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Y] 잔나비의 11년, 체조경기장에 담았다...앵콜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125'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잔나비가 마침내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의 문을 열었다. 지난 2~3일 열린 단독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125>는 단순히 잔나비의 체조경기장 입성의 의미가 아니었다. 이 무대는 홍대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잔나비의 음악이었고, 그 과정을 함께한 팬덤 '몽키호텔'과의 찬란한 시간의 기록이었다.
공연의 문을 연 잔나비는 "이런 무대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입니다"라고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멤버 김도형은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이 잘 없는 편인데… 오늘 이 자리에서 말만 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공연으로 마음을 전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보컬 최정훈은 "제가 오늘 꼭 도형이를 울려보겠다."라며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무대 위 잔나비는 울지 않아도 울리는 존재였다. 관객들은 잔나비의 등장과 동시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무대 위 첫 조명이 떨어지는 순간 체조경기장은 하나의 거대한 스탠딩장이 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단 세 곡을 부르기도 전에 두 멤버의 정장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하고 싶은 거 다 하겠다"며 폭염보다 뜨거운 열기로 무대를 채워갔다.
잔나비는 데뷔 11년 만에 인디 밴드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콘서트 업계의 상징인 체조경기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그들의 정체성은 여전히 '인디'를 추구했다. 상업성과 화제성에 휩쓸리기보단 자신들의 취향과 이야기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태도는 잔나비의 '인디'가 장르가 아니라 '정신'임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였다.
공연 중간, 멤버들은 과거 페이스북 라이브와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버스킹 공연을 알리던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두 사람은 그때 그 의상 그대로 입고 회전 무대에 섰다.
최정훈은 "델리스파이스 선배님의 노래를 부르면서 저희 곡을 섞어 홍보했어요. 요즘 말로 '영업'이었습니다."라며 잔나비의 '처음'을 기억했다. 팬들에게도 추억은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최정훈의 이 말은 그 어떤 연출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화려한 특수효과 없이, 오로지 음악과 목소리만으로 1만 5000석을 채웠다.

잔나비는 음악을 통해 그 질문에 대답했다. '외딴섬 로맨틱',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등 대표곡은 물론, 리믹스와 스트링 편곡을 더한 새로운 무대 연출은 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다시금 체감하게 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잔나비는 공연장 밖까지 신경 썼다. 무상 수리존, 팬 전용 쿨링 휴식존 등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함께 있는 시간 자체'를 배려한 구성으로 인상 깊었다. 이는 잔나비 공연의 진짜 매력을 상징했다. 규모가 아닌 '세심함', 진심이 묻어나는 디테일이었다.
잔나비는 단지 체조경기장에 입장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했고, 또 그 길을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잔나비가 이번 공연에서 벅찬 감정을 느꼈던 이유, 이 공연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했다.
"체조경기장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기쁜 게 아니에요. 어떤 무대에 있든 우리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이런 장소에서 관객분들에게 잔나비의 무대를 들려드릴 수 있다는 게 저희는 너무 행복한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