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프랑스 대표로 오스카 레이스 치르는 이유

[SBS 연예뉴스 | 해운대(부산)=김지혜 기자] 이란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프랑스 대표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하게 된 사정을 밝혔다.
18일 오전 부산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어제 오스카 레이스에 참여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란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타 영화제 출품은 상관없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우 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프랑스 영화로 오스카 레이스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던 '바히드'가 자신을 지옥으로 이끌었던 남자를 어떤 소리로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복수극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이로써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베니스, 베를린, 칸 그랑프리를 석권한 감독이 됐다. 역대 4명 밖에 없는 진기록이며, 현존하는 감독 중에서는 유일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올해 가장 뛰어난 수작 중 하나로 평가받은 '그저 사고였을 뿐'의 오스카 레이스 참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내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상(외국어영화상)은 물론 작품상 노미네이트도 노릴 수 있는 작품이다.
관건은 이란 정부의 허가였다. 국제장편상의 경우 나라를 대표해 단 한 편만 출품할 수 있다. 결국 '그저 사고였을 뿐'은 이란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의 현실을 다룬 영화를 제작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오랜 탄압을 받아 왔고, 이 작품은 2022년 그가 구금을 벗어나 어렵게 완성한 신작이었다. 프랑스와 이란의 합작 영화인 '그저 사고였을 뿐'은 결국 프랑스 대표로 오스카 레이스를 치르게 됐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아직 아카데미 시상식 어느 부문에 출품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아카데미도 영화 제작자가 영화를 출품하는데 있어서 정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돼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됐으며,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안았다.
<사진 = 백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