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군도' 하정우의 못생김이 반갑다

작성 2014.07.15 09:44 수정 2014.07.15 09:44

군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참 못났다. 그런데도 정이 간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에 출연한 하정우의 캐릭터를 보면 자연스레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배우 하정우가 신작 '군도'에서 또 한번 흥미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했던 배우답게 이번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으로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 그 중심엔 하정우가 있다.  

하정우는 이번 작품에서 쇠백정 돌무치에서 도적 도치로 성장하는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며 본인의 잘생김과 멋짐을 포기했다. 

백정인 돌무치는 돌덩이 같은 몸과 장사의 힘을 가졌지만, 밟으면 밟히는 것을 당연시하는 주체적 의지가 없는 인물. 그러나 탐관오리의 아들 조윤(강동원 분)에게 가족을 잃은 뒤 복수를 꿈꾸게 된다.

돌무치는 '뒤바꿈 한다'는 뜻의 도치라는 이름을 얻게 된 후 지리산 추설을 이끄는 에이스로 거듭난다. 하정우는 단순무식에 힘만 센 그러나 우직한 의지를 갖춘 도치에 오롯이 빠져들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외형의 변화다.

군도 하정우 강동원

영화 초반엔 더벅버리에 그은 얼굴, 허름한 행색으로 조선시대 최하층 천민의 모습을 표현했다. 돌무치는 10대 후반의 나이지만 10세 초반의 지능을 가진 인물. 단순무식에 힘만 센 그야말로 백정이 천직인 인물이다. 하정우는 전라도 사투리 대사와 슬랩스틱 개그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인물에 대한 애정을 쌓게 한다.    

의적 도치로 거듭나면서는 원시시대의 전사같은 정제되지 않은 남성미를 발산한다. 특히 쌍칼을 휘두르며 상대를 힘으로 압도하는 액션신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하정우는 돌무치에서 도치로 변화하는 과정을 비장하게만 그리진 않았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단순무식함을 코미디의 동력으로 사용하며 생동감 넘치는 웃음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극단적 우아함을 내세운 조윤 역의 강동원과 극렬한 대비를 이룬다. 그것이 불과 얼음, 흑과 백과 같은 돌무치와 조윤의 대립 구도를 명확하게 만든다. 

하정우는 지난 14일 열린 '군도'의 언론시사회에서 "일단 머리를 미는 순간 멋있어 보이길 포기했다. 대신 관객들에게 철저하게 재미를 드려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릭터 접근에 대해서는 "돌무치가 도치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겪은 사건들은 개인에게 큰 한이 되고 행동의 큰 명분이 된다. 그것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 무게는 잡지 않되 인물이 가진 귀염성은 계속 가져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재미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 하정우는 유머의 톤과 강도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다. 관계자는 "캐릭터의 성격을 명확히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망가지면서도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면서 "멋있어 보이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행동에 몰입하느냐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배우가 작품에 임하는 순간 제 모습을 지우는 건 당연하지만, 그 구현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외형의 변화와 캐릭터 구축 두 부분을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해낸 하정우의 연기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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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