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미국 매료 시킨 한국의 '인연'이라는 개념은…"

작성 2024.02.06 15:13 수정 2024.02.06 15:13
셀린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한국적 개념인 '인연'에 대해 말했다.

6일 오전 화상으로 국내 기자들과 만난 셀린 송 감독은 영화의 핵심 소재인 '인연'에 대해 "우리 모두가 두고 온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태평양을 건넌 이민자의 이야기지만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가도 떠나온 이에게는 어딘가에 두고 온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영화가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영화도 아니고 영웅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평범한 삶도 여러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에게도 특별한 순간이 있다는 것에 영화를 본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2살 때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간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녹여냈다. 특히 영화에서 나영이 첫사랑 해성과 자신의 남편 아서와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은 개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에피소드다.

패스트

셀린 송 감독은 "예전에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서 어린 시절 첫사랑을 만났다. 그리고 그와 미국인 남편과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말이 안 통하니까 양 쪽과 말이 다 통하는 제가 중간에서 통역을 해줬다. 어느 순간 제가 두 가지 이야기와 두 가지 문화를 해석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한 적 있는데 그들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패스트 라이브즈'의 출발점에 대해 밝혔다.

영화에는 피천득의 수필 '인연'을 인용하는 대사도 나온다. 그만큼 '인연'이라는 개념은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중요하다.

셀린 송 감독은 '인연'이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질문에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내가 12살에 이민을 왔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인연이 정말 맞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나가는 관계일지라도, 반대로 깊고 특별한 관계일지라도 언제든지 인연이 될 수 있다. 인연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연이라는 말은 한국에만 있지만 그 생각과 느낌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알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인연이라는 개념이 뭔지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를 본 어떤 나라 관객도 인연이라는 개념을 이해 못 하는 경우는 없더라"고 말했다.

셀린 송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12살 때 아버지 송능한 감독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극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라 수상을 노리고 있다.

한국의 CJ ENM과 미국의 제작사 A24가 공동 제작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국내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bada@sbs.co.kr

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