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 타셈 감독, 데이빗 핀처에게 고마움을 표한 이유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을 만든 타셈 감독이 데이빗 핀처와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더 폴: 디렉터스 컷'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타셈 감독은 영화 크레딧에 데이빗 핀처와 스파이즈 존즈의 이름을 올라간 배경을 밝혔다.
타셈 감독은 "두 사람은 나의 오랜 친구"라며 "당시 핀처는 어떻게든 '더 폴'의 투자자를 구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제작비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왜냐하면 시나리오가 제대로 없고 가이드만 있는 상태였다. 제작자들이 시나리오는 어디 있냐고 물으면 아역을 캐스팅하면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영화를 몇 개국에서 찍을 계획이냐고 물으면 나도 모르겠다고 답하곤 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박스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제작비를 구하러 다닐 당시에 나도 박스를 들고 다니면서 이 안에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겼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데이빗 핀처 덕분에 수많은 투자자와 미팅을 하긴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제작 과정의 난항을 밝혔다.

투자자를 7~8년간 찾지 못해 표류했던 '더 폴'은 아역배우 카틴카 언타루를 찾으며 급물살을 탔다. 타셈 감독은 "루마니아에서 우연히 이 아역 배우를 만났다. 이 아이를 보자마자 '이 아이야! 당장 영화를 만들어야 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틴카 언타루는 영화에서 알렉산드리아 역을 맡아 로이(리 페이스)의 천일야화를 듣는 청자이자 공동 작가로서의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타셈은 "나는 과거 광고 덕분에 정말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가 나를 버렸다. 크게 낙담하고 있을 때 제 형이 이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그렇게 만든 영화를 핀처와 존즈에게 보여줬는데 매우 좋아했다. 절반 이상의 비평가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제작자 명단에 올리고 싶었다. 다행히 그들은 금전적 대가 없이도 이름을 올릴 수 있게 허락했고, 영화를 위해서도 많은 도움을 줬다. 물론 제작 자체에 도움을 준 건 아니지만 투자자를 찾도록 자리를 마련해 줬고,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리게 해 줬다"고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데이빗 핀처는 '세븐', '소셜 네트워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일급 감독 중 한 명이고, 스파이즈 존즈는 '존 말코비치 되기', '그녀' 등의 영화로 수많은 매니아를 거느린 감독이다. 두 사람은 광고, 뮤직비디오 출신의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광고, 뮤직비디오계에서 타셈 감독의 가능성과 역량을 일찌감치 눈여겨봤고 그의 필생의 역작인 '더 폴'이 제작되는데 앞장선 것으로 보인다.

타셈은 "핀처가 이 작품을 보고 나서 '광고일을 하는 감독은 대부분 언젠가 영화를 만들겠다는 말을 하는데 그게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데 당신은 이뤄냈다'고 말하더라"고 당시 그의 반응을 전했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스턴트맨 '로이'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에게 전 세계 24개국의 비경에서 펼쳐지는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을 이야기해 주는 영화. 2006년 제작된 이 작품은 18년 만에 4K 리마스터링을 통해 재탄생해 국내에서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사진 = 백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