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마블 히어로의 진화와 확장

작성 2014.03.25 11:34 수정 2014.03.25 11:34
캡틴 아메리카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지난 2012년 '어벤져스'의 세계적 흥행 이후, 팬들 사이에서는 히어로 서열 매기기가 유행한 바 있다. 대부분의 평가는 헐크, 토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호크 아이, 블랙 위도우 순이었다. 시리즈의 얼굴로 활약하는 히어로 중에선 캡틴 아메리카가 최하위였던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캡틴 아메리카의 힘은 초인적 능력을 자랑하는 녹색 괴물 헐크나, 묠니르를 휘두르는 천둥의 신 토르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는 고작 방패 하나를 필살기로 하는 인간 출신의 히어로가 아닌가. 타 캐릭터와 비교해 매력이 적은 것도 순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영화로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2011년 개봉한 '퍼스트 어벤져'를 통해서다. 투철한 애국심과 정의로운 성격을 지녔지만 왜소한 체구를 가졌던 스티븐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슈퍼 솔져 프로그램을 통해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났다.

캡틴

그간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의 히어로 캐릭터 중 가장 저평가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퍼스트 어벤져'는 캡틴 아메리카의 전사(前事)를 보여주는데 주력했고, '어벤져스'는 냉동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무자비한 공격에 맞서 싸우는 모습만 부각됐다. 매력과 파워 면에서 대중을 사로잡을 만한 한방이 부족했다. 그런 캡틴 아메리카가 시리즈 2편인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이하 '캡틴 아메리카2')를 통해 비로소 화려하게 비상한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어벤져스의 뉴욕 사건 이후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함께 쉴드의 멤버로 현대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닉이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공격을 받아 중태에 빠지고, 이를 계기로 쉴드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캡틴 아메리카는 블랙 위도우와 함께 쉴드 내부의 적을 찾아 나서고, 이 과정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버키(세바스찬 스탠)를 적 윈터 솔져로 마주하게 된다.

냉전 시대의 산물인 스파이와 현대 사회의 희망으로 떠오른 히어로의 대립 구도는 캡틴 아메리카가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에 새롭게 거듭난 태생적 배경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설정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여느 인간 출신 히어로처럼 트라우마로 인한 내적 갈등과 고뇌를 안고 살아간다. 남과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에겐 적지 않은 상처가 있다. 정의감과 정의 갈등은 영화 후반부로 가면 극대화되는데 이 점은 '캡틴 아메리카2'가 선사하는 드라마의 중요한 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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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을 능가하는 액션은 '캡틴 아메리카2'의 강점이다. 스케일을 키우고, 물량을 총동원한 모양새다. 작전수행을 총괄하는 3대의 헬리캐리어, 수직이착륙 장비 퀸젯, 에너지 바톤 등 쉴드의 최첨담 무기가 등장하며 선사하는 스펙터클도 인상적이지만, 캡틴 아메리카가 보여주는 맨몸 액션은 긴장감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타 히어로들이 공격형 전술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사한다면 캡틴 아메리카는 수비형 공격의 진수를 보여준다. 방패를 주요 무기로 하면서도 복싱, 파쿠르, 주짓수, 가라테 등 동·서양의 무술을 맨손으로 구사해 전통적이면서도 강력한 액션신을 만들어냈다.

타이틀롤을 맡은 크리스 에반스는 '퍼스트 어벤져'와 '어벤져스'를 거쳐 비로소 히어로의 면모를 갖춘 느낌이다. 무엇보다 국내에는 '설국열차'의 '커티스'로 강력한 눈도장을 찍은 탓에 이제 그 어떤 히어로 못지 않은 스타성을 확보했다. 정의감에 불타는 슈퍼솔져에서부터 조국과 친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적 면모까지 섬세하게 연기하며 캡틴 아메리카만의 개성을 확고히 했다.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조력자의 활약도 영화의 묘미다. 먼저 '어벤져스'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블랙 위도우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전면에 등장한다. 러시아 KGB 요원에서 현재 쉴드의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블랙 위도우는 세계 최고의 스파이이자 전문 암살자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블랙 위도우는 여성 히어로의 근사한 롤모델을 제시했다. 히어로 무비에서 대다수의 여성 캐릭터가 수동적이고 보호받을 존재로 그려졌지만 블랙 위도우는 캡틴 아메리카와 대등한 위치에서 파트너쉽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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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콘(안소니 마키)의 합류도 눈여겨볼만하다. 어벤져스나 쉴드 소속이 아닌 퇴역 군인 출신인 팔콘은 군대에서 비밀리에 제작된 날개 수트를 장착해 공중전에서 탁월한 역량을 선보인다.

또 존재만으로도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닉 퓨리 역의 사무엘 L. 잭슨과 알렉산더 피어스 역으로 합류한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악역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어벤져스'가 마블의 히어로 시리즈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그 이후 개봉한 '아이먼맨3'와 '토르:다크 월드'는 뉴욕 사건과 번번이 연결고리를 나타냈는데 '캡틴 아메리카2' 역시 마찬가지다. 두개의 쿠키 영상을 통해 향후 공개될 '어벤져스2'에 대한 떡밥과 '캡틴 아메리카3'의 밑밥을 던진다. 이런 식의 시리즈간 시너지는 오직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안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결과적으로 '캡틴 아메리카2'는 마블 스튜디오가 히어로 캐릭터들을 어떻게 발굴, 확장, 진화해 나가고 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줬다. 대부분의 블록버스터가 전편의 인기에 편승해 나태한 자기 복제와 거듭된 퇴보를 반복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이는 마블이라는 브랜드에 견고한 신뢰감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3월 26일 개봉, 상영시간 136분, 15세 관람가.

ebada@sbs.co.kr

김지혜 기자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