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人사이더] 한재덕 대표 "윤종빈 감독과 만든 투자제작사, 청사진은…"②
![사나이 픽쳐스 한재덕 대표](https://img.sbs.co.kr/newsnet/etv/upload/2018/08/20/30000610643_1280.jpg)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사 월광의 윤종빈 감독과 사나이 픽처스의 한재덕 대표가 좀 더 넓고 깊은 범위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의 감독과 프로듀서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검사외전', '보안관', '공작'을 공동 제작하며 환상적인 파트너쉽을 발휘해왔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두 사람은 살림을 합쳐 영화 투자와 제작를 겸하는 스튜디오를 이끌어나갈 예정이다.
두 사람이 각각 이끌던 '월광'과 '사나이 픽처스'는 종전 체제를 유지하며 스튜디오 산하의 제작사로 기능한다. 이번 도전을 통해 콘텐츠의 개성과 창작자의 역량을 제한했던 대기업의 투자 논리에서 벗어나 투자업계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윤종빈의 영화감독으로서의 탁월한 역량과 한재덕의 제작자로서의 안목이 집약될 이번 도전이 영화계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Q. 영화계에서는 두 사람이 '공작'을 끝으로 각자 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협업 2기를 완성하게 됐나?
A. '공작'으로 칸영화제에 다녀온 후 윤종빈 감독이 투자사 이야기를 꺼내면서 "함께 하시죠"라고 제안했다. 고맙더라. 윤 감독만 믿고 무조건 함께하겠다고 했다.
![윤종빈](https://img.sbs.co.kr/newsnet/etv/upload/2018/08/07/30000609621_1280.jpg)
Q. 사나이 픽처스는 그간 국내 몇몇 투자배급사, 연예 기획사를 비롯해 중국 쪽의 지분 인수 및 투자 제안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 제안에는 움직이지 않다가 윤종빈 감독의 손을 잡은 이유가 궁금하다.
A. 투자배급사가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은 몇 번 있었는데 한 회사하고만 영화를 만드는 게 싫어서 거절했다. 중국 쪽 제안에는 한때 끌리긴 했지만 몇몇 부문에서 내키지 않더라. 윤종빈 감독의 손을 잡은 건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 맞았기 때문이다. 또 투자사는 많지만 제작사 중 스튜디오 기반의 회사는 없지 않나. 그런 걸 윤 감독과 만들고 싶었다.
Q.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투자사에서는 기존 경쟁사들과 어떤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을까. 방향성이 궁금하다.
A. 한국 영화는 토착 영화 자본이 없으니 투자배급사의 컬러 차이가 있기가 쉽지 않았다. 투자사를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중심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만드는 사람이 막 만들게 하겠다가 아니라 자기 색깔을 낼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창작자들이 여러 외부적 요인에 따른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예정이다. 그래야 개성 뚜렷한 한국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사라는 게 서로의 입장이나 취향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으니 그 분야에 경험이 많은 인재들을 영입해 투자 1,2팀 개념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다. 윤 감독이 지분을 50:50으로 하자고 제안해줬고, 라인업 역시 월광과 사나이 픽처스 반반씩 꾸려나갈 예정이다. 일각의 우려 섞인 시각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길고 멀게 보고 시작한 일이다. 우리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해준 분이 향후 5년간은 영화 투자 및 제작에 있어서 우리의 뜻을 전적으로 지지해주기로 약속했다.
Q. 사나이 픽처스와 월광에서 영화를 준비 중인 인재들도 많다. 그들의 활약도 기대가 된다.
A. 월광에는 '검사외전'을 만들었던 이일형 감독, '보안관'의 김형주 감독이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신인 중에는 '들개'를 연출했던 김정훈 감독도 있다. 사나이픽처스에는 '남자가 사랑할때'의 한동욱 감독이 청춘 느와르 영화를 준비 준이다. 또 '양치기들'의 김진황 감독과 '목격자의 밤'의 박근범 감독도 상업영화 데뷔작 시라니오를 쓰고 있다. 그 밖에 신인 감독 영입 및 새로운 기성 감독의 영입은 윤종빈 감독이 워낙 좋은 안목을 가지고 있어 믿고 있다.
