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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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밴드 넬, 꿈에 살고 꿈을 그리다

작성 2019.10.16 14:33 수정 2019.10.16 16:37 조회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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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SBS연예뉴스 | 강수지 기자] 국내 대표 모던 록 밴드 넬(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이 정규 8집으로 돌아왔다.

넬은 지난 10일 정규 8집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을 발매했다. 약 1년 만에 공개한 신보이자 3년 만의 정규앨범으로, 김종완이 전곡 작사, 작곡했다.

앨범명은 '검정 안에 다양한 색이 있다'라는 뜻이다.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 담아 한 가지 색을 강조하기보다는 각각 다른 색의 곡 9곡을 골라 이번 앨범에 수록, 앨범명의 의미를 완성시켰다.

발매를 이틀 앞두고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카페에서 넬을 만났다. 보컬 김종완은 "정말 열심히, 즐겁게 만들었다.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40~50분 한 음반을 듣는 게 힘든 시대인데, 이 음반을 듣는 분들은 그 시간 동안 음악에 빠져서 들으실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듣는 동안 현실 고민, 잡생각을 그 순간만이라도 잊을 수 있게 되신다면 기쁠 것"이라고 바람을 표했다.

넬은 지난 1월 태국의 한 레지던스 스튜디오를 한 달가량 빌려 이번 앨범을 작업했다.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업 방식은 달라진 점이 없었지만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한국에서 작업했으면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않았을 텐데 그곳에서는 세 끼를 다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웃음). 세 시간 작업하고 15분 온전히 쉬고, 정신적으로 편안했습니다. 그곳에는 미국, 독일 등 각국에서 온 다른 음악인들도 있었어요. 일과가 끝난 늦은 밤, 가든에 올라가서 맥주도 마시고 서로 음악을 들려주며 음악 얘기를 나눴는데,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해서 모여있는 느낌이었죠. 그들에게 받는 에너지도 컸고 재미있었어요."(김종완)

넬

타이틀곡은 '오분 뒤에 봐'다. 어렸을 때 자주 보던 단짝, 동네 친구들과의 만남이 언젠가부터 월중행사, 연중행사로 바뀌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씁쓸한 마음을 노래한 곡이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라는 모토로 곡을 쓰는 넬이 요즘 든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봤다. "듣기 편안하다"라는 이유로 베이스 이정훈이 강력하게 추천해 타이틀곡으로 선정됐다.

"가사는 전화 통화를 연상하게 하는 내용이에요. 1절은 A가 B에게 전화를 거는 내용, 2절은 B가 A에게 전화를 거는 내용이죠. 어릴 적 스위스에서 지낼 때 터키인 단짝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저에게 기타도 가르쳐줬고 참 친했죠. 그 친구가 '5분 뒤에 보자'라는 말을 많이 했었어요. 그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제목을 붙였는데 가사와 잘 맞아떨어졌네요. 특히 작년, 올해는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1년에 1, 2번 친구들을 본다고 한다면, 앞으로 10번도 못 보고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김종완)

넬은 1999년 결성돼 2001년 정규 1집 '리플렉션 오브(Reflection of)'를 발매하며 정식 데뷔했다. 김종완은 "이재경, 정재원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였고, 이정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알게 된 친구"라고 소개했다. 특히 이정훈은 "우리의 호흡은 계속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네 명이 성격이 달라 항상 잘 맞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만 앞으로 오래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특별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팀이 결성되고 초반 3, 4년은 위기가 좀 있었어요. 어렸을 때죠. 그때는 많이 싸웠네요(웃음). 그때 관계가 좀 정리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끼리 항상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하든지, 말든지. 불만이 있으면 하지 말든지'라고 얘기하거든요(웃음). 불만을 이야기하고 타협해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불만이면 해결을 하고, 그렇지 않은 불만이라면 나가라는 입장들이죠(웃음). 할 거면 잘 맞추자는 생각들이에요. 네 명 다 직설적인 편이어서요. 그래서 초반에 그런 조율이 있었고, 이후에는 위기가 없죠(웃음)."(김종완)

"저희 모두 안 좋은 것에 오래 집중하지 않아요. 다투는 것보다는 협업하려는 방향을 취하죠. '약간 찜찜한데?' 싶으면 발전시키지 않고, 서로에게 좋은 것만 발전시키죠."(이재경)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서 이해를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단점이 있더라도 부각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사실 각자 이해심이 커서 오래 같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정재원)

