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쾌한 철학이 있는 공간…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좀 할까’

작성 2014.08.25 11:08 수정 2014.08.25 11:08
우리 노래방 가서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노래방은 직장인들에겐 회식의 메카이자, 학생들에게는 최신 유행과 대중문화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삶의 무게를 벗어두고 흥에 젖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도 하다.

노래방은 흔히 '너와 나'의 소통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두 한 데 어울리지만, 실은 그 공간에서 개인은 오롯이 남는다. 한, 두 평 남짓 좁은 공간에서 작은 마이크를 들고 스크린 속 또는 책에 시선을 몰두한 채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유행가에 감정을 흘려보내는 건 어쩌면 굉장히 고독한 행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연극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 제목처럼 무대 정중앙에 노래방이 구현됐다. 독특한 점은 화장실이라고 불리는 공간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놀이터와 같다는 점. '화장실=놀이터'라는 다소 의아한 공식을 성립하게 하는 건 민준호 연출의 철학적 시도 때문이다. 노래방 주인이자, 내레이터 역의 홍우진은 “왜 연극으로 철학을 해?”라며 연출가를 디스한다는 장면은 이 연극의 자유로움과 재기발랄함의 단면이다.

연극에선 다양한 인간 군상의 얘기가 펼쳐진다. 아들에 대한 죄스러움과 연민이 뒤섞인 아버지, 질퍽거리는 미련일지라도 사랑을 노래하는 20대 남성, “헐, 대박”을 외치는 클럽녀들까지. 세대와 나이, 상황, 노래방에온 이유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처절하게 소통을 그리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래방과 놀이터, 노래와 대사, 내레이터와 인물 등 '우리 노래방가서 얘기 좀 할까'는 기발한 상상으로 소극장 연극의 공간적 제약을 뛰어 넘는다. 외로운 가장 역의 김민재부터 아줌마 역 백은혜, 아들 역 김대현, 찰진 욕도 거침없이 하는 정선아, 이지해 등 배우들은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연기로 물가에서 갓 잡아 올린 물고기의 퍼덕거림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연극 '유도소년'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작품인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극단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네 번째 공연이다. 민준호 연출이 직접 대본을 쓴 작품으로 2008년 초연 이후 시대에 맞게 재구성해 8월 9일부터 10월 19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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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