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목숨 걸고 만든 '신성한 나무의 씨앗', 세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작성 2025.05.12 17:19 수정 2025.05.12 17:19
신성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이란, 독일, 프랑스 합작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The Seed of the Sacred Fig)이 6월 3일 국내에 개봉한다. 제작부터 촬영, 영화제 출품,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 영화는 해외에서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수상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가 시작된 테헤란, 권력 안에 속한 수사판사 '이만'과 그 밖에 있는 아내와 두 딸 사이에 생긴 균열을 그린 가장 용감한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이란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러나 체제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자국인 이란의 감시와 탄압을 받아왔다. 2017년 '집념의 남자'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으나, 그는 정부로부터 여권을 몰수당했다. 뇌물 상납을 거부하다 박해를 당하는 영화 속 이야기가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후 여배우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 당국의 허락 없이 영화를 만든 혐의 등을 받아 8년 징역형과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을 선고받았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라술로프 감독이 정부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 어렵게 완성한 신작이다. 새 영화가 공개될 경우, 기존의 징역형 외에 추가로 새로운 형벌이 내려질 것이 확실해진 라술로프 감독은 감옥과 망명 중에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였고 결국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향했다.

라술로프 감독뿐만 아니라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정보기관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법적 소송이 제기 됐고 출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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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술로프 감독은 영화 공개를 앞두고 전한 입장문에서 "극심한 제약과 억압 속에서도, 저는 이슬람 공화국의 검열 체제가 지배하는 서사로부터 벗어나, 이란의 현실에 가까운 영화적 서사를 구현하려 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창작의 자극제가 된다 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또한 "길이 없을 때는,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망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강조했다.

라술로프는 칸영화제 상영을 막으려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방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칸영화제에 배우 마흐사 로스타미, 세타레 말레키, 니우샤 아크시와 함께 참석했다. 그는 여권이 빼앗겨 출국이 금지된 두 주연 배우 소헤일라 골레스타니, 미사그 자레의 사진을 두 손으로 들어올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뤼미에르 극장에 모인 사람들은 10분 이상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감독의 용기 있는 결정으로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스크린데일리 평점 3.4의 최고점을 기록했으며 칸영화제는 이 영화를 기리기 위해 '심사위원 특별상'이라는 새로운 상을 만들어 수여했다.

현재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독일에서 지내며 계속해서 이란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칸영화제에 참석한 세 배우 또한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독일에서 지내고 있다.

독일과 합작한 영화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베를린에서 열린 제75회 독일영화상에서 작품상(은상)과 남우주연상(미사그 자레)을 수상하기도 했다.

라술로프 감독의 집념과 용기의 산물인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오는 6월 3일 국내 개봉한다.

ebada@sbs.co.kr

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