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틱붐] 세 천재의 사랑과 고독...연극 '슈만'이 남긴 깊은 여운

작성 2026.02.27 15:43 수정 2026.02.27 15:43

슈만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연극 '슈만'은 화려한 장치보다 인간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 무대 위에 남는 것은 세 예술가의 감정과 선택이었다.

2023년 초연 이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창작극 '슈만'은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로베르트 슈만, 그의 아내이자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 그리고 천재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삶과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1853년 독일 뒤셀도르프. 무명의 젊은 음악가 브람스가 슈만 부부의 집을 찾아오면서 세 사람의 운명은 얽히기 시작한다. 브람스의 연주에 매료된 슈만은 그의 천재성을 단번에 알아보고 제자로 받아들였고, 브람스가 가진 음악적 동경은 곧 클라라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감정으로 번진다. 이처럼 세 사람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연극은 브람스의 음악을 인물의 서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과 자장가 등 익숙한 선율이 장면의 감정선을 밀도 있게 끌어올리고, 인물의 심리 변화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는 조명은 소극장 무대의 한계를 오히려 강점으로 만든다. 9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동안 슈만의 고뇌, 클라라의 헌신, 브람스의 열정과 존경이 빠르게 전개되지만, 음악과 연기가 이를 설득력 있게 이어 붙인다.

슈만

빠른 호흡을 납득하게 만드는 힘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초연에 이어 로베르트 슈만 역을 맡은 박상민은 예술적 열정과 불안정한 정신 세계를 절제된 표현으로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클라라 슈만 역의 정애연은 휘몰아치는 운명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정서를 지탱한다. 브람스를 연기한 오승윤 역시 젊은 천재의 열정과 순정, 스승에 대한 존경과 사랑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안정적으로 풀어내며 극의 균형을 완성한다.

연극 '슈만'은 선택과 책임, 그리고 예술가의 고독이라는 질문을 차분하게 쌓아 올린다. 말년 우울증 속에서 무너져가는 슈만과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클라라의 모습은 사랑과 희생, 예술과 현실이 뒤섞인 복합적인 초상으로 남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역사적 진실과 더불어,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조용하고도 집요한 헌신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한편 연극 '슈만'은 오는 4월 12일까지 서울 더굿씨어터에서 공연된다.

kykang@sbs.co.kr

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