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사고였을 뿐' 자파르 파나히는 유일무이…현존하는 '트라플 크라운' 달성 거장

작성 2025.09.25 18:27 수정 2025.09.25 18:27

자파르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제7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이 10월 1일(수) 전 세계 최초 개봉을 앞둔 가운데,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달성한 '트리플 크라운' 기록이 눈길을 끈다.

이란을 대표하는 거장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프리미어 이후 만장일치 찬사와 호평을 받으며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으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써클, 2000년)과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택시, 2015년)에 이어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 석권이라는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전 세계 감독 중 네 번째에 해당하며, 현존하는 감독 중에는 유일하다.

자파르 파나히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995년 데뷔작 '하얀 풍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최고의 신인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일찍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 '거울', '써클', '오프사이드' 등 일련의 작품들은 여성의 권리, 사회적 억압, 자유에 대한 열망을 꾸준히 다뤄왔고, 그 과정에서 수차례의 금지와 탄압, 그리고 두 번의 투옥을 겪었다.

2010년에는 영화 제작, 인터뷰, 출국을 금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파트 내부에서 촬영한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은밀히 제작한 '닫힌 커튼', 그리고 택시 안에서 촬영한 '택시'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2010년부터 이어져 온 제작·여행 금지 조치가 공식적으로 해제된 이후 올해 처음으로 칸영화제 현장을 직접 찾았다. 그는 2003년 '붉은 황금' 이후 22년 만에 칸 레드카펫에 서며, 오랜 억압을 이겨내고 '그저 사고였을 뿐'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으로 "이제 전 세계, 이란 내부와 외부에 있는 모든 이란인 여러분께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제발 모든 문제와 차이를 내려놓읍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조국, 그리고 그 조국의 자유입니다. 우리 함께 힘을 합칩시다. 아무도 우리에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감히 지시할 수 없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던 '바히드'가 자신을 지옥으로 이끌었던 남자를 어떤 소리로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복수극. 이란의 히잡 시위가 남긴 상처와 트라우마를 반영한 각본으로 거장의 너른 시선과 관록의 연출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작이다.

영화는 오는 10월 1일, 전국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