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TD] '운명전쟁49' 도파민은 터졌고, 질문은 남았다

작성 2026.02.21 10:28 수정 2026.02.21 10:28

운명 전쟁49

[SBS 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편집자주> [OOTD]는 오늘의 착장을 뜻하는 'Outfit Of The Day'를 'Ott Of The Day'라는 약자로 변형한 것으로 '오늘의 OTT'라는 의미입니다. OTT 콘텐츠 추천이나 OTT 주요 이슈 등을 전하겠습니다.

재미는 뻔한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 디즈니 플러스 '운명전쟁49'는 그런 면에서 성공했다. 최소한 뻔하지는 않았다. 지난 11일 첫 공개된 이 예능은 한국 예능 지형에서 보기 드문 선택을 했다. 신점, 사주, 타로, 관상 등 이른바 '운명술'을 업으로 삼는 49인을 한자리에 모아 서바이벌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런 구도는 이전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시도였다.

시도는 분명 신선했다. 무속인이 미디어에 등장한 적은 많았지만, 이들을 전면에 세워 경쟁 구조로 엮은 프로그램은 없었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과 두려움을 동시에 자극하는 설정은 강력한 도파민 장치가 된다. "운명을 맞힌다"는 구조는 애초에 긴장과 몰입을 전제한다.

운명 전쟁49

프로그램 속 미션은 자극적이다. "100억원 자산가는 누구인가", "이 망자의 사인은 무엇인가", "서울대 재학생은 누구인가", "이 커플의 이별 이유는 무엇인가." 공개되지 않은 개인의 정보가 퀴즈로 제시되고, 참가자들은 방울을 흔들거나 카드를 뽑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추론한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이지만, 편집은 이를 '적중'의 순간으로 극적으로 부각한다.

흥미로운 장면도 있었다.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인간이 의미를 갈망하는 표정, 점사가 엇갈릴 때의 긴장감. 디즈니 플러스가 앞서 선보였던 '배불리힐스', '더 존: 버텨야 산다'가 화제성을 크게 확보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운명전쟁49'는 분명 다른 길을 택했고 화제성 측면에서는 성공했다.

운명 전쟁49

그러나 질문은 그다음부터다.

프로그램은 시작 전 "개인의 의견과 해석을 담은 예능"이라는 공지를 내보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을까. 질문하고, 맞히고, 탈락하는 단순한 구조 속에서 '믿음'은 매우 손쉽게 생산된다. 적중 장면은 강조되고, 틀린 예측은 빠르게 지나간다. 예능이 반드시 공익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 연출이 사회적 불신을 증폭시키거나 개인의 신념과 트라우마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논란이 된 장면은 2001년 홍제동 방화 사건으로 순직한 고(故) 김철홍 소방교를 다룬 미션이다. 사진과 생시, 사망 시점만 제시한 채 참가자들이 사망 원인을 맞히는 구성은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유족 동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전에 구체적 맥락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프로그램의 윤리 의식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출연자들에게 예약 문의가 급증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는 예능이라는 가상의 구조가 현실 인식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화면 속 서바이벌의 효과는 방송 이후에도 이어진다.

운명 전쟁49

'운명전쟁49'는 우리가 오래 합의해 온 경계선을 건드렸다. 삶과 죽음, 종교적 믿음, 개인의 상실은 예능이 쉽게 소비하지 않던 영역이었다. 금기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설정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이 논란을 단순히 "불편하다"는 감정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우리는 타인의 믿음을 어디까지 엔터테인먼트로 다룰 수 있는가. 방송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프로그램 안이 아니라, 프로그램 밖에 남아 있다.

kykang@sbs.co.kr

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