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범' 감독 "철거민 내부 갈등, 국가 폭력의 결과" 일침

작성 2018.01.15 16:47 수정 2018.01.15 17:29
공동정범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공동정범'으로 용산 참사 재조명에 나선 김일란, 이혁상 감독이 이야기의 포커스를 진영 내 갈등으로 잡은 특별한 이유를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공동정범'(감독 김일란, 이혁상)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이혁상 감독은 이충연 전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과 연대 철거민 4인(김주환, 김창수, 천주석, 지석준)의 갈등을 부각한 것에 대해 "운동 진영 내 갈등을 보여줌으로써 반성과 성찰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공동 연출자인 김일란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용산 참사로 인해 수감됐던 당사자들이 감옥에 있으면서 각자의 기억이 축소, 과장, 확대, 변형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각자의 기억이 실제적 진실과 달라지면서 상호 간에 갈등이 심해진 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유는 국가에 의해 공동정범으로 묶이면서 억울함과 분노의 감정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서로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국가 폭력이라는 건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분들의 삶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그러면서 용산 참사를 다시 다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게 됐다. 이분들의 갈등을 주목하게 됐고, 그 이유를 드러내는데 정성을 많이 들이게 됐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영화 안에서 시종일관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5인은 현재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까. 

김일란 감독은 "다섯 분이 이 영화를 보시고 나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모두들 자신의 상처에만 집중하다 보니 타인의 상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관계 개선은) 한 번에 해결될 일은 아니고 한 발 한 발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15일) 오전 열린 용산 참사 9주기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도 다 같이 참석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정범'은 용산 참사 당시 불타는 망루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어버린 이들이 엇갈린 기억을 추척해나가는 영화. 2012년 개봉해 전국 7만 3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두 개의 문'의 스핀오프(기존의 영화, 드라마, 게임 따위에서 등장인물이나 설정을 가져와 새로 이야기를 만든 작품)다. 

영화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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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