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되살아난 영화들…'시네마테크KOFA 발굴복원전' 개최

작성 2025.05.08 11:13 수정 2025.05.08 11:13
발굴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은 5월 8일(목)부터 6월 28일(토)까지 시네마테크KOFA(상암동 소재)에서 '시네마테크 KOFA 발굴복원전'을 개최한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미보유 발굴작 4편의 최초 공개 ▲국가유산청과 공동 상영하는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작 4편 ▲영상자료원과 해외 필름 아카이브에서 복원한 작품들이 상영된다.

올해 프로그램은 과거로부터 되살아난 필름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한편, 세대를 넘는 영화적 감수성과 예술적 시선을 통해 고전의 현대적 의미를 탐색한다. 한국 고전영화의 발굴·복원 성과는 물론, 해외 필름 아카이브와의 후원으로 소개되는 세계 복원작들, 최근 작고한 영화인을 기리는 '인 메모리엄'까지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행사는 영화가 지닌 '기록으로서의 가치'와 '예술로서의 영속성'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 다양한 장르의 한국 고전영화 4편 최초 공개

영상자료원은 지난 2022년 KBS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수집한 16mm 필름 16편 가운데, 디지털 복원이 완료된 4편을 이번 기획전을 통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민족 최대의 고승 원효대사의 생애를 다룬 종규 사극 '원효대사'(장일호, 1962)와 서울중앙방송극(HLKA)의 라디오 방송극을 영화화한 흑백 시네마스코프 대작 '세종대왕'(안현철, 1964), 이용민 감독이 연출하고, 전창근, 박노식 배우가 출연한 광복 영화 '일본제국과 폭탄의사'(1967), 당대의 감성과 달리 세대의 갈등과 성장을 통해 파멸이 아닌 희망의 서사를 보여주는 임권택 감독의 '비나리는 선창가'(1970)로 구성된다. 6월 6일 '비나리는 선창가' 상영 후에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공회대 동아시아 연구소 오영숙 연구교수와 영상자료원 수집 담당 김승경 연구원이 참여하는 시네토크가 진행된다.

◆ 복원과 재조명을 통해 다시 만나는 한국영화의 숨은 걸작들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목록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재조명되어야 할 영화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1984)가 4K 디지털 복원되어 5월 8일 최초 공개된다. 이와 함께, 1960년대 공포영화의 대표작으로 제3회 시체스 환상 공포영화제에서 황금 감독상을 받은 신상옥 감독의 '천년호'(1969)와 황신혜 배우의 첫 영화 데뷔작이자 배창호 감독이 꾸준히 추구했던 '사랑'이라는 주제가 형식적인 실험과 만난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도 상영된다.

특히 5월 10일 '기쁜 우리 젊은 날' 상영 후에는 배창호 감독과 김홍준 영상자료원장이 참여하는 대담이 마련되어 영화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 국가유산청과 공동으로 2025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영화 4편 상영

영상자료원이 보존해 온 고전영화 중 네 편이 2025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며, 그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가 공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특별 상영은 국가유산청과 공동으로 진행되며,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다양한 단면을 조명한다.

한국전쟁 시기 제작된 '낙동강'(전창근, 1952)은 이은상의 시 '낙동강'을 원작으로, 낙동강의 서정 어린 영상들과 실제 전쟁 기록 영상이 합쳐져 교향시 성격의 세미 다큐멘터리로 '전통의 낙동강', '승리의 낙동강', '희망의 낙동강'이라는 3장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너무 사실적인 사회 묘사로 제3회 아시아영화제의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되었으나 출품되지 못한 김소동 감독의 '돈'(1958)과 한국영화사의 독보적인 존재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신상옥 감독, 최은희 주연의 1961년 최고 히트작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의 '성춘향'(신상옥, 1961)은 문화유산으로서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선보일 것이다.

◆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벨기에, 체코 국립 아카이브의 발굴·복원작 상영

해외 필름 아카이브와 주요 해외 스튜디오에서 최근 복원한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섹션에서는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해외 복원작들이 상영된다.

올해는 벨기에 왕립 아카이브에서 복원한 해리 퀴멜 감독의 기괴한 상상력의 '말페르튀이'(1971), 체코 여성 감독 에스터 크롬바초바의 유쾌한 '머더링 더 데블'(1969), 수많은 영화 타이틀을 제작한 솔 배스의 유일한 장편 영화 '제4의 종말'(1974)을 선보인다. 또한 2024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디지털 복원작 '도쿄전쟁전후비화'(1970),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모든 영화를 포기하더라도 이 영화만을 연출하고 싶다'고 말했던 고전 중 고전 '천국의 아이들'(1945), 미국 인디펜던트 영화의 거장 존 세일즈 감독의 '론스타'(1996), 그리고 큰 스크린에서 꼭 관람해야 하는 피터 위어 감독의 '행잉록에서의 소풍'(1975) 복원판이 상영된다. 서로 다른 분위기와 개성을 지닌 일곱 편의 작품들을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꼭 체험하기를 바라며 준비했다.

◆ 영화를 통해 세상과 교감했던 영화인들을 기리는 특별한 시간

작고한 영화인들의 주요작을 상영하는 '인 메모리엄' 섹션은 관객 요청이 많았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대표작 3편을 비롯해,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아름다웠던 배우 발 킬머의 영화 2편, 한때 세기의 미남으로 많은 팬을 사로잡았던 알랭 들롱의 대표작 '태양은 가득히'(1960), 영국의 대배우 매기 스미스의 지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1969), 독특한 외모와 연기로 스크린에서 빛났던 셸리 듀발의 영화 2편, 정말 덧없게 떠난 명배우 진 해크만의 영화 2편, 홍콩 무협영화 여협객으로 홍콩영화 팬에게 영원히 기억될 정패패의 장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와호장룡'(2000) 등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팬에게 기억될 이들의 영화가 준비되었다. 또한 2024년 작고한 '1987'의 제작자 이우정 PD를 추모하며, 5월 24일 영화 상영 후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김홍준 영상자료원장이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이외에도 영화의 포맷과 기술적 진보를 재조명하는 영화 기술 섹션으로 비스타비전으로 제작된 주요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자세한 상영 일정 및 작품 소개는 영상자료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