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극한직업 EP.1] ‘양세형의 숏터뷰’ 연출자편 SBS 소형석PD

작성 2017.02.02 14:34 수정 2017.02.02 14:34
소형석 숏터뷰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장면) 보좌관들은 안절부절못하고 매니저들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가 착착 잘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SBS 소형석 PD의 의도대로다. 양세형의 재치 있는 깐족임은 양념이 된다. 인터뷰가 맛있게 익어간다. 포털사이트, 동영상 공유 사이트, 각종 SNS에 숏터뷰가 올라간다. 이제 시청자들이 맛있게 먹을 차례다.

숏터뷰는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4%면 프로그램도 폐지된다.”며 지지율을 언급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는 '악플'을 읽어보라고 한다. 타일러 라쉬에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햄버거를 같이 먹을 수 있겠나.”라고 묻고, 이천수에게는 과거 주먹감자를 떠올리게 한다.

난감한 질문을 결국 해내고야 마는 '양세형의 숏터뷰'는 어떻게 탄생될까.

소형석 숏터뷰

◆ 섭외 ABCD

'양세형의 숏터뷰' 출연자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1회 국회의원 표창원을 시작으로 개그우먼 박나래, 가수 이승환, 아이비, 음악평론가 강헌, 대선후보 이재명과 안희정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어렵게 앉힌 인터뷰이에게 어떻게든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제작진과 MC양세형은 만반의 준비를 한다.

<이하, “저같이 미천한 게 어떻게 인터뷰를”이라고 말하는 소PD와의 인터뷰>
 


-1탄에서 표창원 의원이 출연한 건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연 덕?

“아무래도 구면이고.(웃음) 표의원이 막 국회의원이 되셨을 때고 20대 국회가 막 열렸을 때라 시기상 맞아떨어졌다.”

-무슨 얘길 하고 싶었나.

“국회의원이라는 권위의식을 좀 깨보자는 취지와 탈권위적인 표 의원과 잘 맞다고 생각했다. 1회라 정성을 많이 들였다. 편집만 한 달 정도 했다.”

-섭외 어떻게 하나.

“시의성이 제일 중요하다. 시의적절한 인터뷰이를 선정하면 작가 2~3명이 사전조사에 착수한다. 인터넷 사이트, 특히 화제가 된 동영상들 샅샅이 뒤지고 키워드별로 정리한다.”

-코미디 작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숏터뷰' 식구에 대본 쓰는 코미디 작가가 2명 있다. 셀러브리티와의 인터뷰 구성이기 때문에 완전 콩트는 아니지만 웃긴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일주일에 하나 내지는 두 개를 올린다. 회사에서는 더 원한다(웃음).”

-인터넷을 많이 하나.

“남들 하는 정도? 대략 틈나는 대로. 주로 화장실에서...(웃음)”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인터넷 사이트는?

“충성심이 없어서 커뮤니티는 잘 안 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피키캐스트 아니면, 유명 페이지를 구독한다. 나우디스, 딩고, 셀레브 등 잘 본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하는 닷페이스도 보고.”

소형석 숏터뷰

-즐겨 보는 TV 콘텐츠는?

“'지미카멜 라이브', '코난 오브라이언쇼' 종종 본다. 번역된 거로. 뉘앙스만 챙긴다.(웃음) 예를 들어 트럼프 머리를 헝클어 뜨린다. 금기를 깨는 거니까. 미국에선 이런 게 주류다. 합의만 됐다면 톤으로 건드리는 거다.”

-혹시 블랙리스트 사태로 위축된 표현의 자유를 해학으로 풀어내는 건가.

“너무 의미를 덧댔다(웃음). 그런 건 없다. 검열이나 그런 거에서 좀 자유로운 건 있다. 하지만 막나가진 않는다. 정치풍자만 할 생각도 없다.”

◆ '숏터뷰'에 있는 것과 없는 것

이승환의 시국 발언에는 “이승환의 발언은 제작진의 의견과 같지 않다.”는 팻말을 들게 해 분위기를 눙치고, 안희정에게는 탁구 토크를 제안한다. 소문난 애주가 박나래에게는 실제 술을 마시고 이재명에게는 손수 그를 향한 악플을 읽게 해 승부욕을 자극한다. 모두 금기(禁忌)를 깨는 과정이다.

-대본은 있나.

“질문은 있고 예상 답변지는 공란이다.”

-사실인가.

“정말이다. 표창원 의원에게는 '출마 번복', 이재명 시장에게는 '국정조사', 안희정 지사에게는 '차차기' 등에 대한 질문은 준비했다. 그걸 안 물어보면 숏터뷰는 의미가 없다. 대답은 안 해도 좋다. 리액션만 챙기니까.(웃음)”

-보좌관들의 딴지 있나 없나.

“딴지를 걸 때도 있고 우리편 같은 분도 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보좌관이 더 많다. 표창원, 이재명, 안희정의 보좌관들은 '더 세게 물어봐달라'라고 했다.”

