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영화? 펀한 영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19금 개저씨 탄생 비화

작성 2015.12.31 09:35 수정 2015.12.31 09:35
내부자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어차피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본다. '개저씨 영화'라는 평가도 관객의 다양한 시선 중 하나일 테니 개의치 않는다.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고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영화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은 SBS 연예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개저씨 영화'라는 의견에 대해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내부자들' 개저씨론은 한 영화평론가가 영화를 본 뒤 sns에 '개저씨 영화'라는 단평을 올린 데서 비롯됐다. '개저씨'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중년 남성에 대한 혐오의 뜻으로 쓰이는 단어다.

한 평론가의 주관적인 평가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이 '개저씨'라는 말에 투영된 함의를 알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방귀 깨나 뀐다는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법조인의 모럴 헤저드가 극에 달한, 추태에 가까운 천태만상에 대한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써 '개저씨'라는 말은 꽤 그럴듯한 비유다.

'내부자들'의 우리 사회의 개저씨를 공분의 핵으로 사용한 영화다. 그들의 실태를 까발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조롱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두 눈 뜨고 보기 불편한 장면들을 전시하듯 나열하는 감이 있지만, 그 신들은 뒤에 이어질 사건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한다.  

내부자들

문제의 '별장신'은 윤태호 작가의 원작에도 등장한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그 장면이 거짓말처럼 현실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바로 2013년 터진 '별장 성접대 사건'이다.

"정의, 그런 달콤한 말이 아직도 남아 있단 말이요?"라는 안상구의 대사처럼 정의, 도덕이 유물처럼 여겨지는 사회, 특히 도덕적 해이가 팽배한 상류 사회를 보면서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어떤가. 우민호 감독과 배우들은 덜 나쁜놈이 더 나쁜 놈의 뒤통수를 치는 영화적 결말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개저씨들을 응징하는 맛,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내부자들'의 흥행 원동력이 됐다.

'이병헌'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불안하게 출연했던 영화는 기대 이상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청불 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영화의 재미로 인해 악재도 호재가 됐다. 관객들은 안상구로 분한 이병헌에 감정이입했고, 이병헌은 비로소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700만을 돌파한 영화는 오는 31일 3시간짜리 확장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이라는 제목으로 재개봉한다. 종전 개봉판이 사건순 편집이었다면, 확장판은 캐릭터 중심의 편집으로 각 인물들의 전사로 앞뒤 사건의 맥락을 채웠다.

현재 개봉 중인 상영판은 '디 오리지널'의 복선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감독이 '디 오리지널'이라는 부제를 단 것도 '원래 이게 진짜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부자들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은 내외부자들의 숨겨진 1mm를 넓고 깊게 보여준다. 경찰 출신 검사 우장훈(조승우)의 과거와 광주에서 정치 용역 깡패를 하던 안상구(이병헌), 정치판의 검은 제갈량이 되기 전 이강희(백윤식)의 모습이 추가된 50분에 담겨 있다.

오프닝과 엔딩도 달라졌다. 안상구가 열고, 이강희가 닫는다. 이병헌과 백윤식 모두 애착을 갖고 있는 이 장면은 배우의 연기와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안상구의 고백신이라 할 수 있는 오프닝은 지극히 현실반영적인 본편 스토리와 달리 영화적 장치로서 기능하며 향후 펼쳐질 이야기에 호기심을 높인다. 뒤에 이어질 긴박한 사건과 분위기와 맞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재기할 수 있지만, 신 자체로 보는 재미가 있다. 

엔딩은 이강희의 말로에 관한 것이다. 우민호 감독은 "관객에게 패배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을 수렴해 이 장면을 삭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확장판을 통해 되살아난 이 장면은 롱테이크로 한 번에 찍었다. 이강희의 독백은 연극적이면서도 영화적이라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이야기'의 느낌을 물씬 낸다. 무엇보다 백윤식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으로 인해 히어로 무비에 등장하는 쿠키 영상처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내부자들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먼저 올 한 해 수많은 영화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던 김의성은 조국일보의 편집국장으로 얼굴을 내민다. 보수 언론의 기사 아이템이 만들어지고 논조를 결정짓는 기획 회의 현장은 마치 그 옛날 밀실 정치처럼 은밀하게 묘사했다.

이 신에서는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도롱뇽 아빠'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재명도 언론사 중역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확장판은 각 캐릭터들의 전사(前史)를 보는 재미가 충만한 한편, 사족으로 여겨질 장면도 일부 등장한다. 종전 버전이 속도와 압축미를 갖춘 맛깔난 한상 차림이었다면, 확장판은 반찬 가짓수를 늘린 화려한 코스요리라 할 수 있다.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은 내놓으며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영화 속 개저씨들을 관객들의 오징어가 됐다. 그런 점에서 보다 신랄하고 질펀한 '디 오리지널'은 개저씨의 흥미로운 탄생 비화라 할 수 있다. 개봉 12월 31일,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3시간.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