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그알'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전말···20년 만에 밝혀진 범인, '엽기토끼 사건'과 연관성은?
[김효정 에디터]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다.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B2, 괴물을 보았다 - 2005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전말'이라는 부제로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을 재조명했다.
지난 2005년 6월, 서울 신정동의 한 주택가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한 여성의 시신이 쌀 포대에 싸여 버려져 있었던 것.
피해자는 전날인 현충일에 병원에 다녀온다며 외출한 후 행방이 묘연해진 20대 권 양이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11월, 또다시 신정동의 주택가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피해자는 바로 전날인 일요일 오후 귀가하던 길에 사라진 40대 주부 이 씨였다.
휴일 대낮 신정역 근방에서 사라진 뒤 시신으로 발견된 두 사람은 모두 목이 졸려 사망해 포장된 형태로 유기되었다. 이에 수사기관은 동일범의 소행을 의심했으나 범인을 특정할만한 단서가 부족해 20년째 미제로 남았다.
그런데 지난 2020년 미제 사건팀이 해당 사건을 재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두 사건의 유류품에서 동일한 남성의 DNA가 검출되었다. 이에 수사기관은 23만 명의 수사대상을 대상으로 DNA 대조 과정을 진행했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힘든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무려 4년간 1,514명의 유력한 용의자 DNA를 대조했고 그러던 중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또 하나의 용의자 검체를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긴급 감정을 의뢰했고 2개월 후 그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검체는 신정동 연쇄 살인 사건의 현장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했던 것.
이에 신정동 Y빌딩의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당시 60대 장 씨가 신정동 연쇄 살인 사건의 피의자임이 드러났다. 사건 발생 20년 만에 진실이 밝혀진 것.
180이 넘는 신장에 건장한 체격의 장 씨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나이에 맞지 않는 탄탄한 체격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20년 만에 드러난 진범은 이미 사망한 지 10년이 지나 아쉬움을 자아냈다.
초기 수사 당시 단 한 번도 용의 선상에 오르지 않은 장 씨. 이에 방송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수소문해 그에 대해 물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그가 성격이 깐깐하고 주민들과 말다툼도 벌인 적이 있다며 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이웃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2006년 신정역 주변에서 납치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엽기토끼 사건. 범행 수법이나 범행이 일어난 위치 때문에 엽기토끼 사건과 신정동 연쇄 살인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이 아닐까 추측했다.
하지만 20년 만에 신정동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드러나며 엽기토끼 사건은 해당 사건과 무관함이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생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장 씨의 또 다른 범죄가 2006년 2월에 발생했고 곧바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방송에서 언급되었던 엽기토끼 사건은 그해 5월에 발생한 사건으로 그 시기는 장 씨가 수감 중이었기 때문에 장 씨가 엽끼토끼 사건의 피의자는 아니다는 결론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20년 만에 신정동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고 제작진에게 제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자신이 신정동 연쇄 살인사건의 생존자라는 것. 특히 그는 장 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의 피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겪은 일이 신정동 사건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다는 피해자. 하지만 올해 6월에 서울청 미제사건 담당 형사의 연락을 받고 자신이 신정동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2020년 신정동 사건을 수사하던 미제 사건팀은 양천경찰서에서 2006년 발생한 한 사건의 기록 일부를 발견했고 신정동 사건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
해당 사건은 한 건물의 관리원이 피해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하려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이었다. 휴일, 주간 시간대, 여성 상대의 성범죄라는 키워드를 확인한 수사관은 사건의 실체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2006년 2월 26일, 휴일에도 문을 여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한 건물에 방문한 피해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병원의 문이 닫힌 것을 확인했다. 이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고자 하던 순간 관리인 옷을 입은 인자한 인상의 남성과 마주쳤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이 남성은 1층에 문이 잠겨있다며 지하 2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런데 지하 2층에 내리는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한 피해자. 1층으로 돌아가겠다는 피해자를 향해 칼을 꺼내며 돌변한 남성은 바로 장 씨였다.
그는 피해자를 성폭행하고자 했고 피해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처절하게 저항했다. 죽을힘을 다해 난간을 잡고 버티다가 장 씨가 균형을 잃은 순간 틈을 타 도주한 피해자는 1층으로 달려가 유리 현관문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행인들이 몰려들였고 어느 순간 문이 열리며 피해자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 상인들의 신고로 장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강간치상으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살았다.
전문가는 "범죄자들은 자기의 주거지나 직장에서 범행을 하지 않는다. 자기 얼굴이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장소에서 강도 성폭행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며 "과연 피해자를 살려 보낼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는지, 이것은 또 다른 범죄를 위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를 유인해서 원하는 장소까지 납치하는 방식이 1, 2차에도 똑같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확인 결과 1, 2차 피해자들 모두 장 씨가 관리인으로 근무했던 건물에 있는 병원에 방문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권 양의 경우에는 병원에 간다며 집을 나섰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장 씨는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서 하루 종일 혼자 근무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전문가는 "이 범인은 찾아다니는 사냥꾼이 아니라 덫을 놓고 기다리는 범죄자이다. 피해자는 들어와 있고 출입문만 닫으면 완벽한 방탈출 게임 같은 게 되는 공간적 특성이 있다. 범인에게 이 건물은 자기만의 공간, 완벽한 놀이터가 됐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는 지하 2층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이유가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며 그곳에 많은 흔적들이 남아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수사관들도 이 점에 주목했고 해당 건물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하 2층은 사망한 피해자에게서 나온 모래 성분, 곰팡이 성분과 환경적으로 유사한 성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신정동 사건에서 사용된 노끈과 꼬임이 비슷하거나 색깔이 비슷한 노끈도 발견되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시신이 유기된 장소가 과거 그가 경비원으로 근무해 지역 지리감을 잘 알고 있던 지역으로 밝혀졌고, 혼자 타고 다니는 승용차도 있어 승용차를 이용해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조사를 통해 교도소에서 노역을 할 당시 장 씨가 끈을 잘 묶었다는 재소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리고 두 번의 살인사건에 대해 범인 당사자만 알 수 있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되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는 장 씨가 시신을 쓰레기 버리듯 버린 것은 다음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리고 죄책감이 없는 범죄자로서 현행범으로 검거되지 않았거나 사망하지 않았다면 좀 더 범죄 이력을 쌓아갔을 것이라며 "알 수 없는 암수 범죄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성범죄 이력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3차 사건 이후에 또 다른 범행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그가 징역형을 받은 것이 강간치상 사건 때문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잦은 절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전문가는 "반복된 절도 범죄를 하면서 거기에 민감하게 발달했을 거다. 어떻게 하면 들키고 어떻게 하면 노출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을 거다"라고 했다.
현행범으로 체포 당시 놀라지도 않고 무던한 표정을 지었다는 장 씨. 전문가는 "도시 한복판에 한 사람에 의해 완벽히 통제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다. 이 부분이 이 사건이 미제로 빠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제 사건의 해결에도 씁쓸한 수사관들. 그들은 법정에 범인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며 씁쓸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유가족들의 울분을 달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아쉬워하며 천국이 아닌 지옥에서 그가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무겁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