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서준 “천천히 이슬비처럼 젖어드는 사람 될래”
[SBS연예뉴스 | 손재은 기자] 이 남자, 실제로도 진지 청년이다. 질문 하나 하나에 내놓는 대답들이 '따뜻한 말 한마디' 송민수처럼 반듯했다. 차분하게 오목조목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이미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 정돈해 놓고 꺼내어 펼치는 느낌이었다.
배우 박서준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었다. 그리고 시종일관 진솔했다. 예능보다는 다큐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박서준은 지난달 종영한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매형 유재학(지진희 분)과 불륜을 저지른 여자의 여동생 나은영(한그루 분)과 사랑에 빠지는 송민수 역을 연기했다.
그는 “좋은 작품 해서 좋았고 또 한 번 발전 계기가 된 것 같다. 함께 호흡한 선배님한테 이야기 많이 들어서 좋았다. 전체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라며 “송민수를 최대한 어렵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 역할이 방방 뜬 인물이 아니라 누르려고 진중하게 생각하려 했다. 연기할 때 지르는 게 쉬울 수 있는데 누르는 게 세련된 것 같기도 하더라.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구하고 맞춰가려 했다”고 회상했다.
사실 박서준은 '따뜻한 말 한 마디' 이전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의 부잣집 망나니 막내아들(물론 후반 개과천선했지만…) 박현태로 등장해 단 방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바른 청년 송민수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두 캐릭터 모두 내 모습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변화 보다는 역할에 맞춰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맡은 역할은 내 모습이 담겨 있다. 다르다고 접근 한 것은 없었다. 성격이 다 있다. 박현태에 있는 장난스러움도 가지고 있다. 반대로 어린 시절부터 생각이 많아서 진중한 면도 있다. 그런 면들이 다 내 있다. 연기적으로 확장시키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뚜렷하게 나랑 가까운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박서준은 올해 이십대 중반인 스물여섯. 하지만 송민수나, 박현태는 실제 나이보다 조금 높은 연령인 이십대 후반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교복 입었다. '드림하이 2'때 말이다. 지금 얼굴이 고등학교 때 얼굴이다. 고등학교 때는 노안이라 이야기 들었다. 친구들보다 성숙해 보였나보다. 그런데 '드림하이 2'때 교복을 입으니까 어려 보인다고 이야기하더라. 사람 마음이 늘 20살 인 것 같고, 학교 돌아가고 싶고 하지 않냐. 20대 후반 역할을 한다고 해서 나이에 대해 그리 생각하거나 느끼지 않았다. 마음은 늘 20대 초반이다. 캐릭터들도 다 그런 마음일거다”
박서준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는 동안 소속사 키이스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수현, 김현중과 함께 언급됐다. 세 사람이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각각 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두 선배를 오며 가며 본 적은 있는데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같이 언급돼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회사 집중하고 있다는 거고, 그 안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항상 배우들의 장점은 인정하고 조금 받아들이려고 한다. 나보다 먼저 활동한 선배들과 함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 않냐. 오히려 선배들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웃음)”
이왕 소속사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키이스트의 대주주 배용준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했다. 박서준은 키이스트를 통해 연기자의 길을 들어서기도 했으니까.
“모니터를 많이 하는 것 같더라. 드라마 촬영 중간에 한 번 식사 자리에 초대해줬다. 이런 저런 이야기 많이 했는데 처음부터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내가 너 잘 될 것이라 했잖아'라고 말 하는데 감사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분이니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박서준은 2012년에 데뷔해 약 2년 만에 자신의 인지도를 쌓았다. 매년 수많은 신인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다.
“인지도는 중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너무 강박관념을 가지고 생각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겠지만 천천히 하고 싶다. 인지도가 생기면 하고 싶은 것을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입장이 되면 다른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선택에 있어서… 지금은 그런 고민 없다. 지금 드라마 통해서 많이 알려진 것도 있지만 예전보다 선택에 폭이 생긴 것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을 연연하지 않는다. 찾아 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무조건 인기가 있어야 하고, 한류를 타야하고 그런 욕심은 없다.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을까. 그런 것에 대해 압박 느끼지 않아. 천천히 이슬비처럼 젖어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욕심이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종영하기 직전 차기작이 결정됐다. 오는 4월부터는 케이블채널 tvN '마녀의 연애'를 통해 다시 한 번 안방극장을 두드린다.
“들어갈 것이 없는 줄 알았다. 연기는 항상 비우는 작업이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바로 들어가는 것은 사실 부담도 된다. 비주얼도 변화를 줘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서 욕심은 안냈는데 대표님이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길래 믿음이 있어서 시놉도 보고, 대본도 읽었더니 재미있어서 욕심이 나더라.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건데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는 것 같고 욕심이 났다. 물론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다. 2년 정도 계속 일을 하다 보니까 최근에 느껴지더라. 지인들이 훅 간다 하는데 점점 조짐이 보이는 것 같고, 건강식품 챙겨먹지 않는데 요새는 필사적으로 먹고 있다. 호흡이 딸린다.(웃음)”
박서준은 한 시간 남짓 이야기를 하는 내내 진중함을 잃지 않았다. 특히나 연기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고민과 생각을 많이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되고 싶은 대로 되면 좋겠지만 커다란 목표는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게 많지 않냐. 나도 그 안에서 연기자로서 사회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연기자의 역할인 것 같다. 그런 면에 있어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아직은 단계를 밟고 있지만 나에게도 전성기도 생기지 않을까. 그때 좋은 일을 더 하고 싶다.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
진지 청년 박서준의 바람, 꼭 이뤄지길…
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