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 속, 다정한 인사가 됐길"…'나완비' 작가 집필 비하인드[일문일답]

작성 2025.02.26 13:58 수정 2025.02.26 13:58
나완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나의 완벽한 비서'의 지은 작가가 집필 의도를 전했다.

지난 14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극본 지은, 연출 함준호·김재홍)는 돌봄과 세상을 움직이는 선의라는 뜻깊은 가치를 전하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울림과 여운을 선사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을 세상에 선물한 지은 작가가 종영을 맞아 일문일답을 통해 드라마의 집필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다음은 지은 작가의 일문일답이다.

Q: '나의 완벽한 비서'의 종영소감이 궁금합니다.

A: 생각지도 못한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드라마에 참여한 배우, 제작진, 스태프분들 한 분 한 분이 정말 모두 완벽했습니다. 참여한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애정을 쏟아 만든, 과정이 아름다운 드라마였어요. 시청자분들의 사랑으로 결과까지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보내주신 사랑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온기가 제게 큰 용기가 됐습니다.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저는 아마 꽤 오랫동안 '나의 완벽한 비서'를 보내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 보내주신 따뜻한 응원과 사랑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시청자분들의 매일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Q: '나의 완벽한 비서'의 작품 탄생 계기가 궁금합니다. 집필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요?

A: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가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지켜봐 주고, 너그럽게 기다려주고, 보살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돌봄의 가치를 알고, 돌봄에 최적화된 싱글대디 비서와 돌봄의 가치를 부정하며 수치화된 세상에 살고 있는 서치펌 대표의 로맨스와 성장을 통해 시청자분들이 돌봄이라는 것에 대해, 세상을 움직이는 선의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따뜻한 이야기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어요. 그래서 끝까지 그 메시지와 결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마지막까지 뚝심 있게 이 결을 유지할 수 있게 지지해 준 감독님과 제작진분들께 감사합니다. 덕분에 처음 이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전하고 싶었던 따뜻한 메시지를 흔들리지 않고 잘 남길 수 있었습니다.

Q. 첫 단독 집필 작품으로 한지민-이준혁 배우와 함께 작업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제가 복이 참 많은 사람이에요. 단독 집필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고생했다고 주신 선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 분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베테랑 연기자 두 분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얻고 배웠습니다. 대본에 대한 연구와 캐릭터에 대한 고민으로 제가 대본에 미처 표현하지 못한 부분까지 채워주셨어요. 한지민, 이준혁 배우를 만나 지윤과 은호가 완성됐습니다. 두 인물을 멋지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드라마가 됐습니다.

Q. '멋진 언니' 지윤의 역클리셰 로맨스 장면이 화제였어요.

A: 대표와 비서라는 사회적인 위치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장면이 탄생된 것 같습니다. 변화된 시대 흐름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기도 하고요. 지윤을 여자 대표로 설정할 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실제로 취재차 만나 뵀던 서치펌 대표님들 중에 여자분들이 있으셨고, 제 주변에도 멋지게 일하고 계신 여성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도망가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따라 사랑에 솔직하게 직진하는 지윤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라고 생각합니다. 지윤이 로맨스 드라마의 여주로 사랑스러운 동시에 여자가 봐도 멋있는 여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한지민 배우가 정확히 그런 포인트를 표현하고,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Q. 현실 판타지남 은호의 캐릭터 설정 배경도 궁금합니다

A: 은호 캐릭터는 '내 옆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 판타지에서 시작됐어요. 그를 완벽한 남자로 만든 건 사실 일상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되는 것들, 다정함, 배려, 유머, 타인에 대한 존중, 정리 정돈 능력, 공감 능력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이런 게 진짜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그리고 이런 사람을 현실에서 찾기가 참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은호를 통해 이런 가치들을 지키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근사한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은호의 장점은 타고난 게 아니라는 게 중요했어요. 은호는 처음부터 완성형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누군가의 선의를 처음 받아본 이후 스스로의 삶을 돌보기 시작했고, 딸 별이를 키우면서 지금의 은호로 최종 완성됐죠. 타고난 환경으로 좋은 사람이 된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서 좋은 사람이 된 인물이라 더 특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은호가 얼마나 근사한지는 이준혁 배우의 캐스팅으로 완성됐습니다. 덕분에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은호를 마음껏 그릴 수 있었습니다.

