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인천 고시원 폭파 협박 사건···협박범 마음의 문 연 '파란 점퍼' 입은 인물의 정체는?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죽음의 문 앞에서 상대 마음의 문을 열고자 한 이가 있었다.
18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죽음의 문 앞에서'라는 부제로 폭파 협박범 이 씨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했던 이들을 조명했다.
2022년 인천 112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한 남성은 "여기 폭발물이 아주 많아! 가스통 9개에 휘발유도 잔뜩 있어! 내가 진짜 너무 억울해서 다 터뜨려 버리고 싶어!"라며 자신이 있는 고시원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그의 말대로 폭파가 일어난다면 폭파범뿐만 아니라 수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바, 이에 모두를 구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었다.
파란 점퍼를 입은 협상관 임 형사는 폭파범과 협상을 위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인명 피해 없이 사건을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등장한 그는 굳게 닫힌 고시원의 문을 열 수 있을까.
폭파범 이 씨는 52세의 고시원 관리인으로 범죄 경력이 다수였다. 그는 이주비용 8억 원과 고시원을 판매한 대가로 받은 보상금을 가로챈 친구를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이 씨는 10년 전 자신이 운영하던 고시원의 명의를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재건축을 위해 건설사에서 사겠다고 하자 친구가 팔아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는 사실무근. 그의 친구는 정상적인 매매로 이 씨의 소유였던 고시원을 소유하게 되었고 이후 그에게 관리를 맡겼던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씨는 본인뿐만 아니라 고시원에 살던 2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과 함께 농성을 벌였다. 이에 고시원의 출입구 한쪽은 이 씨가 지키고 다른 한쪽은 3명이 지키고 있었던 것.
협상관은 이 씨가 없는 틈을 타 다른 3명과 협상을 시도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건네 이들 중 2명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성공. 이에 경찰은 나머지 한 명인 노 씨 할머니를 구출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고시원에 진입했다. 그런데 이때 이 씨가 등장해 불같이 화를 내며 가스 밸브를 열어 위협해 2명의 남성만 구출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고시원의 철거로 오갈 데가 없어진 3명은 이주비용으로 천만 원씩을 받아주겠다는 이 씨의 약속에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었던 것.
2명의 남성을 구출하며 이제 고시원에 남은 건 노 씨 할머니와 이 씨뿐. 이에 경찰은 강제 진압을 시도했지만 이 씨의 거센 저항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시 고시원으로 향한 협상관들. 그리고 이들은 그 순간 경찰에게 이 씨가 보낸 동영상과 사진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가스통 9개에 휘발유도 있다는 그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던 것.
이에 경찰은 예상 피해 범위를 분석했다. 건물 자체가 붕괴하는 것은 물론 반경 2km까지 피해가 미칠 것이라는 예측에 하루빨리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무려 1주일이 지났고 이 씨와의 협상은 계속되었다. 이 씨와의 라포를 형성해 문 하나를 여는 데 성공한 임 형사. 하지만 여전히 이 씨와 그와의 사이에는 벽이 막혀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 씨가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며 임 형사에게 노래를 틀어달라고 부탁했다. 가수 이재성의 그 집 앞이라는 노래를 요청한 이 씨. 그는 어둠 속에서 임 형사와 함께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임 형사는 노래가 끝으로 갈수록 불안함이 고조되었다. 하지만 이 씨는 노래가 끝난 그 순간,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는 임 형사에게 "형님은 오지 마세요, 몇 명 데려가려고 했는데 형님은 오지 마라"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협상 12일 차, 인도도 차도도 막힌 상황에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그리고 협상 13일 차, 이 씨가 노 씨 할머니가 가스에 중독된 거 같다는 연락을 해왔다. 이에 다시 경찰은 구급대원들과 고시원에 진입하고자 했으나 이 씨는 이들을 믿을 수 없다며 거세게 저항했다.
이에 협상관 임 형사가 다시 나섰다. 그는 여성 구급대원과 위장한 강력팀 여 형사가 함께 올라갔고 이 씨를 설득했다. 그러나 이 씨는 위중한 노 씨 할머니의 상황을 알면서도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소득은 있었다. 노 씨 할머니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스통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낸 것. 가스통과 휘발유는 노 씨 할머니와 함께 고시원 606호에 있었다. 이에 경찰은 조심스럽게 진압을 준비했다.
그리고 며칠 뒤 협상관 임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온 이 씨는 "마지막으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 여기서 끝내려고 한다. 몇 놈 데리고 가려고요"라는 말을 했고 임 형사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는 이 씨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협상 25일째, 또다시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들을 향해 이 씨는 소화기를 뿌리며 거세게 저항했다. 하지만 경찰들 또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그의 거센 저항에도 진압 작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때 협상관 임 형사는 이 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어느 순간 이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임 형사는 "유인하나?"라고 생각했다. 앞서 이 씨가 "몇 놈 데리고 갑니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 것.
결국 협상을 중단하고 시작된 강제진압. 경찰들과 소방관들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진압을 시작했고 물을 쏘며 굳게 닫힌 문을 열던 그때 방 안에 쓰러져 사망한 이 씨와 노 씨 할머니를 발견했다. 특히 쓰러진 이 씨 옆에는 가스통과 토치가 발견되어 눈길을 끌었다.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끝내 이 씨와 노 씨 할머니를 구하지 못한 채 종결된 사건. 이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임 형사는 "죽었네, 끝났네 뭐지? 그때 그 감정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라며 당시 충격으로 눈물을 흘렸음을 고백했다.
또한 그는 "내가 그때 다른 방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면 두 사람이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을까"라며 모든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드러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37건의 위기협상에서 36건의 구출에 성공한 임 형사. 그에게 위기자들이 늘 건넨 말은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두 사람의 죽음 후 고시원 건물은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그리고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며 잊혔다. 이에 방송은 굳게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썼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협상관들은 "위기 상황에서 협상하면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끔 구경거리가 아닌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화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자제해 주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