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오연서 “세련된 깍쟁이? 오히려 조금 촌스러운 순둥이”

작성 2014.10.27 14:13 수정 2014.10.27 14:13
오연서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배우 오연서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에 온도차가 있다. 도시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에 반해 실제 모습은 털털하다. 쉽게 말하자면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말숙이의 깍쟁이 같은 모습보다는, MBC '왔다! 장보리'의 장보리의 수더분함을 닮았달까.

인터뷰 테이블에 놓인 빵과 음료를 씩씩하게 혼자 다 먹은 오연서는 “저희 엄마는 제가 57kg 정도 나갔을 때가 가장 예쁘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메디컬 탑팀' 할 때 남자 배우들이 '뚱뚱하다'고 놀렸다. 특히 주지훈 씨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연서는 이미지를 위해서 계산하기 보다는,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꺼내놓는 유형이었다.

▶ 장보리는 본인하고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첫 회를 본 지인들이 그랬어요. 딱 저라고요. 저와 외적인 이미지는 다르겠지만 실제로는 저와 보리는 닮은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보리를 연기하는 게 쉽기도 하고 속상할 때도 있었어요.”

▶ 속상했던 부분은 어떤 거였어요?

“착한 보리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 때 속상했어요. 보리는 모든 이에게 사랑이라는 기본 감정을 가진 캐릭터예요. 그래서 친엄마든 키워준 엄마든 다 용서하거든요. 20년 넘게 누군가 나를 키워줬단 상상을 해봤어요.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게 우리 엄마라면? 저도 보리와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오연서


▶ 악역 연민정(이유리 분)은 굉장히 반응이 뜨거웠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극선보다는 극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리의 인생이 불쌍하기도 하고 민정이 한 행동은 좋아할 수 없는 행동이긴 하지만, 보리가 너무 착해 빠져서 답답하고 또 유리언니가 정말 잘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웃음) 보리를 연기하는 동안 '보리, 쟤 왜저래.'하는 댓글을 보면 정말 속상했어요.”

▶ 촬영할 때 시청자 반응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댓글들 사실 다 안 봐요. 댓글들 중에서 좋은 댓글들도 많고 더 발전해나가라는 것도 많지만 반대로 상처만 남기는 글도 있어요. 사실 후반부부터는 우울해지기도 해서 더 댓글을 안 봤어요. 메인에 뜨면 기분은 좋지만 사실 읽는 입장에서는 상처 받거든요.”

오연서

▶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말고, 촬영하면서 고생했던 건 또 없었어요?

“주말드라마인데도 초반에 워낙 비중이 많다보니까 촬영분이 정말 많았어요. 집에 못 들어간 적도 있고요. 중간에 성대결절도 한번 생겼어요. 의사 선생님이 '사람이 하루에 써야 할 단어의 수가 한정돼 있는데 너무 많은 말을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초반에는 정말 행복했어요. 특히 비단이(김지영 분)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정말 딸이 있었으면 이런 기분이겠다란 생각을 했었어요.

▶ 비단이랑 정도 많이 들었겠어요.

“원래 애들을 좋아하는데 비단이가 또 저를 굉장히 편하게 생각해줬어요. 용돈 모아서 제 생일에 핸드폰 케이스를 선물로 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비단이 생일에 선물로 옷 사줬어요. 마지막에 쫑파티 할 때 손 편지를 써서 줬어요. 다시 보기로 했는데 비단이가 너무 바쁘네요. 비단이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요.(오연서는 실제로 눈물을 훔쳤다.)”

▶ 김지영 양 정말 대단한 배우죠?

“지영이는 신동이죠. 지영이는 알아서 리딩을 해오고 다른 배우들 대사들도 다 외워요. 연기의 디테일도 알고요. 스펀지 같은 아이에요.”

▶ 오연서 씨 전라도 사투리 연기, 실제로 그 지역 분들이 잘한다고 칭찬하던데요?

“댓글 반응은 그게 아니던데(웃음). 처음에 리딩하고 너무 사투리를 많이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한시간 내내 주인공이 억센 사투리를 쓰면 시청자분들이 힘들어하신다고 해서요. '등고리', '자봉틀', '손구락', '느자구 없다' 등 새로보는 사투리 단어들을 선생님과 열심히 연습했어요. 촬영 전에는 걱정 많이 했는데, 방송 되면서 부터는 감독님과 작가님께 칭찬 받았어요.”

오연서

▶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면 이미지와 실제 모습의 차이가 크네요.

“외형적인 모습 때문에 선입견이 있으신 것 같아요. 제가 솔직하게 내뱉는 말이 좀 강한 것도 이유인 것 같고요. 진심은 그게 아닌데 가끔 속상해요. 행복하게 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이 일을 하면서는 스태프들에게 화낸 적이 한번도 없어요. 손해를 보더라도 웃으면서 지내는 게 더 좋거든요.”

▶ 실제 모습과 다른 부분이 어떤 거예요?

“말숙이로 데뷔해서 그런 것 같은데, 이미지는 돈도 펑펑 쓸 것 같고 그렇잖아요. 저 차도 없고요, 어머니가 워낙 알뜰하신 분이어서 겨울에도 내복 이고 보일러도 잘 안 켜요. 버는 돈은 어머니가 다 모으시고 전 체크카드로 용돈 쓰고요. 평소에도 쇼핑 이런 거 할 거 같은데, 취미가 미드 전 시즌 다운 받아 보거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읽는 거예요.”

오연서


▶ 둥글둥글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나봐요.

“2년 동안 화를 내 본 적이 없어요. 화내는 역할을 하면 답답함이 해소되는 짜릿함도 있긴 한데 정신건강에 좋진 않은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했던 제 역할들을 보면 장르나 배역은 다른데 다 긍정적이에요. 전 이게 편해요.”

▶ 시청률 고공행진을 한 드라마의 타이틀롤이었기 때문에 연말 시상식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를 텐데요.

“주시면 감사하지만 굳이 안 주셔도 괜찮아요. 그래도 연말에 집에는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별들의 잔치니까 초대는 꼭 받았으면 좋겠어요. 다만 상 욕심은 없어요. 보는 분들이 인정해주시면 그걸로 돼요.”

사진제공=웰메이트 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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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