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씬스틸러’ 김민재 “희준이와 연기 잘하고 싶다고 많이도 울었죠”

작성 2014.06.25 10:46 수정 2014.06.25 10:46

김민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배우들에게 가장 독한 술은 대학로에서 마시는 술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로 무대는 많은 이들의 꿈과 열정이 모인 곳이지만, 그곳에서 배우들이 기울이는 술잔에는 녹록치 않은 공연 현실과 차마 풀어내기 어려운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한숨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부당거래', '화차', '역린', '우는남자', '도희야' 등과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 KBS '빅맨'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는 '씬스틸러'로 등극한 김민재는 대학로에서 낳고 자란 '연극쟁이'다.

차마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대학로에서 쓰디쓴 술잔을 기울였다는 김민재는 “연기를 잘하고 싶다.”며 친구 이희준과 울었던 대학로에서의 날들에 대해 떠올렸다. 극단이 잠시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을 때, 그런 아픔을 치유해준 이창동 감독과 극단 '차이무' 이상우 선생님을 만났던 순간 등 배우 인생에 찾아왔던 고비를 풀어놓으면서 김민재는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다. 

김민재

◆ “씬스틸러? 운 좋았을뿐 여전히 목마르다”

친근한 외모에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 배우 김민재는 무심한 매력을 가졌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김민재의 매력은 그런 무심함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캐릭터 표현에 대한 밀착력이다.

무심한 표정의 김민재의 눈이 유일하게 반짝일 때는 '연기'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창단부터 활동의 궤를 함께 했던 김민재는 잠시 극단이 중단됐을 때인 2009년 영화 '밀양' 출연을 시작으로 수십편의 영화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러나 김민재는 연기에 있어선 늘 겸손했다. “작품이 잘 돼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연기에 목마르다.”고 고백했다.

“출연했던 작품이 잘 되면 기분이 좋긴 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저의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작품이 잘 되어도 배우로서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아요. 수년간 무대에서 배우들과 치열하게 고민했던 걸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사용'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고민입니다.”

김민재


◆ “이창동 감독님만 떠올리며 코끝이 찡”

김민재는 배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두 사람 있다고 말했다. 극단활동을 할 때 늘 조언을 아끼지 않는 '차이무' 이상우 선생님과 첫 영화 '밀양'으로 인연을 맺은 이창동 감독이다. 특히 이 감독은 김민재가 극단이 어려움에 빠지져 훗날을 기약하며 이별할 때 그의 손을 잡아준 은인이었다.

“영화 '오아시스'를 보고 이창동 감독님을 알게 됐어요. 영화를 볼 땐 불편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극장 밖을 나오면서 머리를 한 대 꽝 맞은 것처럼 뒤늦게 여운이 찾아왔어요. 감독님이 절 꿰뚫어본 느낌이었죠. 이창동 감독님이 '밀양' 오디션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바로 찾아갔어요. 어떻게든 함께 일해보고 싶어서요. 오디션을 봤는데 솔직히 망쳤던 것 같아요. '스태프로라도 일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운 좋게 출연하게 됐습니다.”

그게 시작이었다. 바다를 헤엄치던 이름 모를 생선 같던 김민재를 이창동 감독은 손수 건져 올린 뒤 곁에 두고 보듬었다. 이창동 감독 밑에서 글과 연기를 배웠던 김민재는 한달 내내 두문불출하며 시놉시스를 쓴 적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이창동 감독은 “어렵지”라고 따뜻하게 맞아줬다. 김민재는 “이창동 감독님과 이상우 선생님은 인생에 별 같은 분”이라면서 눈물을 보였다.

김민재


◆ “희준이와 울던 날들…정보석 선배님이 술값 내주셔”

그의 연극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사람 바로 배우 이희준이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면서 함께 공연을 했던 이희준과 김민재는 '간다'가 해체될 때 우이동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던 멤버이기도 하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연극무대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다.

“희준이와 대학로에서 술 마시면서 많이도 울었어요. 다 셀 수 없는 시간이었죠. 한 번은 희준이가 '연기가 잘 안 된다'면서 펑펑 울었고 그 모습을 본 정보석 선배님이 말 없이 술값을 계산해주시고 간 적도 있었어요. 그런 순수한 열정이 있었던 때가 많이 그립습니다.”

극단 '간다'는 '거울공주 평강', '유도소년' 등 대학로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연극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김민재 역시 오는 8월부터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를 공연할 예정. 그는 “연극 무대, 특히 극단은 저를 치유해주는 공간”이라면서 “배우로서 눈물과 땀이 서려 있는 곳이기 때문에 평생 함께 갈 것”이라며 애정을 담뿍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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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배우가 될지 평생 고민하는 배우 되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김민재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며 머뭇거리던 그는 “어떤 배우가 돼야 할지 평생 고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탐구하고 고민하는 치열함을 놓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작업을 통해서 그 '치열함'이 조금 무뎌진 게 아닌가 늘 고민한다는 김민재는 이미 자신이 추구하는 배우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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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