"사실 몰래몰래 '뒷담화'를 해요(웃음)."(김종완) "그래서 자리를 잠시도 비우면 안 돼요(웃음)."(이정훈)

"밴드는 음악적 교류만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슬럼프를 겪을 때 나머지 인원이 그 사람을 다시 끌어올려줄 수 있는데요. 저는 그게 음악만큼이나 밴드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만 같이하자고 하는 밴드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오래갈 수 있을까 싶네요."(김종완)

'스테이(Stay)', '기억을 걷는 시간', '멀어지다', '그리고, 남겨진 것들' 등 여러 히트곡을 남긴 넬이다. 팬들은 넬의 음악을 들으며 저마다 '우울하다' 혹은 '희망적이다', '위로가 된다' 등의 평을 남긴다. 곡의 작사, 작곡을 맡고 있는 김종완은 시간이 흐르면서 '화'가 줄었고, 이와 같은 태도가 음악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 화가 많이 났어요. 실제로도 분노가 굉장히 많은 성격이죠. 20대 때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생활하면서 문화 충격도 많이 받았고요. 들여다보려고 하지도 않고, 들여다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죠. 지금 제가 예전 음악을 들으면 치기 어린 느낌이 많이 들어요. 5집 '슬립 어웨이(SLIP AWAY)' 이후로는 '그냥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구나' 하고 내려놓게 됐죠. 30대 때는 팀 영향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곳에 오래 정착하면서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아요."(김종완)

"종완이가 화를 낼 때마다 저희도 같이 화를 냈죠(웃음)."(이재경)

"저희 곡이 희망적으로 들린다면 다행이에요. 예전에는 곡 작업을 할 때 시원한 맛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작업할 때 좀 힘들어요. 가사도 '그냥 이렇게 돼버렸다'는 식의 내용을 많이 쓰게 됐죠. '그냥 힘들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슬퍼 보여요.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식, 관점이 좀 바뀐 게 아닐까 싶어요."(김종완)

넬

넬은 매 앨범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프랑스 소설가 겸 정치가 앙드레 말로의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처럼, 꿈이란 인생의 원동력이자 인생 전체를 멋지게 채색하기 위한 핵심 재료다. 넬은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새 앨범 수록곡 '꾸는 꿈을 꿈'의 노랫말 '그래도 잊지 마/넌 이렇게 아름답단다/꿈을 꾸는 꿈을 꾸렴/부디 그 마음만은 지켜내길 바래'가 더욱 진심으로 다가온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끊임없이 꿈에 관한 얘기를 해왔어요. 저희 데뷔곡 '스테이'는 음악에 관한 얘기였죠. 저희에게는 음악이 꿈이니까요. 저는 꿈이 없는 삶, 꿈을 좇지 못하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 앨범에 꿈 얘기가 있는 것 같네요. 꿈을 이루면서 살기 힘들고, 꿈을 갖는 것 자체가 힘들 때도 많아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사치인 것 같을 때도 있어요.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그런 것에서 느끼는 허탈감도 음악에 한 번씩 표현하려고 하죠."(김종완)

"제 꿈은 우리 밴드가 매너리즘에 안 빠지고 계속 좋은 음악을 발표하는 것, 그리고 거창한 꿈이 있다면 밴드로서 해외 투어를 다니면서 오래 곡을 발표하는 것이에요."(이재경)

"음악을 잘하고 싶어요. (이재경의 해외 투어 꿈에 덧붙여) 굳이 말씀드리자면 전용기도 타고 싶네요(웃음).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지 않나요?"(정재원)

"저는 이들의 꿈을 함께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꿈이에요. 그리고 예전부터 저희끼리 얘기한 것이 있는데요. 우리가 항상 현재 진행형이라는 마음을 갖는 거예요. 데뷔 1, 2년 차 때, 그리고 올해 1, 2월에 작업했던 느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꿈입니다."(이정훈)

"저는 꿈을 살아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딴생각 안 하고 음악을 재미있어하고,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1순위로 두고 한 단계씩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다음에 전용기도 타면 좋지 않을까요?(웃음)"(김종완)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bijou_822@naver.com, joy822@partn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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