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TD] '마이클'에게 실망한 당신에게…'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을 추천해요
[OOTD]는 오늘의 착장을 뜻하는 'Outfit Of The Day'를 'Ott Of The Day'라는 약자로 변형한 것으로 '오늘의 OTT'라는 의미입니다. OTT 콘텐츠 추천이나 OTT 주요 이슈 등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마이클 잭슨의 첫 전기 영화 '마이클'이 미국과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에 오르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지만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후하게 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영화가 마이클 잭슨을 힘들게 했거나 그와 갈등을 빚었던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고인이 만족할 만한 영화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쉽사리 긍정하기 어렵다.
전기물을 극영화로 만들 때 가장 큰 한계는 대체할 수 없는 인물을 기성 배우가 '흉내'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마이클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은 최선을 다했다. 분명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다.
애초에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를 재현하는 것, 그의 내면을 추측하는 것 모두 한계가 있고, 관객 역시 온전히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 마이클 잭슨을 발자취를 따라가고 그를 추억하는 데 있어 다큐멘터리 장르만큼 적합한 건 없다.
'마이클'에게 실망한 관객들에게 넷플릭스가 제작한 '팝 역사상 위대한 밤'이라는 영화를 추천한다. '팝 역사상 위대한 밤'은 1985년 발매된 자선 싱글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위 아 더 월드'는 아일랜드 뮤지션 밥 겔도프가 영국 가수들을 한데 모아 결성한 밴드 에이드(Band Aid)가 1984년 크리스마스에 발매한 맞아 발표한 자선 노래 'Do They Know It's Christmas'에 대한 미국 가수들의 답가다. 영국에서 미국으로까지 이어진 이 자선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를 대기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 원조가 잇따르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관용어처럼 쓰지만 마이클 잭슨은 대중 문화계에서 스타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시초 격의 인물이다. 그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대중의 사랑으로 일군 부를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서만 쓰지 않았다. 자선 단체를 만들어 끊임없이 나눴고 베풀었다.
1985년은 마이클 잭슨이 '스릴러' 앨범으로 지구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시점이었다. 가수이자 인권 운동가인 해리 벨라폰테에게 이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은 그는 동료 가수인 라이오넬 리치와 함께 두 팔을 걷었다. 또한 마이클 잭슨의 파트너이자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가 총괄 프로듀서로 나섰다.
자화자찬에 가까운 영화는 제목은 다 보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순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수들의 네임밸류 때문이 아니다. 각자의 개성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하나 되려 했던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시시각각으로 기록돼 있는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위 아 더 월드'라는 결과물로 입증되었다.
선의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주는 건 의미와 명분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거물급 팝스타를 한 자리에 모아 노래를 녹음을 한다는 건 스케줄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프로젝트에 앞장선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 그리고 퀸시 존스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시상식날을 디데이로 잡았다. 당대 최고의 팝스타들이 수상과 시상을 위해 모이는 유일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를 필두로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신디 로퍼, 다이애나 로스, 티나 터너, 폴 사이먼, 빌리 조엘, 케니 로저스, 윌리 넬슨, 휴이 루이스 등 당대를 풍미한 미국의 팝 뮤지션 40여 명이 시상식 직후 LA 도심에 위치한 A&M 스튜디오에 모였다.
녹음실 입구에는 '문 앞에 자존심은 두고 오세요.'(Check your ego at the door)라는 종이 팻말이 붙어 있었다. '에티오피아 대기근 구호 자금 캠페인'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에서 개성과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으라는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따끔한 충고이자 간곡한 당부였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은 'USA for Africa' 기획과 추진 과정을 약 40여 분간 설명하며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하지만,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46명의 아티스트가 한데 모인 시점부터 발생한다. 한 아티스트는 당시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떠올리며 '유치원에 처음 간 날'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슈퍼 E성향의 신디 로퍼와 극 I성향의 밥 딜런이 녹음실 안에서 따로 또 같이 공존하고, 저음의 티나 터너와 고음의 브루스 스프링스턴이 한 노래 안에서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스티비 원더는 넘치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바쁘다. 가수 각각의 개성과 캐릭터를 알고 있는 팬이라면 이보다 더 재밌는 관찰 카메라가 없다. 그날 밤 무질서 속 질서를 하나하나 포착하고 남긴 카메라맨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12시간 동안 스타들의 예민함만 충돌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의 스타였고, 서로의 팬이었다. 그리고 그날밤만큼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다. 다이아나 로스는 녹음이 끝난 아침, "헤어지기 싫다"며 눈물을 쏟는다. 그건 너무 빨리 끝난 역사이자 추억의 한 페이지를 향한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그날 밤 녹음실을 감싼 기운은 터질듯한 뜨거움이 아니라 뭉근한 온기였다.
엄밀히 말해 마이클 잭슨이 주인공인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선의와 천재성은 영화 내내 반짝인다. 무대 위에선 누구보다 화려하고 당당했지만 무대 아래에선 소박하고 선했다. '위 아 더 월드'는 라이오넬 리치와 마이클 잭슨이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지만, 라이오넬 리치는 곡 대부분을 마이클 잭슨이 만들었다고 전했다. 악기를 연주하지 못했던 잭슨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완성했다. 허밍으로 한 소절씩 쌓아올린 아름다운 멜로디는 평화와 화합을 다짐하는 노랫말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팝 역사상 위대한 밤'을 추천하는 이유는 마이클 잭슨의 업적 중 위대한 순간 혹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다룬 기록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에겐 그의 명성을 공고히 해준 수많은 히트곡이 있지만 그가 가장 아꼈던 노래는 다소 의외의 곡이다. 바로 1992년 발매한 8집 '댄저러스'(Dangerous)에 수록된 '힐 더 월드'(Heal The World)다.
이 노래는 기아와 전쟁으로 죽어가는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위 아 더 월드' 프로젝트의 성공이 '힐 더 월드' 탄생의 초석이 됐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