소형석 숏터뷰

-정치인의 출연은 '숏터뷰' 파급력에 기여했는데?

“사실이다. 외연이 확장됐다. 의도치 않게.(웃음) 한 번에 OK한 건 아니고 3~4개월 정도 꾸준히 안부 인사를 한 결과다.”

-양세형의 능력은 어떤가.

“훌륭하다. 아주 전 감사하다. 나와 같은 사람과 일해줘 고마울 뿐이다. 질문을 완전히 체화해 온다. 양세형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묘한 게 있다. 기분 안 나쁠 정도의 선까지 순발력 있게 끌어내준다.”

-숏터뷰에 B급 정서가 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B급 정서의 정확한 정의가 뭔지 모르겠다. 요즘 추세를 많이 따라하려고 한다.”

-'숏터뷰' 출연자에게 유머는 필수인가.

“안 웃겨도 된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약점과 키워드를 챙긴다. 구조상 유머코드와 메시지는 우리가 다 챙긴다. 출연자들에게는 '웃길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

◆ 최고의 숏터뷰

-가장 인기가 좋았던 편은 누군가.

“100만~200만 조회수가 나온 이재명 시장 편과 도끼X더콰이엇 편이다.”

-PD로서 의외로 참 좋았다고 생각한 인터뷰이는. 꼭 실명으로.

“굳이 말해 달라고 하면. 안희정 지사다. 숏터뷰 안에 녹이긴 했는데 안 지사 본인은 그날 설정을 전혀 몰랐다. (양세형의 유기농 쌈 토크, 기습 시위 연출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순발력 있게 본인 할 말을 다 하더라. 충남 엑소에 대해서 물었고 거기에 대해 센스있게 잘 답하더라. 놀랐다.”

소형석 숏터뷰

-제작진으로 어려웠던 인터뷰이는.

“박나래다. 너무 프로였기 때문에 내가 한 게 없다. 몰래카메라라는 설정도 너무 선수라서 그냥 그들끼리 움직였다. 양세형 씨와 박나래 씨가 워낙 절친이라 설정만 줘도 알아서 콩트를 짰다. 감사한 인터뷰이었다.”

-또 다른 편을 꼽자면.

“하현우 씨다. 바쁜 콘서트 스케줄 때문에 목이 많이 아프셨다. 고음 대결을 하려고 했는데 어렵다고 해서 아예 그걸 극화시켰다. 군인복장을 한 사람이 '솔부터는 안 된다'는 설정이었다. 그 역할은 연출부 막내가 맡았는데 곧잘 연기를 하더라. 그런데 또 설정에 녹아드셔서 고음대결 해줬다. 목 안 좋았을 텐데 고마웠다.”

-부르고 싶은 인터뷰이는?

“박근혜 대통령? 대답이 좀 빤한 것 같아서 다시 생각해 보겠다.”

-그럼 누구?

“종교인들을 노력 중이다. 종교인들은 특성상 연락이 잘 안 된다. 양세형과 만나서 자연어로 물어보고 싶은 게 좀 있다.”

-섭외 중인 사람이 있나.

“법륜스님. 절도 몇 번 찾아갔다. 너무 바쁘시다. 한 번도 못 뵀다. 신부님, 추기경님도 만나고 싶다. 종교인들 연락 달라.”

소형석 숏터뷰

◆ 숏터뷰와 소PD

'양세형의 숏터뷰'는 한 번에 나온 게 아니다. 2015년 모바일 파일럿 SBS 모비딕 '18초'가 있었다. 결과는 실패. 소형석 PD는 “다 제가 못난 탓”이라며 “PD의 무능력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자책을 최대한 걷어내면 “당시 모바일 환경과 이론과 인터넷 현실 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것”.

절치부심(切齒腐心). '양세형의 숏터뷰'는 '18초' 실패 1년 만에 나왔다. 운 좋게 양세형이란 진행자가 섭외됐다. 가장 중요한 무기가 생긴 셈. 소PD의 설명에 따르면 '숏터뷰는 앞뒤 맥락 떼고 본론부터 시작하는, 개그맨이 진행하지만 웃기려고 만든 콘텐츠가 아닌 시사쇼다.

그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란 어떤 것일까.


“꼭 인터뷰라는 포맷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재밌는 혹은 의미 있는 담론들을 풀고 싶어요.
나름의 장치들과 철저한 계산에 따라
희극적인 상황과 현실이 부딪쳤을 때의 케미들.
화학적 반응을 콘텐츠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 인터뷰를 마치며

소 PD가 묻는다.

“숏터뷰가 정말 재밌나? 웃기려는 의도가 없는데 '웃겼다'는 댓글이 있을 땐 신기하더라. 진짜 모르겠다. 댓글과 좋아요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면 난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 카운트가 왜곡될까봐.(웃음)”

소형석 숏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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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
카드뉴스 디자인 및 구성 =SBS콘텐츠허브 공혜리
  

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