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트랜스포머4', 할리우드 MB는 화려한 볼거리에 집중했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마이클 베이(Michael Bay). 이름만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몇 안 되는 할리우드 감독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상업영화 계보에서 마이클 베이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또 다르다.
'나쁜 녀석들', '더록', '아마게돈', '진주만', '아일랜드', '페인 앤 게인' 등으로 이어진 필모그래피는 부침이 있었지만, 그만의 색깔은 늘 뚜렷했다. 화려한 볼거리, 가공할만한 속도, 우정과 가족애 등을 강조해 완성한 마이클 베이표 블록버스터는 폭넓은 대중을 아울렀다.
2007년 내놓은 '트랜스포머'는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이클 베이를 다시금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중심에 세우기에 충분했다. 변신하는 로봇의 향연은 남녀노소 관객을 집결시켰고, 이는 세 편의 시리즈로만 전 세계 26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시리즈는 뒤로 갈수록 재미도 이야기도 전편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3편에 이르러 "약발이 다 된 것 아니냐"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마이클 베이는 3년 만에 내놓은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를 통해 다시 한 번 건재를 알린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토리의 약점은 도드라지지만, 시리즈 통틀어 가장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시카고에서 벌어진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투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도시가 처참하게 파괴되자 일부 오토봇을 제외한 트랜스포머에 대해 체포령이 내린다. 대부분의 디셉티콘이 처벌되고 오토봇 역시 모습을 감춘 상황, 엔지니어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 분)는 우연히 폐기 직전 고물차로 변해있던 '옵티머스 프라임'을 깨우게 된다.
그리고 그의 생존이 알려지자 옵티머스 프라임을 노리고 있던 어둠의 세력 역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전세계를 새로운 위협에 몰아넣을 거대한 음모가 벌어지고 사상 최대 가장 강력한 적에 맞서 옵티머스 프라임과 오토봇 군단은 목숨을 건 대결에 나선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연결되는 동시에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사건 전개를 보여준다. 시리즈의 스타 샤이아 라보프 대신 마크 월버그가 주인공을 맡았다. 또 마이클 베이 감독이 선택한 신성 니콜라 펠츠와 잭 레이너도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더욱 강해진 로봇 군단의 등장은 이 영화의 최고 기대요소다. 오토봇의 수장이자 압도적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옵티머스 프라임'과 그의 베스트 파트너 '범블비'는 보다 완벽하게 버전업 돼 강력한 활약을 펼친다.
여기에 강한 전투력을 지닌 무기 전문가 오토봇 '하운드'와 검을 주무기로 다루는 무사 로봇 '드리프트', 쌍권총을 활용한 공중전에 능한 '크로스 헤어' 등 새롭게 등장한 오토봇도 흥미를 자극한다.
무엇보다 원작의 인기 캐릭터 '다이노봇'이 처음올 모습을 드러낸다. 다이노봇 군단은 리더인 티라노 사우루스 렉스 '그림록'을 필두로 트리케타톱스 '슬러그'와 스피노사우루스 '스콘', 익룡 '스트레이프'까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옵티머스 프라임과 만난 다이노봇 군단은 나이트쉽을 타고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락다운과 팽팽한 대결을 벌이며 영화의 스펙터클을 책임진다.
'트랜스포머4'는 시리즈 최장인 2시간 44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마라톤 상영을 고집한 것은 마이클 베이의 욕심과 자신감의 결과다.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거나 놀라운 기술적 패러다임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시간이다. 마이클 베이는 이 마의 시간을 가공할만한 볼거리로 꾹꾹 눌러 담았다.
로봇물에 환타지를 가진 관객에게 이 영화는 기대한 만큼의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게다가 '트랜스포머4'는 아이맥스 디지털 3D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영화다. 이 카메라는 3D 카메라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기에 로봇과 공룡의 질감과 움직임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트랜스포머4'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이라면 IMAX 3D 관람을 추천한다.)
그러나 문제는 빈틈 많은 플롯과 조악한 이야기다. 로봇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진화하지만, 이야기는 90년대 가족 드라마에 머물러있다. 보수적인 아빠와 철부지 딸의 부성애 코드를 내세워 썰렁한 농담과 어색한 감동을 쥐어짜 내는 모양새다.
영화의 무대는 기존 시카고에서 텍사스로 옮겨졌다. 그뿐만 아니라 홍콩, 베이징까지 무대를 넓혔다. 극 후반부엔 중화권의 주요 도시가 주 무대로 등장해 로봇 군단의 대결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파괴된 침사추이처럼 영화는 아수라장이 된다.
마치 두 편의 영화를 합쳐놓은 듯한 이질감마저 든다. 기존의 스토리 라인은 무시한채 쉴틈없이 이어지는 맹공에 급격한 피로가 몰려올 수도 있다.
또 예거 모녀가 카메라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조슈아(스탠리 투치 분)와 쑤 웨밍(리빙빙 분)이 주인공으로 둔갑해 유머와 멜로 라인을 엮은 어색한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이는 '트랜스포머4'에 중국 자본이 적잖이 유입된 결과다. 리빙빙을 주연급 배우로 캐스팅하고 영화의 주 무대를 베이징, 홍콩 등으로 등장시켜 중국 시장을 노렸지만, 공간과 스토리의 조화를 무시한 듯한 안일한 연출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할리우드의 동양인 묘사는 여전히 단순하고 얄팍하다.
이같은 단점이 '트랜스포머4'의 장점을 상쇄하느냐고 묻는다면 판단을 유보하게 된다. 누군가 "언제 우리가 트랜스포머를 이야기로 즐겼어?"라고 한다면 그 말도 맞다. 오락영화에서 탄탄한 이야기를 찾고, 관객의 두뇌를 자극하는 관념이나 철학을 찾는 것은 무리다. 가공할만한 스케일로 깨고 부수고, 통쾌하게 적을 무찌르는 영화만의 쾌감도 분명 있다.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같은 비난에 시달렸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은 볼거리로 무장한 오락 영화에 대한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았다. 그 결과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세 편 모두 국내에서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네번째 결과물은 과연 어떤 성적을 낼까. 여름 영화 시장의 포문은 열렸고, '트랜스포머4'가 진격을 시작했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64분, 6월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