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된 병산서원에 못질을?"…'남주의 첫날밤', 문화재 훼손 논란

작성 2025.01.02 15:03 수정 2025.01.02 15:03
서현 옥택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KBS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측이 촬영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에 못질을 해 훼손시켰다는 목격담이 나와 논란에 휩싸였다.

건축가 A씨는 2일 자신의 SNS에 "병산서원 목격담을 기록한다"라고 글을 올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경 병산서원에 들렀다가 KBS 드라마 촬영팀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A씨는 "목적지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많은 스태프들이 분주히 오가는 것을 보았고, 입구에 다다르고 나서야 병산서원이 촬영장임을 알게 됐다"며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소중한 문화재이기에 조금은 불쾌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라고 전했다.

이후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는 A씨는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라고 항의했다는 A씨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며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을 해야 하는 거냐?' 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건 아니다 싶어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했고, 담당 공무원은 '촬영 허가를 내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나는 '드라마 스태프들이 나무 기둥에다 못을 박고 있는데, 이 사실은 알고 있느냐? 문화재를 훼손해도 좋다고 허가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그제서야 당황한 공무원은 '당장 철거 지시하겠다'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과연 시청에서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겠냐'는 의심이 들어, 국가유산청에 신고하고 언론사에 제보까지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다음날 확인해 보니 드라마 촬영은 계획대로 진행됐다며 "최초 신고했을 때는 적어도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상황을 확인하고 사후 관리하기를 바랐지만 역시 충분한 조치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또 A씨는 지인인 대학 교수들에게 관련해 도움을 구하던 중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특히 근대유적지에서는 촬영을 목적으로 기둥이나 벽들을 해체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는 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쉽게 생각하면 못 좀 박는 게 대수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옥 살림집에서도 못하나 박으려면 상당히 주저하게 되는데 문화재의 경우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문화재를 촬영 장소로 허락해 주는 것도 과연 올바른 일일까 의문이다. 더욱이 공영방송 KBS의 드라마 촬영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문화재 훼손 논란에 휩싸인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평범한 여대생의 영혼이 깃든 로맨스 소설 속 병풍 단역이 소설 최강 집착 남주와 하룻밤을 보내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판타지물로 서현, 옥택연 등이 출연한다. 올해 KBS 2TV에서 방송될 예정으로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작품이다.

KBS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현재 확인 중"이라며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