Q: 짝사랑 동지 김도훈-김윤혜, '커리어웨이' 박보경, '피플즈' 직원들 이상희, 허동원, 고건한, 서혜원, 윤가이 배우의 활약도 눈부셨어요.

A: 정훈과 수현은 상처를 가졌지만,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는 건강한 캐릭터예요. 오랜 짝사랑이 자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은 회피하지 않고 상처를 마주하며 용기 있는 선택을 했잖아요. 언니의 아이를 키우는 것, 형과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 실패한 사랑을 뒤로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모든 과정이 그들의 단단함을 보여줬어요. 어떤 상실과 실패에도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김도훈, 김윤혜 배우 덕분에 더욱 사랑스럽게 표현될 수 있었습니다.

'피플즈' 직원들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최고의 조합이었어요. 로맨스와 일의 균형이 중요한 작품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풍성하게 살려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거든요. 마치 진짜 '피플즈'에서 일하는 직원들처럼 자연스럽고, 완벽한 연기였습니다. 이상희, 허동원, 고건한, 서혜원, 윤가이 배우 덕분에 시청자분들이 '피플즈'를 사랑하게 되었고, 저 역시 방송을 보며 그들에게 빠져들었어요. 박보경 배우는 유일한 악역이었지만, 강렬한 존재감으로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줬습니다. 특히 11부에서 지윤에게 "네가 싫어서"라고 열등감을 드러내는 장면은 강렬했어요. 많은 분량을 할애할 수 없었지만, 박보경 배우의 연기로 혜진의 감정과 서사가 깊이 전달될 수 있었습니다.

Q. 헤드헌팅에 대한 사전 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지윤의 회사를 서치펌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많은 헤드헌터분들을 인터뷰했고, 관련 서적과 칼럼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특히 대본을 자문해 주신 헤드헌터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지윤의 회사를 서치펌으로 설정한 건 객관적 숫자(스펙과 연봉)로 판단하는 세계를 통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인간적 가치와 대비를 이루기 위해서였어요. 또한, 시청자분들의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는 이직과 후보자들의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면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들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Q. 개인적으로 특히나 설렜던, 혹은 대본에 심혈을 기울인 명장면이 있을까요?

A. 설렜던 장면이 너무 많은데, 2부 밥집신과 5부 도장신은 두 사람의 서사를 설명하며, 왜 서로가 서로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좋아합니다. 밥집신에서는 지윤이 은호를 본능적으로 밀어냈지만, 도장신에서는 그를 위로하고, 은호는 도장을 찍어주며 따뜻하게 화답해 준 모습이 따뜻하고 설레게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눈 키스'로 사랑해 주신 6부 엔딩신은 처음부터 무조건 환한 빛과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윤에게 은호가 따뜻한 햇살처럼 쏟아져 들어온 순간, 지윤이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화면에서 그대로 느껴졌어요. 군중 속에서 지윤을 향해 따뜻한 햇빛과 함께 걸어오는 은호, 그를 보는 지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달라지며 사랑에 빠져가는 모습. 대사 하나 없는데도 두 배우가 완벽하게 그 느낌을 구현해 내서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12부 마지막 엔딩 시퀀스를 아낍니다. 1년 뒤 모든 인물들의 일상이 보여진 뒤, 횡단보도에서 껴안는 지윤과 은호로 마무리되는데, 드라마 속 인물들이 여전히 일상을 잘 가꾸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드라마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지윤과 은호, 정훈과 수현, 별이와 서준, 그리고 '피플즈' 식구들은 어딘가에서 여전히 치열하게 사랑하고 일하며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종 그 친구들이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나요?

A. 설렌다는 뜨거운 반응부터 위로가 됐다는 따뜻한 댓글까지 좋은 말들을 많이 남겨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지인들이 캡처해서 보내주기도 하고 저도 찾아보기도 했는데요, 그중에서도 "'나의 완벽한 비서'는 사람을 잊지 않은 드라마였다"라는 글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시청자분들께도 전달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했습니다. 진심이 통했다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고요. 저도 그 뜨거운 반응 덕분에 함께 설렜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Q. '나의 완벽한 비서'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지친 하루 중 누군가 건넨 별것 아닌 다정한 인사에 위로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나의 완벽한 비서'도 지친 여러분의 일상에 찾아와 다정한 인사를 건넸던 온기 가득한 드라마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그 인사에 잠시마나 위로받으셨길 바라며, 이유 없이 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가끔 한 번씩 '나의 완벽한 비서'를 떠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