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수감 생활에서 모티브?…'그저 사고였을 뿐', 영화 같은 이야기의 시작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이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수감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던 '바히드'가 자신을 지옥으로 이끌었던 남자를 어떤 소리로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복수극이다.
제78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선정작으로 공개 이후 해외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최고작", "자파르 파나히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등의 극찬을 받으며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을 달성한 감독은 영화 역사상 네 명뿐으로, 현존하는 감독 중엔 자파르 파나히가 유일하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두 번째 수감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7개월간의 수감 생활 동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들의 목소리와 기억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단순한 개인적 증언을 넘어 감옥에서 만난 이들의 삶을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은, 한 남자가 자신을 고문했던 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다. 이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인 상황은 관객을 곧장 복수와 정의, 분노와 용서 사이의 격렬한 갈등으로 끌어들인다.

영화는 또한 최근 이란 사회를 뒤흔든 '여성, 삶, 자유(Woman, Life, Freedom)' 운동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를 걷거나 목소리를 내는 모습으로 담겨 있는데, 이는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란의 변화를 스크린에 옮긴 것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번에도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비밀리에 '그저 사고였을 뿐' 촬영을 진행했으며, 현장에서 사복 경찰들의 압박을 받는 등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끝내 카메라를 멈추지 않았다. 배우들 역시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도 실명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시작된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은 10월 1일, 전국 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