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하나의 이야기, 세 명의 감독…박찬욱 감독이 푼 '동조자'의 숙제

김지혜 기자 작성 2024.04.18 17:05 수정 2024.04.18 17:27 조회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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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박찬욱 감독이 두 번째 시리즈물을 연출하면서 두 명의 감독과 한 편의 이야기를 나눠 연출한 것의 주안점을 밝혔다.

18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미국 드라마 '동조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첫 드라마인 '리틀 드러머 걸'(2018)과 달리 두 명의 감독과 에피소드를 나눠 연출한 것에 대해 "저도 이런 방식의 작업은 처음이었다. 연출을 다 하고 싶었지만 에피소드 7개는 좀 무리더라.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일의 진행 상황도 그렇다. 각본을 미리 열심히 써놓는다고 해도 많은 변수가 등장하고 수정해야 할 일이 생긴다"고 운을 뗐다.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의 연출자이자 공동 쇼러너(co-showrunner)로 활약했다. 쇼러너는 총괄 프로듀서 개념으로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 한다. 미국 드라마에서 영화 감독이 연출할 때 흔히 하는 방식이다. '마인드 헌터'를 만들었던 데이빗 핀처 역시 이같은 방식으로 작업에 참여했다.

동조자

'동조자'의 쇼러너인 박찬욱 감독은 7개의 에피소드를 연출할 감독 선정에도 관여했다. 1화부터 3화까지는 직접 연출하고, 4화는 '시티 오브 갓'과 '두 교황'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페르난도 메이렐리스 감독이 연출했으며, 5화부터 7화까지는 영화 '헬프'로 알려진 영국의 마크 먼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 편의 이야기를 세 명의 감독이 나눠 연출하는 만큼 시리즈의 통일성에도 큰 신경을 써야 했다.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제가 각본을 각본가와 함께 썼으니까 통일성은 담보가 되는 것이다. 또한 다른 감독과 미리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연출 스타일을 맞추는 과정이었다"고 언급했다.

4화의 경우 시리즈의 중간이면서도 전체를 통틀어 조금 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고도 귀띔했다. 박찬욱 감독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는 현재 업계에서 저와 가장 반대되는 스타일의 감독이다. 이 분을 모신 건 4화의 이야기가 앞뒤 에피소드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 에피소드는 아주 활기 있는 연출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동조

이어 "5화부터 7화까지를 연출한 마크 먼든 감독에게는 저와 비슷한 스타일을 요구했다. 제가 각본을 쓰지 않을 때는 늘 현장에서 가서 모니터를 함께 하곤 했다. 제가 가장 먼저 찍었으니 제가 찍은 걸 보면서 '이 작품의 스타일은 이런 것이다' 라는 논의를 할 수 있었다. 또한 후반 작업을 제가 하니까 한 사람이 만든 균일한 톤을 만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의 정치적 분열과 혼돈의 역사를 다룬 작품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베트남인도 미국인도 아닌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거리감이 있다"면서 "세대나 인종 등 감정 이입해 동일시할 수 있어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고, 근현대사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다. 단점이기도, 장점이기도 한 저의 정체성을 잘 활용해 만들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소재가 되는 지역, 사건, 역사를 얼마나 진지하게 공부하느냐 중요한 것 같다. 주어진 원작이 있으니, 작가와 많은 대화하면서 의도를 알 수 있었다"며 "제 나름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사람으로의 관점을 넣어서 그 역사 속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을 담고, 영화적인 표현을 구사해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동조자'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과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작품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미국 HBO를 통해 공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쿠팡플레이로 국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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