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권율, 잘될 줄 알았다…타이밍이 궁금했을 뿐

작성 2014.06.09 10:27 수정 2014.06.09 10:27

권율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천상여자'는 권율이란 배우로서 존재를 대중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었다. 상처를 품은 재벌 3세 서지석이란 인물은, 자칫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님'이 될 뻔 했지만 세심한 권율의 표현법으로 꽤 좋은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기억 됐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일지 몰라도 권율운 2007년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크든 작든 캐릭터를 충실히 해냈다. 개명 전 권세인으로 활동하면서 2007년 SBS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에서 재벌2세 고등학생으로 처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후 드라마 '브레인'에서 늘 졸린 의사로,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훈훈한 비서로, 영화 '잉투기'에서 부유한 잉여로, 영화 '피에타'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 인물로 조금씩 캐릭터를 변주하며 계단을 착실히 밟았다.

권율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 했어요. '천상여자'와 마찬가지로  재벌 캐릭터였어요. '천상여자'는 두 번째 재벌역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일종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싶었어요. 재벌이지만 친근한 옆집, 그러니까 조금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이웃으로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딱히 힘을 주지 않고, 재벌이지만 똑같이 사랑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인물로 보이려고 노력했었어요.” 

이런 권율의 세심한 표현은 그의 넘치는 호기심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생활 속에서 누군가의 행동을 주위 깊게 쳐다보고 따라해보는 등 호기심이 넘쳐난다는 그는 “삶과 연기에 대한 영감을 분리 시키지 않는 것이 연기를 사랑하는 원동력”이라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권율은 유난히 까만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말했다. 말 속에 담겨 있는 유머와 위트는, 같은 말이 지루하지 않게 들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마치 그가 표현했던 재벌의 캐릭터처럼 말이다. 동료배우이자 상대 배역을 맡았던 윤소이는 우스갯소리로 권율을 '괴짜변태'로 표현하기도 했다.

권율


“소이씨가 간담회에서 한 말인데 끝나고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한 말이었어요. 간담회 이후에 소이씨가 사과했었어요.(웃음) 지석과 선유(극중 윤소이의 배역)가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조금 '과격'하게 표현한 거 같아요. 괴짜 변태라는 표현이 조금 그렇긴 하지만,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저는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남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엉뚱하다, 그런 말을 가끔 들어요. 그래서 괴짜변태라고 하나봐요.”

6개월 동안 방영됐던 만큼 '천상여자'는 권율의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런 도전 끝에 높은 시청률이라는 달콤한 결과를 얻었다는 만족감도 적지 않을 터. 하지만 권율은 아직은 그런 주위의 칭찬을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시청률이 잘 나왔다는 건 굉장히 기쁜 일이었지만 촬영하면서는 거기에 기뻐할 틈은 없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 만족하고 익숙해지면 연기적으로 나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가 계속 작품활동을 할 때 20% 대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고 굉장히 저조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겠지만 거기에 일희일비 하고 싶진 않아요.”

 들뜨지고 가라앉지도 않은 권율에게 “이렇게 잘되는 날이 올줄 알았나.”고 묻자 권율은 가식적인 겸손함으로 대답을 피하지 않았다.

권율

“솔직히 자신감은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언젠가 저에게도 타이밍은 올 거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오히려 저에겐 기다리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비슷하게 시작했던 친구들이 잘 됐을 때 조급함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늘 '나도 언젠가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가 올 거다'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강한 확신은 권율이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를 하는데 도움이 된 듯 했다. “'천상여자'를 제외하고 어떤 작품이 가장 기억이 남나.”라는 질문에 권율은 “모두 다 소중한 작품이고 작업이었는데 저에게 가장 많은 걸 깨닫게 한 건 단 한 씬이었지만 영화 '피에타'였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피에타'는 준비도 정말 많이 했던 작품이었고 잠깐이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최선을 다해 진심을 담았기에 더 기억이 많이 남아요. 연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 평범한 진실, 연기에는 끝이 없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진심에 가까워진다는 그 말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에요.”

엉뚱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만큼 권율의 개인적인 면도 궁금했다. “촬영이 없을 때 보통 뭘하나.”란 질문에 권율은 “집에서 쉰다.”는 짤막한 답이 돌아왔다.

권율

“집에서 꼼지락꼼지락 거리는 게 제 취미예요. 방에서 영화보고 기타치고 음악듣고 방정리하고 또 가구배치도 새로 해보고요. 방을 깨끗이 치우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침대에 신경을 많이 써요. 좋아하는 음악이요? 오아시스 노래나 스티브 원더, 김광석, 유재하, 조덕배 등 뮤지션의 노래를 즐겨 들어요. 굳이 따지자면 베짱이에 가깝죠.(웃음)”

최근 권율은 부모님의 자랑거리를 만들어줬다는 것에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게 효도한 건가요?”라고 되묻는 권율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밝았다.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훨씬 더 많은 권율이 꿈꾸는 배우 권율은 어떤 모습일까.

“배우인데 관객들이 저를 못 알아봤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 그 사람이 저 사람이 있었어?'라고 혼란스러워 할 때, 그 희열이 기가 막히거든요. 크리스토퍼 왈츠는 어떤 영화에 있든 완벽하게 그 캐릭터를 연기해내요. 나중에 영화들 속 그 배역이 한 인물이었다는 걸 알았을 땐 정말 충격적이죠. 크리스토퍼가 이태원에 지나가더라도 전혀 알아채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런 '완벽한 타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것보다는, 대중에게 영원한 타인 같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권율이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더 많은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날을 기대해 본다.

권율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장소제공=계동 한옥마을 한식당 '헬푸스 다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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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