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그알' 엘리트 장교가 살인범이 된 이유는?…'군무원 피살 사건' 추적
[김효정 에디터] 엘리트 장교는 왜 살인범이 되었나.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지난해 벌어진 끔찍한 군무원 피살 사건을 조명했다.
지난해 10월, 북한강 일대에서 참혹하게 훼손된 시신이 발견됐다. 그리고 얼마 후 젊은 나이에 중령 진급을 앞둔 엘리트 군인 양광준이 살인 및 사체 손괴, 은닉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엘리트 코스를 달리던 군 장교가 끔찍한 범죄의 범인이라는 것.
그는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자신이 근무 중이던 과천 사이버작전사령부 주차장에서 같은 부대의 임기제 군무원 이유진 씨를 살해하고 이후 부대 인근 공사장에서 시신을 훼손한 뒤 화천군 북한강 일대에 유기했다.
피해자는 군무원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있었고, 가해자인 양광준은 다른 부대로 전근을 앞둔 날이었다. 이에 두 사람의 관계와 살인 동기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고, 양광준은 피해자와 자신은 내연 관계였으며 지난해 6월부터 관계를 유지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다 사건 당일 말다툼 후 후발적으로 살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부적절한 관계를 정리하고자 했지만 피해자가 이를 거부해 다툼이 일어났고 범행을 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양 씨의 차량 블랙박스는 두 사람이 갈등을 빚던 시기부터 전원선이 빠져 있었고,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양 씨가 망가뜨린 후 유기해 두 사람이 나눈 메시지도 확인할 수 없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리고 살해 동기도 모두 양 씨의 진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사건에 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양 씨가 살인 시점보다 앞선 아침에 위조 번호판을 검색하는 등 처음부터 살해를 계획했던 정황이 하나 둘 포착되어 우발적 범행이라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싣지 못했다.
또한 사건 당일 피해자인 척 상사와 가족에게 연락을 하고, 미귀가 신고로 연락이 온 경찰에게 피해자인 척 여자 목소리를 흉내 내며 신고 취소까지 하는 등 치밀함도 계속되었다.
그리고 양 씨는 피해자의 SNS에는 잠수라고 쓰고 휴대전화를 켰다 끄는 방식으로 생활 반응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주고받은 메시지 내역 삭제한 뒤 휴대전화를 훼손한 후 유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시신이 떠오르며 피해자의 죽음이 드러나게 되어 완전 범죄가 될 수 없었던 것.
이 사건에 양 씨를 아는 지인들은 그가 평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며 믿지 못했다. 그러나 양 씨는 누군가에게는 언어폭력을 가하며 괴롭혔던 가해자이기도 했다.
부대 내 부하에게 언어폭력을 하며 괴롭혀 문제를 일으킨 양 씨. 이에 피해자는 그를 신고했지만 진급 심사에 이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 익명의 제보자는 "최근에도 양 씨가 부하들을 괴롭혀 문제를 일으켰지만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조건으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라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에 군 전문가는 "상급자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어 하는데 그것이 안 될 때는 숨기려 하거나 감추려고 하는 그런 정서가 군 내부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라며 이러한 정서 때문에 양 씨의 일도 감추려고 한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군 내부의 대처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입단속까지 시켰다는 것.
한편으로 두 사람의 주변인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군 내부의 계급 문화와도 연관된 것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했다. 한시 군무원이었던 피해자와 군 간부인 양 씨가 어떻게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는 것.
이에 전문가는 "만약 두 사람의 관계가 지위를 이용한 관계였다면 서로 좋아서 불륜을 한 것과는 다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양 씨는 잘할 수밖에 없었던 위치였을 것이라 지적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자신에게 범행의 원인 제공을 했다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는 양 씨.
전문가는 이 사건에 대해 일반적인 교제 살인 양상과 다르다며 "보통은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이 화가 난다. 그런데 이건 피해자가 뒤바뀐 상황이다. 그래서 과연 이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했다.
이에 또 다른 전문가는 군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면 보통 중징계 이상을 받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며 정직, 강등, 해임, 심하면 파면에 이를 수 있다며 "가해자는 중령 진급 예정자, 중징계 이상을 받게 되면 진급이 취소될 수도 있다. 강제 전역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러면 군 생활은 끝이 난다"라고 두 사람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가해자가 두려워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는 "계획적 범죄라면 그날 굳이 그 장소에서 범행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나중에 따로 다른 곳에서 만나서 범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라며 "그런데 양광준 같은 경우 상당히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일을 마무리 짓고 전근하는 날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이어 다른 전문가는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통제권의 상실과 사건이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같은 곳에 근무하고 있는 한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지위, 권한, 권력 이런 것들을 통해 얼마든지 피해자를 통제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부서를 떠나게 되면 전혀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면 피해자만 오롯이 남게 된 이 상황에서 피해자의 이야기가 두 사람이 함께 일했던 부서의 윗선으로 전달될 수도 있고 결국 그것은 자신의 이력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라며 그날을 범행일로 잡은 양 씨의 심리를 분석했다.
그리고 익명의 제보자는 사건과 관련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둘은 절친하게 보였고 서로 반말하는 것도 몇몇 간부에게 목격되어 둘이 저 정도로 친했나 했던 말이 나온 적 있다"라며 간부 중 누군가는 둘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보자는 "만약 시신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완전범죄가 됐을 거다. 퇴직 전 보안 처리, 출입증 반납 등의 의무 절차가 이뤄져야 함에도 아무 조치 없이 그대로 계약 종료, 지휘관 역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지휘관은 피해자를 왜 재계약해서 이 사달을 만들었냐고 인사 관련 부서에 화를 내기도 했다"라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현재 양 씨 측은 계획과 우발이 뒤섞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는 현재까지 피해자에는 어떤 사과의 말도 전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양 씨. 그가 감추고 묻어둔 진실은 언제 드러날까?
피해자의 사망으로 사건에 대한 유일한 진술은 양 씨의 것뿐. 이에 양 씨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부디 사건의 진실과 실체가 밝혀질 수 있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군인의 진정한 명예는 빛나는 계급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계급장을 달고 있는 사람의 진실한 행동과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에서 오는 것이기에 양 씨가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더 이상 거짓말과 책임 회피로 더럽히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