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하지 절단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사투···'모세의 기적'을 일으킨 그날

작성 2025.06.20 07:10 수정 2025.06.20 07:10
꼬꼬무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모세의 기적이 그날에도 일어났더라면

19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시간과의 사투 - 운명을 건 6시간'이라는 부제로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던 그날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SBS를 통해 방영되었던 '심장이 뛴다'는 연예인들이 각지의 소방서에서 소방관들과 함께 근무를 하며 체험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배우 박기웅은 강남 소방서에서 소방관들과 함께 여러 현장을 다니며 체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구조 요청이 왔다.

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전남 목포에서는 한 가족이 어머님의 생신을 맞이해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출발 얼마 뒤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이들이 탄 차량이 영광 2 터널을 막 빠져나오던 순간, 전복된 차량을 발견했다.

이에 운전자는 급히 핸들을 꺾었고 가드레일에 부딪힌 뒤 멈췄다. 다행히 다친 곳 없이 무사했던 가족들. 그런데 이때 운전자의 아내 종순이 급하게 도로로 뛰어 나갔다. 도로 위에 아이들이 서있었기 때문. 서둘러 아이들을 챙기던 그때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차량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난 것. 이에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그중 종순 씨도 있었다.

뒤에서 미끄러진 차량이 종순 씨의 남편 지호 씨가 운전하던 차량을 들이받았고 이때 종순 씨가 충돌하는 차량 사이에 끼어 버린 것. 그리고 이 충격으로 종순 씨의 다리가 두 동강 나버렸다.

지호 씨는 종순 씨를 급하게 차 뒤에 눕히고 바닥에 절단되어 떨어진 다리를 챙겼다. 그리고 딸은 종순 씨가 정신을 잃지 않게 하려고 계속 말을 걸었다.

1988년 결혼해 1남 1녀를 이룬 종순 씨는 당시 유치원 원장님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에 무엇보다 아이들을 걱정하며 먼저 챙겼던 것.

1분 1초가 한 시간 같던 그때 구급차가 도착해 종순 씨를 전남 영광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런데 해당 병원에서는 응급처치 후 절단 부위를 붕대로 감는 것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접합 수술을 위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라고 했다.

하지 절단 환자의 골든타임은 6시간, 이때부터 시간과의 사투가 시작됐다. 가까운 대도시 광주로 이동했지만 역시 수술 불가. 그러나 접합 수술이 가능한 서울의 병원을 찾아냈고, 이에 응급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

서울까지 헬기로 1시간 남짓이 걸리는 상황에서 종순 씨의 가족은 희망을 가지며 안도했다. 오후 4시 30분 의료진과 종순 씨, 가족들은 헬기를 타고 서울로 출발했고 같은 시각 서울 강남 소방서에 종순 씨의 이송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출동 후 복귀 중이던 구급차에 전해진 소식. 이 차량은 박기웅이 타고 있던 구급차였다.

종순 씨가 가야 할 병원에는 헬기장이 없어 가장 가까운 헬기장에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업무를 요청한 것이다.

5시 50분, 헬기가 도착했다. 사고 시점부터 4시간 50분이 지나 상황에 골든 타임은 1시간 정도 남았다.

잠실 헬기장에서 병원까지는 10km, 길이 막히지 않으면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구급차는 올림픽대로와 테헤란로 두 가지 선택지 중 올림픽대로를 선택해 이동했다. 교차로가 없고 자동차 전용차로가 있는 올림픽대로가 더 빠를 것이다 판단했던 것.

당시 도로 상황은 심각했지만 차량의 피 양이 이뤄지면 빠르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차량들은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마이크를 받아 든 박기웅이 수차례 피 양을 해달라, 차량의 번호를 불러가며 양보해 달라 애원했지만 쉽게 길을 비켜주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구급차 앞에 끼어드는 차량까지 등장했고 이에 보는 이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종순 씨의 가족들은 침착함을 유지했다. 꿋꿋이 버티는 종순 씨를 위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감춘 것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6시 33분. 무려 43분이 소요되었다. 길을 비켜주는 차량도 있었지만 몇몇 차량 때문에 이송 시간이 지체되었던 것.

극심한 고통에 이를 악 물어 치아가 다 부러진 종순 씨의 처치가 시작되고 여러 검사를 거친 후 밤 11시 30분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되었다.

사고 후 10시간이 지나 골든타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사실 골든타임은 의료기관에 도달하기 전까지 시간이 아니라 수술 진행해서 혈행이 재개된 시간까지. 이에 종순 씨의 경우에는 골든타임을 지나도 한참 지났던 것이다.

그러나 수술은 무사히 완료되었고 수술 직후 상태도 다행히 양호했다.

6개월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종순 씨의 아들. 그 아들이 종순 씨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정신을 차리라고 했고 이에 종순 씨는 끝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고.

그런데 수술 며칠 후 종순 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다리가 붓고 피의 흐름도 안 좋아지며 감염 증세까지 보인 것.

그리고 사고 3달 후 만난 종순 씨는 한쪽 다리를 잃은 모습이었다. 다리를 살리려고 하다 보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종순 씨와 가족들은 다리를 절단하는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밝고 긍정적인 얼굴을 한 종순 씨. 만약 골든타임이 지켜졌다면 수술 결과는 달라졌을까?

구급차와 소방차의 출동 당시 흔치 않았던 길 터주기와 불법 주정차로 인한 출동 지연이 안타까운 희생자들을 만들었고 특히 종순 씨의 일을 방송으로 지켜본 이들 사이에서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수개월 간 노력한 끝에 많은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놀라운 변화가 만들어졌다. 모두의 의지가 모여야 완성되는 모세의 기적은 많은 이들의 의지가 모여 진짜 기적을 만들어냈던 것.

10년이 흘러 다시 만난 종순 씨는 당시 딸이나 아이들이 아닌 자신이 사고를 당해서 다행인 것 같다며 도로에서 길 터주기 장면을 보면 안타깝고 가슴도 뭉클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자신도 저런 상황이면 어땠을까 싶다는 것.

그러면서 자신이 모세의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인가 생각하기도 했다며 "살았으니까 더불어 살아야 하니까 웃음 잃지 않고 잘 살고 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모세의 기적 프로젝트를 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 신고 접수부터 화재 출동까지 7분 도착을 목표로 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7분 이내 도착률은 높아지고 있다.

방송은 더 나아진 출동 현장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용 단말기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신호등이 제어되는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이 현재 일부 지역 긴급 출동에 한해 시행 중인데 이 시스템이 더 확대될 수 있기를 빌었다.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 이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아야 완주할 수 있는 금빛 이어 달리기였다.

모두가 내 가족, 내 형제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을 지켜준다면 소중한 생명들을 잃지 않을 것이다.

김효정 에디터 star@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