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와일드 씽', 철 지난 유행가인 줄 알았는데 수능 금지곡이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그 영화 재밌어?"라는 질문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재미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이고,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대답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이라는 영화에 그 질문을 국한한다면 이 영화에 대한 대답은 "사랑스러워"다.
'와일드 씽'은 한물간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이 과거의 영광 혹은 내재된 열정을 되찾기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여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Y2K 세대의 추억 소환 영화로 시작해 소동극을 곁들인 로드 무비 형식으로 확장한 뒤 하이라이트로 최종 무대를 선사하는 구성을 보여준다.
관객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전형성은 영화의 단점이지만, 그 단점은 배우들의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통해 상당 부분 상쇄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인 동시에 음악 영화라는 점, 후자에 공을 들인 전략은 성공적인 마케팅과 어우러지며 구전 효과를 낼 것을 보인다.
트라이앵글의 과거 분량이 예상보다 길다. 영화의 오프닝에 해당하는 그룹 결성부터 반짝 인기, 해체까지의 여정에 약 20분가량을 할애했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응원하는 마음'을 주입하기 위한 의도적 배치로 보인다. 다행히도 Y2K 감성을 한껏 품은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의 활약과 무대는 배우들의 찰떡 케미와 어우러지며 풍성한 재미를 유발한다.
배우들의 매력과 활약이 팔할을 차지하는 영화다. 성공적인 타입 캐스팅으로 눈길을 끄는데 그치지 않았다. 배우들의 땀과 노력이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댄스 머신' 황현우로 분한 강동원은 4개월의 춤 연습 끝에 브레이크 댄스, 윈드밀, 헤드스핀 등을 능숙하게 구사하고, '폭풍 래퍼' 구상구를 연기한 엄태구는 라임을 맞춘 어눌한 랩과 은근한 끼를 보여준다. '절대매력'을 자랑하는 메인보컬 변도미로 분한 박지현은 2000년대 걸그룹 멤버 출신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생기 넘치는 끼와 흥으로 '그때 그 시절'의 청량함을 살려냈다.
여기에 오정세가 '만년 2인자'인 발라드 가수 최성곤 분해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느끼하지만 사랑스럽게 구현한 '니가 좋아' 무대와 여러 색깔을 자랑하는 코미디 연기는 오정세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배우와 가수는 '선천적인 끼와 후천적인 노력'을 요하는 공통점이 있는 직업이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전문성을 요하는 롤을 수행할 때 배우들은 트레이닝 수준의 학습을 하는 데 그치지만 네 명의 배우들은 시간과 땀을 쏟은 결과물을 영화에서 몸소 보여준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몰입력과 재미를 배가시키는 건 중독성 높은 음악이다. 영화 내내 반복적으로 흐르는 트라이앵글의 히트곡 '러브 이즈'(Love is)와 최성곤의 대표곡 '니가 좋아'는 친숙하고 감미로운 멜로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랫말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는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중반부터 우연의 남발로 서사를 채우는 한계를 드러내지만 트라이앵글의 흥망성쇠에 감정을 이입한 관객이라면 몰입감을 유지한 채 즐길 수 있다. 감독과 배우가 관객을 현우가 운전하는 낡은 벤츠, 성곤이 운전하는 사냥 트럭에 태워 내릴 수 없는 상태에 만든 것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와일드 씽'은 코미디 영화 치고는 웃음의 신선도와 타율이 높지 않다. 웃음을 의도한 계산된 코미디는 오히려 터지지 않고, 배우들의 매력과 개인기에 기대는 경향이 강하다.
Y2K 복고 감성으로 무장한 '귀르가즘' 영화가 2026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영화의 아이디어가 빈곤한 한국 영화계에 등장한 꽤 전략적인 아이템이라는 점,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땀의 노력물을 내놓았다는 점, 누구나의 꿈을 응원하는 건강한 메시지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 '볼거리'를 응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