![사나이 픽쳐스 한재덕 대표](https://img.sbs.co.kr/newsnet/etv/upload/2018/08/20/30000610640_1280.jpg)
Q. 최근 컨텐츠 업계의 흐름인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에도 뛰어들 계획이라고 들었다.
A. 어떤 소재는 영화로 축약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드라마로도 제작하겠다는 거다. 지금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넷플릭스가 엄청난 파워를 발휘하고 있고 디즈니도 그 시장에 뛰어든다. 칸영화제는 넷플릭스에 문호를 열었다 다시 닫았지만 베니스영화제는 개방하지 않았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고전적 가치를 지키자는 태도도 인정하지만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현 시대는 내가 핸드폰을 켜서 영화를 볼 때가 개봉인 거다. 티비로 결제해서 안방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플랫폼의 변화에 조금 더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윤종빈 감독과 나의 뜻이 맞았다. 요즘엔 근사한 TV 시리즈들도 많지 않나. 영화보다 재밌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Q. 윤종빈 감독과의 인연도 오래됐다. '비스티 보이즈' 때부터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고,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공작'까지 세 편의 연출작에 프로듀서 혹은 제작자로 호흡을 맞췄다.
A. 2005년 윤종빈 감독이 만든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대학교 졸업 작품을 이렇게 잘 찍었을까 싶었다. 윤 감독의 대학 스승인 이현승 감독을 통해 소개를 받았고 두 번째 영화인 '비스티 보이즈' 촬영장에 여러 번 찾아갔다. 그때부터 영화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다가 '범죄와의 전쟁' 때 "PD를 좀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연출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예전부터 윤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었기에 선뜻 제안을 수락했다.
![범죄](https://img.sbs.co.kr/newsnet/etv/upload/2018/09/06/30000612477_1280.jpg)
Q.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는 2012년 최고의 웰메이드 오락 영화였고, 비평과 흥행 면에서 평단과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윤종빈, 한재덕에게도 여러모로 의미가 큰 작품일 것 같다. 윤종빈 감독도 앞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찍으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더라.
A. 힘들게 찍은 영화다. 40억에 예산을 통과했는데 예비비(투자배급사사에서 영화가 어떻게 될지 몰라 제작비 3~5% 정도를 따로 챙겨둔 돈)까지 써서 44억에 찍었다. 전 회차 지방 촬영이었고, 시대극이다 보니 돈이 많이 들었다. 예산이 부족해 인건비부터 깎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하정우 배우가 먼저 나서서 개런티를 깎았고, 나도 내 인건비를 깎았다. '부당거래' 때 인연을 맺었던 조영욱 음악감독, 김상범·김재범 편집 감독 등도 모셔왔는데 그들의 인건비도 다 깎아달라고 졸라서 일을 진행했다. 물론 여건이 어려울 때만 깎지 여유 있을 때는 좋은 대우를 해주려고 한다. 특히 조영욱 음악 감독의 경우는 힘들때 많이 도와주셔서 런던이나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에서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에 따른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주시기도 하고. 일례로 '무뢰한' OST의 가이드가 막스 리히터(Max Richter: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가,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 '컨택트'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의 '온 더 네이쳐 오브 데이라이트'(On the nature of daylight)였다. 그 음악을 너무 사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 샀다. 다행히 조영욱 음악 감독이 그에 버금가는 멋진 음악을 만들어줬다.
Q. 지금 영화계 환경이라면 '범죄와의 전쟁'은 40억이 아닌 150억 정도는 있어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윤종빈 감독은 현장에서 어떤 스타일인지도 궁금하다.
A. 윤 감독이 없는 예산에 고생을 참 많이 했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도 집요한 면이 있었다. 악전고투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는데 본인이 어떤 걸 찍고,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를 아는 점이 좋았다. 그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해서 지금까지 쭉 함께 해오고 있다.
Q. 감독이자 제작 파트너로서 윤종빈 감독에 대한 신뢰가 대단한 것 같다.
A. 참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상업적인 시각과 작품적인 능력을 다 가지고 있는 영화인이다. 그걸 분리하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영리한 감독이자 제작자라는 생각이 든다. 어쩜 저런 생각을 저렇게 쉽게 할까 싶을 때가 많다. 큰 재주다. 부럽기도 하고.
[필름人사이더] '사나이 픽처스' 한재덕 대표의 영화·배우·인생①
[필름人사이더] 한재덕 대표가 밝힌 김성수·오승욱·나홍진 감독의 신작③ 에서 이어집니다.]
<사진 =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