에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회원국의 투표로 가입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상황. 중립이었던 소말리아의 표를 얻기 위해 한신성(김윤석) 대사와 강대진(조인성) 참사는 동분서주하고, 북한의 림용수(허준호) 대사, 태준기(구교환) 참사와 사사건건 대립하게 된다.

모가디슈

그러던 중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한다. 남·북의 대사관 일행들은 현지에서 고립되고, 조국의 도움마저 요원해진다. 스스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남북의 대사들은 공통의 목표인 '탈출'을 향해 손을 잡는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관객을 소말리아 모가디슈로 안내한다. 모래 바람과 강렬한 햇빛, 검은 피부의 인파들이 넘치는 그곳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봐온 아프리카다.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은 이국적인 공간을 활보하며 어수선했던 1990년대 외교전의 모습을 재현한다.

남북 소재의 영화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이야기와 연출의 클리셰를 극복하기 힘든 소재다. '모가디슈'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실화를 기반으로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았던 남과 북의 연대를 보여준다.

영화는 남과 북의 고루한 이념 대립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다. 타국의 내전으로 인한 '고립'을 이야기 상의 위기 요소로, '탈출'을 카타르시스의 지향으로 삼았다.

모가디슈

'모가디슈'는 모범 답안에 가까운 연출로 남녀노소 보기 좋은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 류승완 감독은 환경을 재현하고 사건을 묘사하는데 공을 들여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진시켜 나간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탈출의 긴박함을 집약한 카체이싱 장면이다. '모가디슈'는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생존이 공통된 목표였던 이들에게 안전지대로 내달리는 그 순간은 더없이 절박하고 간절하다. 영화를 멀찍이 보던 관객들조차도 이 순간만큼은 주먹을 불끈 쥐게 될 것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 20여 분의 시퀀스에 기술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남북 대사관 일행들은 4대의 차를 나눠 타고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하는 모가디슈 한복판을 질주한다. 사방에서 총탄이 날아드는 가운데 인물들은 살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을 보여준다. 이러한 스케일의 촬영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이뤄진 것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도전'이었다는 감독과 배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모가디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물의 쾌감이 큰 영화는 아니다. 첩보물의 속고 속이는 음모전이나 그로 인해 파생되는 쫀쫀한 긴장감을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이 영화는 첩보 스릴러나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남북 소재의 영화에서 익히 봐왔던 신파나 국뽕은 거의 없다. 후반부, 관객의 눈물을 짜낼 수 있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분단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어우러졌을 때 몰랐던 현실이 흩어질 때 비로소 와닿는 쓸쓸하고 아픈 장면이다.

류승완 감독의 전작 '군함도'는 역사적 배경을 활용하는 방식과 시선에 있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실패는 '모가디슈'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맥락 안에서 상황을 세심하게 풀어냈고, 감정을 쌓아가되 섣불리 터트리진 않았다.

실화를 극화하면서 등장하는 뻔한 영웅도 없다. 생사의 기로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들은 두려움을 연대로 극복해나간다. 이는 살아보지 않은 시절과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모가디슈

김윤석은 안정감 있는 연기로 영화를 이끌며, 조인성은 다소 기능적인 역할임에도 맛깔난 연기로 영화에 활력을 부여한다. 허준호의 연기는 묵직하다. 구교환은 개성을 덜어내 배우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관객의 기대를 상회하는 볼거리를 추구하면서, 일정 수준의 감동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블록버스터의 필요조건이라고 봤을 때 '모가디슈'는 모범 답안 같은 영화다.

다만, 대부분의 요소에서 무난하고 안전함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만의 개성이나 색채가 약한 것은 아쉽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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