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노바디를 섬바디로"…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의 다음 꿈

작성 2026.02.26 10:56 수정 2026.02.26 10:56

메타코미디 정영준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지상파 공개 코미디를 중심으로 굴러가던 판이 공연과 유튜브 중심으로 옮겨갈 때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등장한 게 바로 국내 최초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였다. 2021년 설립된 메타코미디의 정영준 대표는 "코미디계에 황소개구리인가"라는 질문에 "황소개구리 절대 아니고 개구리 정도"라고 받아쳤다.

숏박스, 피식대학, 김해준, 빵송국 등 현재 높은 주가를 달리는 크리에이터들이 이 레이블에 몸담고 있다. 최근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함께 영역을 넓히는 메타코미디는 또 하나의 실험을 시작한다. 오는 3월, 코미디 아카데미 개원해 개그맨들의 사라진 등용문을 복원하고, 지속 가능한 코미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노바디를 섬바디로 만드는 일"이라는 그의 다음 꿈은 그렇게 구체적인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코미디에 진심인 정영준과의 대화를, 그 특유의 말맛을 살려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요즘 인터뷰 많이 하시죠? 결정적인 이유가 있어요? 혹시 상장…?

"상장은 저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이 하시죠. 언젠가 회사가 조금 더 성장하면 그때 생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그렇고요."

Q. 사옥에 와 보니까 직원 되게 많으신데요. 몇 분 정도예요?
"내일이 월급날인데… 날마다 힘듭니다. 더 많이 주고 싶죠."

Q. 코미디에 되게 진심이시다, 그런 얘기 들었어요. 왜 그렇게 "진심"이게 됐나요.

"저는 사실 '코미디에 진심이다'라는 말 자체가 특이한 말인 게 늘 이상했어요. 음악에 진심, 자동차에 진심, 패션에 진심… 이런 사람들은 즐비한데, 코미디에 진심인 사람은 한국에… 묘하게 없더라고요. 이것도 예술 분야 중 하나이고, 외국에는 제법 있는데, 한국에는 없었어요. 어릴 때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음악에 빠지듯이, 코미디를 접하고 충격도 맞고 탐구하고 그러다 보니 이 나이까지 코미디를 붙잡고 사업까지 하게 된 거죠."

Q. 그럼 어릴 때부터 어떤 걸 보셨어요?

"제가 약간 해적 같은(웃음)… 그러니까 어릴 때 다행인 건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외국 생활 덕에 영어를 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미국 코미디를 보면서 웃을 수 있었고 '프렌즈', '오피스' 같은 시트콤도 많이 봤고요. 대학 때 스탠드업 코미디를 처음 봤는데… 이게 뭔지도 모르고 봤어요. 근데 내가 서서 1시간 동안 농담을 하는데, 1시간인 줄 모르고 깔깔거리게 되는 거예요.
'우와 이게 뭐지?' 막 이러던 와중에, 일본 토크쇼에서 가수들 인터뷰하는 진행자들이 너무 웃겨서 보니 다 코미디언이더라고요.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대학 시절에 일본에 코미디 붐이 불어서 코미디 프로가 미친 듯이 많았고요. 그때 한·미·일 코미디를 진짜 많이 섭취했죠."

Q. 근데 개그맨이 아니라, 산업 쪽으로 가신 것도 좀 특이하네요.

"개그맨이 되겠다는 생각은 진짜 한 번도 안 했고요. 제가 웃긴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노력을 하면 어떻게 돼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웃음) 당시는 건축 공부를 하고 있었고 건축가가 되려 했는데, 저는 약간 '컨셉질'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웃긴 건물은 뭘까, 웃음을 주는 건물은?' 이런 생각도 해보고. 일본 건축 여행 갔다가 요시모토 흥업 공연장을 가봤는데, 공연장이 여러 개 있거든요.

그중 하나를 갔는데 그 건물이 너무 좋았어요. '웃음을 주는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이런 건축적 해석을 하며 코미디를 탐닉하다가, 어느 순간 건축가의 꿈을 버리게 되면서 '이제 뭐 하지' 그러다 CJ ENM에 입사해서 코미디를 배우고"

메타코미디 정영준

Q. 건축이랑 미디어가 비슷한 게 있나요?

"저한테는 큰 디투어(우회)였는데, 나중에 돌아보니까 비슷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스티브 잡스가 대학 때 흥미로 들은 수업이 나중에 애플 맥 만들 때 도움 됐다는 얘기처럼, 건축에서 배운 사고가 '완전히 그대로 갖다 쓰는 건 아니더라도 이쪽에서 쓰일 수 있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비즈니스적으로도요."

Q. 메타코미디는 지금 한국 코미디에서 어떤 위치(주소)에 있다고 보세요? 황소개구리?

"황소개구리"는 진짜 아니고요(웃음) 개구리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메타코미디가 '좋은 시절에, 알맞은 타이밍에 있어줘야 했던' 회사였다고 생각해요. 미디어 변화는 우리가 없어도 갔겠지만, 그 안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고,
저희는 변화 과정 속에서 '촉매제 역할' 정도를 한 게 아닌가. 그래서 지금의 현주소는 촉매고, 앞으로는 변화 속에서 사단을 꾸리면 언젠가 촉매 이상의 역할도? 이 정도의 환상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Q. 미디어 변화는 기회였나요? 알고 하신 거예요?

