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 잔나비, 노래가 객석으로 건너온 '합창의 밤'

작성 2025.12.29 14:08 수정 2025.12.29 14:08

잔나비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공연은 이제 '보여주는 무대'를 넘어 '함께 만드는 시간'이 됐다. 연말·연초 콘서트 〈합창의 밤 2026, The Party Anthem〉은 그 진화를 또렷하게 증명한 자리였다.

지난 27~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콘서트에서 최정훈과 김도형은 마치 마에스트로가 된 듯한 모습으로 수천 명의 관객들 앞에 섰다. 잔나비가 직접 지은 '합창의 밤'이라는 이름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겨울 파티형 콘서트라는 콘셉트를 품고 있다.

잔나비

〈나의 기쁨〉, 〈서프라이즈〉, 〈꿈나라 별나라〉, 〈샹들리에〉로 이어진 초반부는 잔나비 특유의 서정과 환상을 단단하게 쌓아 올렸고, 〈거울〉, 〈슬픔이여 안녕〉에서는 감정의 결을 낮추며 숨을 고르게 했다. 가족 단위 관객을 떠올리며 선곡했다는 〈마더〉, 12월의 정서에 맞게 개사한 〈가을밤에 든 생각〉은 연말 공연의 의미를 또렷하게 새기는 세트리스트였다.

봄·여름에 진행된 〈모든 소년소녀들〉 2025에서 객석과 화음을 나누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그 실험을 아예 공연의 중심에 놓았다. 관객 다수가 미리 연습해 온 듯한 'she'는 삼중주 합창으로 완성됐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날 공연에서 유독 인상적이었던 건 거리감이었다. 김도형은 "콘서트를 하면서 오늘이 가장 가까운 것 같다"고 했고, 최정훈은 "정신 차리면 내년일 수 있다"며 이 밤의 밀도를 강조했다. 실제로 체감되는 친밀감은 물리적 거리 이상의 것이었다.

잔나비

공연 중반부에는 잔나비의 '지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명을 다해가는 기타로 연주한 〈오 뉴욕시티〉, 즉흥으로 꺼낸 〈돌마루〉를 부른 뒤 최정훈은 "이번 앨범을 만들며 내가 조금 어른이 되었나 생각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불안정하다"고 고백했다. 그 말 뒤에 이어진 〈꿈과 책과 힘과 벽〉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완성이 아니라 질문의 연속임을 담담하게 노래했다. 잔나비의 음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이런 솔직함에 있다.

후반부는 다시 합창의 시간이었다. 〈사랑의 이름으로〉,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을 지나 〈전설〉로 이어지며 공연의 온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백관우 연주자의 색소폰과 플루트가 어우러진 〈Together〉, 그리고 〈I Will Die For You〉까지 관객들과 음악으로 호흡했다.

잔나비

2025년, 잔나비는 그야말로 '열일'했다. 봄·여름 콘서트 8회, '사운드 오브 뮤직 pt.2 : LIFE'과 '사옵뮤 외전: 여름방학 에디션!'의
발매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그 시간은 공연의 완성도로 증명됐다. 무대 운영은 더욱 매끄러워졌고, 관객 참여는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합창'이라는 방식으로 관객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태도는, 잔나비가 공연에 대해 한 뼘 더 어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내년 1월 3일(토)과 4일(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1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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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