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수)

라이프 문화사회

[인터뷰]이청청, 옷으로 설렘 안겨주는 ‘훈남’ 디자이너

작성 2015.03.19 10:27 조회 3,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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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청

[SBS연예뉴스 | 이정아 기자]매일 똑같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날 나를 구원해줄 옷, 이 세상에서 내가 주인공인 듯 마구 거리를 걸어 다니고 싶은 날 나를 그 누구보다 빛나게 해줄 옷을 만드는 이가 있다. 바로 디자이너 이청청이다.

이름만으로도 왠지 기분 좋은 울림을 주는 그는 2013년 봄 브랜드 '라이'를 런칭하고 미주, 유럽, 아시아권의 다양한 수주전시회에 참가하며 해외 사업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미국 뉴욕 맨하탄 밋팩킹에 위치한 이상봉 플래그십스토어를 비롯해 25개 해외 편집숍에 입점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탄탄하게 초석을 다진 그는 지난해 동대문 두타 1층에 첫 단독 매장을 열고 앞으로도 국내에서 소비자들과 더 많이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멀리서 모델들의 옷을 손보고 있는 훤칠한 남자가 보였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을 살펴보고 있는 그가 바로 디자이너 이청청이었다. 그는 금방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라이' 컬렉션 준비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청청 디자이너는 “잠을 못자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컬렉션 준비를 생각하면 쉴 수가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청청

이번 F/W 컬렉션에 대해 설명 좀 해 달라. 언뜻 보기에도 색깔이 너무나 예쁘다.
“점, 선, 면을 어떻게 분할하고 어떻게 입히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블루나 레드 컬러 등 포인트 색깔을 좀 더 집어넣어서 활기찬 겨울을 전하고 싶었다.”

디자이너들은 늘 시즌을 앞서간다. 현재를 살고 있지만 늘 미래를 먼저 느끼는 기분은 어떤 걸지 궁금하다.
“계절을 앞서가다 보니까 적응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겨울옷을 준비하고 있는데 날씨가 따뜻해진 다거나.(웃음) 그 반대일 경우도 그렇고. 그런데 또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지금 현재 기온에 맞는 옷을 입고 있으니까.”

컬렉션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너무나 바빠 보인다. 보통 쇼를 한 번 준비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원초적인 궁금증과 함께 이번 컬렉션을 통해 듣고 싶은 평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
“글쎄...두 달 반 정도? 중간에 리서치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런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못해도 세 달 정도는 걸리는 것 같다. '라이'에 대해 가장 많이 드는 이야기가 입기 편하면서도 독창적인 색깔이 있다는 말이다. 내 개인적으로도 '라이'는 좀 더 대중적이었으면 한다.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만 '라이'의 그런 색깔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세일즈를 중요시하다 보면 브랜드 자체가 개성을 잃기 쉬운데 그런 점을 경계해 '라이'만의 색깔이 잘 드러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렇게 만나보니 무척 편한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만나기 쉽지 않았던 디자이너, 요리사 등을 TV를 통해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요즘에는 디자이너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졌고 그를 통해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많이들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만큼 대중들과의 스킨십이 중요한 시대인 것 같다. 나도 SNS 등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만남의 기회를 더 만들고 싶다.”

이렇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면 하는 일이 있을 것 같다. 잠깐 시간 났을 때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나.

“영화 보는 거, 여행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 말이 없다. 운동도 좋아하는데 운동할 시간도 없고...요즘에는 시간이 나면 갤러리든지 전시회를 좀 가려고 한다. 언제나 감정이 살아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잠도 좀 많은 편이라 아무리 못자도 여섯 시간 정도는 자야한다. 점심을 빨리 먹고 잠깐 잠깐씩 눈을 붙일 때도 있다.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는데 역시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액션이 가장 좋다. 전시회나 갤러리에 갈 때는 이상봉 선생님하고 갈 때도 있지만(디자이너 이상봉과는 부자지간이다) 분명히 감성이 다른 느낌이 있어서 혼자 가는 것도 좋다.”

이청청

부자지간에 함께 힘을 모아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봉 선생님이 끌어가시는 거고 나는 '이상봉'이라는 브랜드를 잘 만들려는 조력자 중의 한 명이라 생각한다. '이상봉'이라는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견줄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프라다가 있어 미우미우가 있는 것처럼 '이상봉'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라이'를 더 키워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무섭게 그 일을 파고드는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정말 끝까지, 마지막까지 노력을 하신다. 대신 나는 좀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당신의 조언이 무척 중요할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가 재능도 중요하지만 재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버지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또 무슨 일이든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너무 힘들어도 재미가 있어서 계속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흔히들 이 직업이 화려하기만 할 것 같고 그렇지만 진짜 힘들고 디자인만 하고 그럴 수 있는 직업도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좋아하지 않으면 너무나 힘들다. 정말 패션을 좋아해야 한다.”

이렇게 창작을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항상 감각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냐. 그렇게 감각이 무녀지지 않게, 늘 살아있게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전시회에 가기도 하고 감각을 유지하려 노력을 하긴 한다. 나는 잠이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할 때는 런닝 머신에서 뛰고 그러는데 잘 자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짜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막히거나 힘들 때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마음을 다지는 것도 필요하다.”

디자이너이기도하지만 '이상봉'과 '라이'를 이끌어가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두 가지가 워낙 다른 일이다 싶다. 어떻게 이 일을 조율해 나가나.
“경영자로서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한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좋은 브랜드는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회사는 모두가 함께 일을 하는 것이지 않냐. 좋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템포나 이런 것을 조절하려고 노력하는데 너무 안 풀리거나 그러면 일찍 들어가서 쉬기도 한다. 때로는 디자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다.(웃음) 또 때로는 전문적으로 경영을 하는 사람보다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맡은 바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음대로 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질도 생각해야하니까 매번 한 걸음, 한 걸음 잘해야 하겠다 싶다.”

매일 매일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도 '꿈'이라는 단어는 설렘으로 다가오고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사업을 잘하고 싶다는 쪽보다는 '라이'를 조금 더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더 그런 마음이 든다. '라이' 매장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성장해 나가면서 소비자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게 너무나 기분이 좋다. 외국의 유명한 브랜드샵에도 입점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단독 매장도 더 낼 수 있도록 꾸준히 브랜드를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happ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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