"'이렇게 변할 거야!' 하며 들어간 건 아니고, 부족을 느꼈어요. 젊은 층이 유튜브만 보는데 '유튜브에 왜 코미디가 없지?'이 결핍을 확실히 느꼈고, '여기서 하면 너무 재밌겠다' 싶어서 해본 거였죠."

Q. 근데 요즘은 콘텐츠를 더 못 보겠죠? 쉬는 것도 일이잖아요.

"진짜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요즘은 쉴 때 콘텐츠를 못 보겠더라고요. 일하는 느낌이니까. 전자책도 못 보겠어서 오히려 종이로 넘기는 고전 같은 게 쉬는 느낌이에요."

Q. 대표님의 인터뷰를 보면서 기존 코미디에 대한 예의, 조심스러움이 느껴졌어요.

"실제로 리스펙트(존경)가 있어요. 저는 코미디언이 아니라 매니징 하는 사람이니까, 이 일을 하는 사람들한테 가장 필요한 건 희극인에 대한 존경심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생각, 노고… 이런 것들을 제가 함부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조심했던 말들이 그렇게 느껴졌을 수 있어요."

Q. 회사 정체성은 뭐예요? 매니지먼트사? 콘텐츠사? 공연사?

"저는 그냥 엔터테인먼트사라고 생각해요. 즐겁게 하기 위한 밸류체인을 하나의 울타리 안에 갖춰 나가는 거죠. 우리도 코미디언을 키우고 스타로 만들기 위한 밸류체인을 갖춰가는 과정이에요. CJ 그만둘 때도 '코미디 사업 한다' 했더니 선배들이 '너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라고 하셨는데 '음악 회사랑 똑같은데 그게 코미디로 바뀐 거'라고 설명했죠(웃음)."

Q. 아티스트 대우가 좋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 철학이 있나요?

"그럴 리가 없는데 불만은 많을 텐데…(웃음) 근데 우리 회사 구성원 중엔 코미디언 리스펙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사람 뽑는 데 오래 걸렸는데, 예전에는 코미디에 관심 있는 지원자가 거의 없었어요. 우리는 '오타쿠'(마니아) 같은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이제는 메타코미디를 보며 대학시절 보낸 세대가 신입으로 들어오면서 '나 코미디 좋아해요'라는 사람들이 뽑히기 시작했고요."

Q.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 몇 개 꼽는다면?

"초기에 회사가 잘 되는 프랜차이즈가 필요했는데, 두 건이 빨리 터졌어요. 숏박스와 다나까상이 잘 되면서 안심이 됐죠. 그 이후 '메타코미디클럽' 같은 콘텐츠가 나오면서 회사가 계속될 수 있었고, 곽범, 이선민, 이재율, 김동하 같은 친구들이 하나둘 피어나더니 요즘 예능 쪽에서 대세처럼 되어가는 걸 보면서 혼자 상상하던 그림이 현실이 되는 걸 볼 때 어마어마한 희열이 있어요. 물론 현실은 매일 시궁창처럼 보내지만… 멀찍이 보면 "아 그때 그거 좋았어" 하며 가는 거죠(웃음)."

Q. 아카데미는 왜 하게 됐고, 어떻게 하실 계획이에요?

"엔터테인먼트는 결국 노보디(Nobody)를 섬버디(Somebody)로 만드는 작업이잖아요. 음악 회사처럼 코미디언도 그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코미디는 공연만큼 잘 배울 수 있는 미디어가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한국은 예전엔 대학로 소극장/극단 같은 경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고, 공채도 공백이 있었고, 코미디 학과도 없어졌고, 동아리도 줄었고… 그래서 코미디를 배울 수 있는 데가 없어졌어요. 코미디도 보컬처럼 훈련하면 유리해요. 발성, 딜리버리, 타이밍, 구조화… 이런 걸 가르치고 배울 환경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나 코미디 하고 싶다'는 기초단계 사람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을 만들고 싶어서 아카데미를 기획했습니다."

Q. 캔슬컬처 시대에 코미디가 금기/불편함을 다루는 문제는요?

"코미디랑 캔슬컬처는 대척점에 있죠. 한국은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면 반대 설전이 오가지 않고 탁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어, 저항 없이 캔슬하기 좋은 환경이라 더 취약한 면이 있다고 봐요. 이 흐름은 어쩔 수 없이 이어질 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재미와 위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계속하는 것 같아요. '위험할 것 같은데 재미가 없다'면 안 하는 게 맞고, '너무 재미있고 셋업/펀치가 완벽한데 위험할 것 같다'면 '한 번 도전해볼까?'가 될 수도 있고요. 커뮤니티 안에서 작은 조절을 해가며 중점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회사가 아티스트에게 선을 정해서 가이드라인을 주나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괄 적용하진 않고, 만든 걸 봤을 때 애매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은 크리에이티브 매니저들을 통해 되게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조절합니다."

Q. 메타코미디가 지향하는 웃음은?

"그냥 진짜 재밌는 거. 성역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코미디는 너무 다양해야 해요. 안전한 코미디도 있어야 하고, 센 코미디도 있어야 하고. 불편한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 웃기려면 '매운맛'이 필요하잖아요. 불닭볶음면도 어떤 사람에겐 고통인데, 그게 '이것만 맛있다'는 사람도 있듯, 각자 원하는 코미디가 있으니 다양한 코미디가 생산돼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온갖 종류의 웃음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은 시궁창처럼 매일 보내는데, 집에 가면서 우연히 뜬 영상 하나에 "와하하" 웃고, 그런 소소한 삶의… 디딤돌… 지팡이… 지팡이는 아닌가(웃음) 어쨌든 그런 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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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