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매기강·강동원·손석희·은희경, 부산영화제 온다…행사명은 '백지수표'

작성 2025.08.22 11:10 수정 2025.08.22 11:10
봉준호X매기강X강동원X손석희, 부산영화제 온다…행사명은 '백지수표'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30회를 기념하여 특별기획 프로그램 '까르뜨 블랑슈'를 선보인다.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는 프랑스어로 '백지수표'를 뜻하는 말로, 누군가에게 제한 없는 선택의 자유를 부여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처음으로,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 주최하여 국내외 영화∙문화계 명사들이 직접 선정한 추천작을 상영하고, 작품에 얽힌 경험과 깊이 있는 감상을 관객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명사들의 시선을 통해 작품을 재발견하는 특별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이번 '까르뜨 블랑슈'에는 봉준호 감독, 매기 강 감독, 강동원 배우, 은희경 소설가, 손석희 언론인 등 오늘날 대한민국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문화계 명사 다섯 명이 참여해 각자의 애정이 담긴 작품을 소개하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 봉준호 감독 X '유레카' 아오야마 신지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2020년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미키17'을 통해 특유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확장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유레카'(2000)를 선택했다.

2000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유레카'는 비극을 겪은 이들이 떠나는 치유의 여정을 통해, 아오야마 신지 감독 특유의 섬세한 심리 표현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조용히 다가와 천천히 스며들고, 마침내 가슴속 깊은 곳까지 뒤흔드는 정서적 울림. 이제 우리 곁을 떠난 아오야마 신지의 걸작"이라는 애정 어린 추천사를 보내주었다.

◆ 매기 강 감독 X '괴물' 봉준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단숨에 전 세계를 '케데헌 앓이'에 빠뜨리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입증한 창의적 연출가 매기 강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을 택했다.

매기 강 감독은 "'괴물'을 보기 전에는 한 영화가 그렇게 많은 분위기를 오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이 영화를 통해 여러 가지 분위기가 하나의 영화 속에 공존할 수 있다는 것과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라며 자신의 영화 세계에 깊은 영향을 끼쳤음을 밝혔다.

◆ 강동원 배우 X '전우치' 최동훈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강동원은 자신이 출연한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인 '전우치'(2009)를 선정했다.

'전우치'는 고전 소설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며, 조선에서 봉인된 도사가 현대 서울에서 펼치는 유쾌한 활극 액션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강동원 배우는 "많은 분이 '원조 k-히어로물'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작품인 만큼 오랜만에 큰 스크린에서 함께 즐기고 싶다"라며 기대를 밝혔다.

봉준호X매기강X강동원X손석희, 부산영화제 온다…행사명은 '백지수표'

◆ 은희경 소설가 X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미야케 쇼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온,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 은희경 소설가는 미야케 쇼 감독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을 선택했다.

202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선천적 청각장애를 지닌 복서 케이코가 겪는 심경의 변화를 그린 작품으로, 세밀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으로 손꼽힌다. 은희경 소설가는 "침묵에 집중하고, 허공 한가운데에 쓰고, 그리고 상처를 준 사람끼리 강가에서 인사를 나누는 영화"라며 작품을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 손석희 언론인 X '뜨거운 오후' 시드니 루멧

오랜 기간 대중의 신뢰를 받아온 대한민국 대표 언론인 손석희는 시드니 로멧 감독의 '뜨거운 오후'(1975)를 꼽았다. 무더운 여름날, 뉴욕에서 성전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은행 강도를 벌인 두 사람의 절박한 상황과 사회적 갈등을 그린 긴장감 넘치는 범죄 드라마로 복잡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현실을 현장감 있게 담아낸 영상미가 돋보이는 명작이다.

손석희는 "올해로 개봉 50주년이다. 실화, 사회적 소수자, 비극, 그리고 미디어에 대한 통렬함 그래서 당시엔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그러나 봐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은 영화. 무엇보다도 알 파치노다"라고 특별한 소재와 강렬한 배우의 존재감 또한 선택의 이유로 꼽았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까르뜨 블랑슈'를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이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 17일(수)부터 9월 26(금)까지 10일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원에서 개최된다.

ebada@sbs.co.kr

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