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2004년 경찰 살해 사건…범인의 흉터를 보고 울컥한 형사, 그 이유는?

작성 2024.08.30 03:31 수정 2024.08.30 03:31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범인의 어깨에 남겨진 흉터는 왜 형사를 울렸을까?

29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인질범의 흉터'라는 부제로 2004년 무더웠던 8월의 그날을 조명했다.

2004년 8월 8일, 서울의 한 빌라에서 할머니가 어린 손자를 홀로 돌보고 있었다. 손자가 잠든 사이 화장실에 다녀오던 할머니 눈앞에 정체불명의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할머니 목에 회칼을 들이대며 "할머니, 나 누군지 알지?"라고 물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본 할머니는 그를 똑똑히 알아보았다. 그는 역대급 현상금이 걸린 살인 용의자였던 것.

이야기는 며칠 전으로 가게 된다. 2004년 8월 1일 일요일 강력반 형사인 심재호 씨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에게 꿀 떨어지는 인사를 하고 출근했다.

그의 가족들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연락 없이 늦어지는 남편이 걱정되어 남편에게 전화를 건 옥주 씨. 그러자 그의 남편 신 형사는 급하게 전화를 끊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리고 잠시 후 친정아버지에게 걸려 온 전화. 친정아버지는 TV를 빨리 켜보라고 했고 속보로 나오는 뉴스의 자막을 다 읽지도 못한 채 옥주 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사건 당일 오후 7시 한 건의 제보 전화가 강력반으로 걸려 온다. 이틀 전 남자 친구에게 감금 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이 오늘 전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됐다며 그를 체포해 달라고 했던 것.

강력 1팀에 배정된 사건이었으나 다른 사건으로 잠복을 나간 강력 1팀. 이에 강력 2팀 소속의 심제호 형사와 이재현 순경이 자청해 용의자 이 씨에 대한 검거 작전에 긴급 투입되었다.

커피숍 밖에서 잠복을 하다가 이 씨가 나타나면 검거하자고 계획을 세운 두 사람. 9시경 이 씨가 카페 앞에 도착하고 지하 계단을 내려가는 그를 두 사람이 쫓았다.

심 형사가 용의자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던 그때 갑자기 이 씨가 품에서 회칼을 꺼내 심 형사의 왼쪽 가슴에 내리꽂았다. 이에 이 순경이 급하게 그를 붙잡고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그런데 순식간에 이 순경의 몸은 피로 덮이고, 그는 칼을 계속 맞으면서도 용의자의 허리춤을 놓치지 않고 제발 도와달라고 현장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돕지 못했고 필사적으로 범인을 붙잡고 있던 이 순경의 손이 툭 떨어졌다.

그대로 이 씨는 도주하고 심 형사와 이 순경은 급히 응급실로 옮겨진다. 급소인 왼쪽 가슴을 두 차례 찔린 심 형사와 등을 무려 아홉 차례 찔린 이 순경은 병원 도착 전 구급차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자신들을 대신해서 떠난 동료들의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해 장례식에도 가지 못하는 동료 형사들. 이들은 밤샘도 마다하지 않고 도주한 이 씨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택시 기사였던 이 씨는 자기가 몰고 온 택시를 타고 도주했고 곧바로 출동한 경찰이 따라붙지만 역주행 후 골목길로 도주한 그를 놓치고 말았다. 이후 택시를 버리고 도주한 이 씨를 잡기 위해 공개수사까지 하게 된 경찰.

3만 여장의 수배 전단이 전국에 뿌려지자 제보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씨는 검거되지 않았고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그런데 그때 그의 인터넷 접속 기록이 포착되고 이에 특공대까지 투입해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초등학생이 수배 전단의 이 씨 주민등록 번호를 도용해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 접속했던 것으로 밝혀져 많은 이들을 맥 빠지게 만들었다.

