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프리즌', 올드 패션은 어떻게 통했나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이 전국 22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의 달콤한 맛을 보고 있다.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와 평일, 주말 박스오피스를 양분하며 개봉 3주째 정상권을 지키고 있는 것.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는 기대 이상의 롱런 행진에 내심 300만 돌파도 기대하고 있다.
'프리즌'은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한석규, 김래원이 주연을 맡았다.
충무로 스타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떨치던 나현의 감독 데뷔작. 나현 감독은 '프리즌'의 성공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프리즌'은 죄수들의 왕이 감옥 안에서 범죄를 설계하고 수행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관객의 구미를 당겼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재나 이야기보단 배우들의 열연이 더 돋보이는 영화다. 한석규, 김래원이라는 기대를 부르는 조합부터 조재윤, 이경영, 정웅인, 신성록, 김성균, 강신일 등 조연진도 탄탄했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고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초반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호불호도 뚜렷했다.
이야기의 비현실성을 꼬집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감옥이라는 세계를 계급 사회의 축소판 혹은 약육강식 동물의 왕국으로 설정해 권력 싸움과 아귀다툼을 그린 설정은 영화적 흥미를 충분히 자극한다.
영화 초, 중반의 긴장감과 묵직함은 한석규, 김래원의 호연 덕분이다. 한석규는 '죄수의 왕' 정익호로 분해 냉혹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캐릭터 자체로는 단선적이고 생기가 없는 절대악이지만, 배우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연기력이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였다. 감옥에서 왕좌에 앉아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드는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설정은 극을 완전히 장악한 한석규의 열연으로 설득력이 부여되는 느낌이었다.
김래원 역시 초고 버전과 달리 때에 따라 익살을 더한 '송유건' 캐릭터를 만들어내 어두운 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영화가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프리즌'은 외관상 유혈이 낭자하고 폭력이 횡횡하는 영화는 아니다. 시각적 효과 대신 청각적 효과를 극대화해 상상력을 자극한 연출이 오히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악의 절대적 힘이나 파급력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자극이나 과시를 위한 잔인함으로 보이는 감도 없지 않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 같은 묵직한 느와르나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긴장감 넘치는 범죄물을 기대한 관객에게 '프리즌'은 다소 아쉬운 결과물이다. 흥미로운 소재나 감옥이라는 공간 묘사는 흥미로웠으나 이야기의 밀도가 중반부터 느슨해지며 안전하다 못해 물린 결말로 치닫기 때문이다. 거대하고 견고한 줄 알았던 악의 세계가 너무 쉽게 허물어진다.
연출 또한 전반적으로 올드하다. 갈등의 최고조에 등장하는 익호와 유건의 결투 장면은 하이라이트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러나 올드 패션이 사랑받는 건 질리지 않는 안전한 결과물을 보장한다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한석규 무게 중심을 든든히 받치고 있다. 개봉 영화는 많지만, 만원이 아깝지 않는 구미가 당기는 영화 또한 많지 않다는 점에서 '프리즌'은 현재 극장가에서 최선의 선택이 됐다. 오랜만에 등장한 남자영화라는 점에서도 30~40대 남성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프리즌'은 손익분기점(약 215만 명)을 돌파했고, 300만 돌파를 향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