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Y] 한국의 마돈나?…'가수 윤시내'는 그 자체로 레전드(50주년 첫 콘서트)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그동안 오랫동안 절 아껴주셨던 분들을 위해 더 큰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23일, 활동 50년 만에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 가수 윤시내에게 '한국의 레이디 가가' 혹은 '한국의 마돈나'와 같은 수식어는 필요가 없어 보였다. 윤시내에게는 그저 윤시내라는 수식어 외에는 도통 설명할 수 없는 독보적인 아우라가 존재했다.
영화 '레옹'의 마틸다가 가수로 변신했다면 이런 모습일까. 상상 속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스친 것도 잠시, 은빛으로 번쩍이는 롱 부츠에 미니스커트 차림을 한 윤시내는 무대로 성큼 튀어 올라서 격렬한 안무를 선보였다. 그리고 작고 호리호리한 체형에서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는 폭발적인 성량이 터져 나오길 반복했다.
윤시내는 10여 명의 무용수들과 함께 '공부합시다'(1983), 'DJ에게'(1982)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무대를 관객들에게 펼치기에 바빴다. 연령을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말이다.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열애'(1979) 무대였다. 본격적인 열창을 하기 전, 윤시내는 이번 콘서트의 제목이자, 그녀의 가수 인생에서 절반 이상을 의미하는 곡인 '열애'에 대한 그녀의 마음에 품어온 '열애'를 절절히 고백했다.
윤시내는 콘서트 객석에 앉아있던 '열애'의 작곡가 최종혁 씨를 호명하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서 윤시내는 그간 수천, 아니 어쩌면 수만번을 불렀을 '열애'를 가장 절절하게 열창했다. "그동안 그저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불렀다."는 그녀의 어찌 보면 단순하고 어찌 보면 티 없이 순수한 열정이 '열애'의 선율을 타고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됐다.
윤시내의 콘서트는 무용수들과의 퍼포먼스로 끝이 났다. 한국 무용과 음악이 하나의 스토리로 귀결되는 웅장한 클라이맥스였다.
윤시내는 무용수들과 절규와도 같은 안무를 하다가 마치 기도를 하듯 무대에 무릎을 꿇은 채 엔딩을 맞이했다. 이 모습을 숨죽여 보던 관객들이 얼마나 몰입을 했던지 '앵콜'을 외칠 타이밍을 놓쳐서 웅성거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윤시내는 그가 왜 한국에서 가장 펑키한 가수라는 칭호를 받아 마땅한지를 보여줬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한국의 보이그룹이 전 세계 가요계를 놀라게 하고, 브루노 마스와 함께 한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가 해외 차트를 흔드는 2024년. 50년 한국 가요사를 관통하는 예술가 중에 예술가 윤시내의 무대는 귀하디 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