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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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백두산', 재난 블록버스터의 필요충분조건

김지혜 기자 작성 2019.12.20 11:58 수정 2019.12.20 17:00 조회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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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 김병서)은 올 겨울 극장가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블록버스터 다운 위용을 자랑한다. 영화의 규모와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백두산'은 기대만큼의 완성도와 재미를 선사하며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재난 블록버스터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며 충분한 흥행 공식을 성립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한다. 한반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고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추가 폭발이 예측된다.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해 민정수석인 전유경(전혜진)은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한다.

작전 수행의 총대를 맨 건 전역을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이다.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에 투입돼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과 접선에 성공하지만, 그는 속을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인창을 곤란하게 만든다.

백두산

영화의 출발은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막연한 상상력이었다. '왜'와 '어떻게'를 채운 서사는 배우들과 활약과 풍성한 시각효과가 더해지며 현실화됐다.

감독의 연출력이나 각본의 촘촘함이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다. 200억 원이 넘는 큰 예산이 투입된 영화인 만큼 과감한 도전보다는 안전한 재미를 추구했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와 예상 가능한 전개, 뻔한 결말은 분명한 단점이다.

그 단점을 상쇄하는 것은 배우들이다. 충무로 최고의 배우인 하정우와 이병헌이 만났다. 여기에 최근 기세가 좋은 마동석도 가세했다. 상업 영화 3편의 원톱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는 배우들이 '백두산'을 위해 의기투합하며 강력한 캐스팅 조합을 완성했다.

'강' 대 '강' 대 '강'이 만난 만큼 앙상블에 대한 우려도 적잖았다. 그러나 배우들은 영리하게 제 역할을 인지하며 개인의 욕심보다는 조화에 무게를 실었다.

백두산

충무로 최고의 테크니션 배우인 이병헌은 등장인물 중 가장 입체적으로 설계된 캐릭터에 맞게 자신의 기술을 맘껏 뽐낸다. 전라도와 북한을 오가는 사투리 연기부터 불같은 카리스마와 감정을 실은 드라마 연기까지 보여주며 다채로움에 방점을 찍는다. 이 영화에서 연기로서 관객에게 가장 큰 만족도를 준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홀로 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정우는 힘을 뺀 캐릭터 연기로 영화의 리듬 역할을 담당한다. 조인창은 미사일 해체에 특화된 기술군일 뿐 전투 경험은 거의 없는 초짜다. 오합지졸인 팀을 이끌며 일촉즉발에 상황에 대응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머는 적시적소에 터지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뜨거운 인기의 반대급부로 캐릭터 획일화에 대한 지적도 있었던 마동석은 이번 영화에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힘쓰는 조폭이 아닌 머리 쓰는 과학자로 분한 것. 주먹을 내리고 입담을 걷어낸 마동석은 신선하기는 하지만 활용 측면에서 아쉬움도 남는다.

백두산

2019년 최고의 기대작답게 카메오도 특급이다. 충무로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여배우가 단 한 시퀀스에서 연기의 불을 태웠다. 눈을 의심케 하는 외모 변신에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짧은 출연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백두산'에 재난 블록버스터라는 장르를 부여한 건 연출도, 각본도 아니다. 기술적 완성도의 일등공신인 VFX(시각적 기술효과)다. 이야기와 전개상의 부족한 긴장감까지도 채운다. 백두산이 무너지고 대한민국이 아비규환이 된다는 아찔한 상상력을 와 닿게 하는 건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특수효과 덕분이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꽃을 피운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은 '백두산'으로 진일보했다. 덱스터의 기술력은 이제 해외 어디를 내놔도 빠지지 않을 수준이다. 서울 강남의 빌딩 숲이 무너지는 오프닝부터 백두산이 폭발하는 후반부의 클라이맥스까지 블록버스터가 관객에게 선사해야 할 볼거리를 제대로 선사한다.

상업영화 최고의 미덕은 재미와 볼거리다. '백두산'은 두 요소가 공식처럼 대입되고, 작동한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평균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재난 블록버스터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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