8월 5일 합동 영결식이 진행되고 가족들과 동료들은 눈물 속에 두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리움과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하는 유족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앞서 할머니 앞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인물이 바로 용의자 이 씨. 그를 한눈에 알아본 할머니는 그가 목에 칼을 댄 순간 손자를 걱정하며 아무것도 모른다며 잡아뗐다. 그리고 안심하는 그의 눈빛을 본 할머니는 그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밥을 못 먹었다는 이야기에 국수를 삶아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 할머니. 한참을 자기 변명한 이 씨는 할머니를 크게 의식하지 않기 시작했다.

이에 할머니는 진공청소기의 소음을 이용해 아들에게 몰래 전화를 걸어 자신의 상황을 알렸고, 아들은 급히 112에 신고를 했다.

이후 할머니는 곧 들이닥칠 경찰을 예상해 손자와 함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위해 손자를 목욕시켜도 되겠냐는 허락을 받는다. 이 씨의 허락하에 손자와 단 둘이 욕실로 대피한 할머니. 할머니는 문을 꼭 걸어 잠근 채 경찰들이 출동하기만 기다렸다.

곧 경찰이 들이닥치고, 이를 본 이 씨는 자해 소동을 벌였다. 그리고 그대로 검거된 이 씨.

강력반 이대우 형사는 그의 검거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범인의 어깨에 선명한 이빨 자국을 발견하고 분노를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는 이재현 순경이 칼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그를 잡기 위해 물어뜯었던 흔적으로 추측되었던 것. 이를 본 이대우 형사는 "그걸 보고 울컥해서 당장이라도 범인을 패 죽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올랐지만 참았던 기억이 난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법원은 용의자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그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최종 판결에서는 그의 범행이 우발적 범행이라 판단하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경찰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정황상 그의 범행은 너무나 확실한 계획범죄였던 것.

또한 그에게 인질로 붙잡혔던 할머니는 그의 감형 소식에 해외로 이민을 가야 했다. 무기수라도 20년을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기에 두려움에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살 수 없었던 것.

2004년 당시 형사들은 삼단봉과 수갑만 들고 현장에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경찰들은 총은 쏘라고 있는 게 아니라 던져서 맞혀라는 영화 대사처럼 총기 사용을 꺼려했던 것.

그리고 두 경찰이 순직하는 사건 몇 달 전 한 형사가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했는데 이때 대부가 아닌 상체를 맞혔고, 이에 과잉 진압 논란이 일어 결국 제복까지 벗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두 형사가 순직하는 사건을 계기로 테이저건이 도입되었고, 방검복도 이전에 무거웠던 것이 아닌 가벼운 소재의 방검 조끼로 바뀌었다.

그러나 유족들의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했다. 하지만 이 씨는 반성은커녕 유족들을 향해 지금까지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분노를 자아냈다.

그리고 아버지가 떠난 후 경찰을 꿈꾸게 된 심 형사의 아들 심우연 군. 이제 스물넷이 된 그는 성장하며 아버지의 사건을 알게 되었고 더욱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강력반 형사가 되는 것이 꿈인 그는 경찰 임명장을 받는 날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아빠 없이도 잘 컸다. 엄마도 많이 힘들었을 거고 나랑 동생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 되게 자랑스럽게 잘 크지 않았어? 하고 이야기할 것 같다"라고 "늘 꿈속에서 만난 아버지에게 아버지를 뛰어넘는 경찰이 되겠다,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흐뭇하게 웃고 가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또한 그는 경찰의 순직으로 고통받는 가족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아버지에게 꼭 지켜봐 달라고 당부해 보는 이들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방송에서는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찰의 희생과 헌신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모두가 한 번 더 생각해 주길 부탁했다.

그리고 서울경찰청 앞에 순직한 경찰관을 기리는 추모 공간인 경찰 기념 공원에 이름이 새겨진 13,700명의 순직한 경찰들을 기리며 더 이상 경찰관들의 이름이 그곳에 새겨지지 않기를 빌었다.

김효정 에디터 star@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